“문화재 특별 소방법 제정이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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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윈 김종진 대표이사 “화재는 조기진압과 발빠른 대처능력이 중요”

2008 대구소방엑스포에서 또 한 번 불도리의 성능을 인정받았다.

2008 대구소방엑스포에서 또 한 번 불도리의 성능을 인정받았다.

숭례문이 죽었다. 국민의 자존심 국보 1호 숭례문이 화염에 휩싸여 무너지는 순간, 지켜보던 한 시민이 바닥에 엎드려 절을 했다. 나라의 가장 중심에서, 국민과 가장 가까이에서, 오랜 역사의 자부심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숭례문이 무너져 내린 것을 무어라 형언할 수 있겠는가. 불에 탄 것은 숭례문만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국민들의 마음도 함께였다. 현장을 지켜보던 국민도, 실시간으로 TV를 지켜보던 국민도 모두 이렇게 가슴으로 절을 하며 애도했고 뜨거운 눈물로 통탄했다.

미분무수소화설비 자체 개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사퇴했다. 으레 사건·사고가 생기면 관계자 사퇴로 일단락되는 것이 그동안 보여준 수순이다. 하지만 이번만은 달라야 한다. 비단 숭례문 때문이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 남아 있는 반만 년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서 이번만은 탁상공론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숭례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사후 수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인의 방화 때문에 생긴 사건이지만, 지금이라도 짚어봐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기본적으로 소방당국과 문화재청의 책임 떠넘기기를 비롯, 덩치만 키운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것은 ‘문화재소방특별법’의 제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재 실측조사를 선행해야 한다. 지금 같은 의식과 시스템으로는 제2, 제3의 숭례문 사건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지금의 소방법으로는 더욱 그러하다. ‘문화재특별소방법’을 제정해 제도권 내에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가야 할 것이다. 5년, 10년… 구태의연한 일처리로 시간을 끌다가는 숭례문의 죽음을 그야말로 헛되이 만드는 꼴이 될 것이다. 우리는 2006년 창경궁 방화를 겪었다. 이후 ‘문화재용 첨단 소방장비를 구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흐지부지된 상태. 그때 확실히 매듭지었더라면 오늘도 숭례문은 우리 국민과 함께 숨쉬고 있었을 것이다.

[비즈피플]“문화재 특별 소방법 제정이 급선무”

“안타깝고 답답할 뿐입니다. 모든 국민이 그렇겠지만 저는 수십 배 더 마음이 아픕니다”라며 말문을 연 ㈜윈 김종진 대표이사는 미연에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던 우리의 국보를 소실한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더불어 예산 부족과 초기 화재 진압의 미비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전문적인 대처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해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재는 한 번 훼손되면 물리적으로는 복원이 가능하지만 그 가치는 잃어버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문화재는 거의 목조건물이고 지역 소방서에서 원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관리 인원이나 소화시설이 미비해 지금 이 순간도 위험에 무방비상태나 다름이 없습니다. 문화유산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문화재의 여건과 화재 특성을 고려한 최적의 소방 설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최근 숭례문의 불씨가 꺼지기도 전에 정부종합청사에 화재가 발생함으로써 다시금 국민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소방당국은 화재 당시 경보음은 울렸으나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또다시 화재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안전한 장치를 갖출 것을 경고한 셈이다.

냉각효과·산소차단효과 등 장점
“우리 ㈜윈에서는 산업자원부와 중기청, 경상남도, 소방방재청 등으로부터 국가 R&D 자금 40여억 원을 지원받아 미분무수소화설비를 개발했습니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나라에서 성능을 인정받았으나 현행 소방법 제도가 미비해 현재 해상에서는 법정소화설비로 적용되고 있으나 육상에서는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몇 년째 검토 중이라는 말만 하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국민의 혈세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았으니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재산을 지키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싶습니다”라는 김종진 대표는 국가의 지원으로 신기술 개발에 성공해 수입 제품보다 탁월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법정소화설비화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피력했다.

학술교류회에서 ‘미분무수’에 대한 (주)윈의 기술력을 소개하고 있다.

학술교류회에서 ‘미분무수’에 대한 (주)윈의 기술력을 소개하고 있다.

‘불도리’라는 상품명으로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미분무수소화설비는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 소방장비의 혁신을 가져올 제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존 법적 소화설비인 소화전이나 스프링클러, 소화기 등도 화재 시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실과 상황에 부합하는 소화설비다. 화재가 발생하면 누구 할 것 없이 당황스럽고 우왕좌왕하게 마련이다. 소화설비를 사용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이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화재를 조기에 진압하기 위해서는 간편하면서도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 이러한 이유로 혼자서도 쉽게 작동 가능하고 물의 소모도 적은 ‘미분무수소화설비’가 각광받고 있다.

기존 스프링클러와 비교했을 때 미분무수소화설비의 장점은 쉽게 말해 물의 소모가 적고 기름불을 끌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것이 화재 진압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분무수소화설비는 미분무수가 증발하면서 주위의 열을 흡수하는 ‘냉각효과’와 증발하면서 생성된 수증기 팽창으로 가연성 물질 주위의 ‘산소차단효과’, 화염 주위의 미분무수 입자들이 가연성 물질로 방출되는 ‘복사열차단효과’로 가장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다.

㈜윈의 이러한 독보적인 기술력이 알려지면서 국내외 대형 선박이나 해군조함단, 한국전력 지하변전소, 진주국제대학교, 소방방재청, 경남·전남·울산소방본부 등에 납품되었다. 김종진 대표는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습니다. 화재로 사랑하는 가족이나 전 재산을 잃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다들 남의 일처럼 생각하지요. 더 이상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미분무수소화설비의 법적제도화가 절실합니다. 제도화만 된다면 선택은 소비자들의 몫입니다. 무조건 법적 테두리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안전을 위해 가장 최선인지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라며 정부의 적극적이고 빠른 대응책을 촉구했다.

문화재 방재에 효율적인 ‘불도리’

[비즈피플]“문화재 특별 소방법 제정이 급선무”

㈜윈 김종진 대표는 초가삼간을 몽땅 태워버린 기억이 있다고 한다. 어렸을 때의 아픈 기억이 지금의 세계적인 기술력을 만들어낸 원천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곳의 전 직원은 화재로부터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사명으로 연구 개발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불도리’다.

불도리는 대형 소방차가 접근하기 힘들고 소방력이 미치지 않는 산간 도서 벽지, 문화재, 사찰, 재래시장, 선박 등 그 어느 곳으로도 접근할 수 있는 제품으로 ‘규모는 작고 성능은 무한한’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려는 직원들의 노고는 끝이 없다. 김종진 대표는 올해부터 직원들을 위한 복지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직원들의 개인의료비와 교육비 지원부터 이윤의 사회적 환원까지… 올해는 할 일이 무척 많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저를 믿고 따라주는 직원들을 위해 최대한 복지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영남본부|신현희 기자 sh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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