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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선 vs 이사철 ‘부천 원미 을 4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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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격전지

서울 송파 병, 한나라당 예선 열기 후끈… 동작 갑, 유명인사 등장에 기성 정치인 긴장

서울 송파 병
서울 송파 병은 전·현직 의원 5명이 맞붙어 예선부터 벌써 관심 지역구로 떠올랐다. 한나라당에서는 17대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한 이원창 전 의원이 당협위원장으로 텃밭을 닦아왔다. 이 지역은 강남에 속하기는 하지만 한나라당이 한 번도 깃발을 꽂은 적이 없다. 다른 지역과 달리 생활수준이 낮은데다 호남·충청 출신 주민이 많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17대 총선 때 한나라당에서 출마했다고 하면 고개도 들지 않았다”면서 “내가 호남 출신이고 지난 4년 동안 발벗고 다녔기 때문에 이곳에서도 한나라당이 승리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이계경·나경원 의원을 겨냥해 “이 지역은 낙후한 만큼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면서 “낙하산 공천으로 내려와서 이 지역을 책임질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위쪽부터시계방향순)이근식·김성순·이원창·나경원·이계경

(위쪽부터시계방향순)이근식·김성순·이원창·나경원·이계경

대선에서 대변인으로 이름과 얼굴을 널리 알린 나경원 의원은 ‘힘 있는 후보론’을 내세웠다. 나 의원은 “이곳은 거여·마천 지역의 개발이 관심사항”이라면서 “지역 주민의 바람 역시 능력 있는 후보가 와서 정부·서울시와 긴밀한 협조 아래 개발이 잘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평일 오전에는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나 의원은 평일 오후나 주말이 돼야 지역구를 누비며 지역 주민과 접촉하고 있다.

이곳에서 23년 동안 산 이계경 의원은 “누구보다 송파를 잘 안다”면서 “지역 주민들에게는 재개발도 중요하겠지만 일자리 창출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특성에 맞게 여성·고령 유권자들을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여성신문사 사장이었던 이 의원은 “송파 갑·을·병 중 한 곳에는 여성 의원을 배려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경선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합의에 따라 묘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여론조사를 통한 공천을 주장했다.

한나라당 후보와 본선에서 맞설 상대는 현역인 통합민주당의 이근식 의원이다. 이 의원은 4년 동안 법조타운 유치, 성동구치소 이전 등 자신의 공약이 실현된 만큼 앞으로 거여·마천 뉴타운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들고 교통망을 확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의원은 “민주당과 통합됐기 때문에 이곳의 여론이 대선 이후 많이 달라졌다”면서 “영남 출신인데다 김대중 대통령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을 한 것이 영·호남 가리지 않고 이 지역 주민들에게 호감을 얻은 바탕”이라고 강조했다. 전 민주당 사무총장이자 전 최고위원인 김성순 의원은 합당으로 이근식 의원과 공천 대결을 앞두고 있지만 예비후보도 등록하지 않은 채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2월 20일 김 전 의원은 “낙선한 후에도 4년 동안 지역에서 계속 활동했다”며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부천 원미 을
부천 원미 을은 배기선 의원(통합민주당)과 이사철 전 의원(한나라당)의 네 번째 승부로 눈길을 끈다. 배 의원이 16·17대 총선에서 승리해 2승 1패, 이 전 의원이 15대 총선에서 승리해 1승 2패의 전적을 기록했다. 네 번째 승부인 만큼 상대를 너무 잘 알고 있는데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기에 극명하게 대비된다. 공안검사 대 민주화 투사의 대결로 세 차례나 진검승부를 벌인 두 사람의 총선 싸움은 말 그대로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상징된다.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노동당의 최순영 의원까지 가세했다.

(왼쪽부터)배기선·이사철·최순영

(왼쪽부터)배기선·이사철·최순영

방어에 나선 배 의원은 현재 뇌물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최종판결 시기가 이 지역 총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배 의원 측은 “지역 현안이었던 지하철 7호선 연장을 16대 때 이끌어낸 만큼 지역 내부에서 배 의원의 공적을 다 알고 있다”며 “배 의원이 앞으로도 이 사업을 잘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의원 간의 신경전이 날카로운 것에 대해 배 의원 측은 “이번 싸움이 양측간에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이며, 지는 쪽은 정치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사철 전 의원은 배 의원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다. 이 전 의원은 “16대 때는 불법적인 낙선운동으로, 17대 때는 탄핵바람으로 낙선했다”고 아쉬워했다. 이 전 의원은 또 “중동·상동 신도시, 이 지역은 새로 이주해온 주민이 많은데 생활하는 데 불편이 많다”며 “여당의 힘 있는 의원이 나서서 이를 해소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17대에서는 야당이어서 불리했던 것이 지금은 여당이 돼 유리해졌다는 것이 이 전 의원의 설명이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이곳에서 시의원을 역임했다. 1984년부터 부천에서 살아오며 YWCA에서 활동한 최 의원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정치를 내세우고 있다. 최 의원은 “이곳 지역은 정치적 수준이 높은 중간층 주민이 많다”며 “선거 과정에서 정치적 싸움에 치중하기보다 지역 주민들, 특히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을 만들고 펼치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 동작 갑
서울 동작 갑은 한나라당 후보가 4배수로 압축되면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무엇보다 영화배우 남궁원씨의 아들인 홍정욱 전 헤럴드미디어 대표와 유정현 아나운서의 출사표로 후끈 달아올랐다. 유명인사들이 등장한데다, 4명의 후보 이름 뒤에 강재섭·서청원·이재오·정몽준 등 한나라당 중진 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당내 헤게모니 싸움의 격전장이 돼버렸다.

(위쪽부터시계방향순)전병헌·서장은·권기균·홍정욱·유정현

(위쪽부터시계방향순)전병헌·서장은·권기균·홍정욱·유정현

크게 일전을 벼르고 있는 쪽은 현 당협위원장인 서장은 후보와 동작 토박이 권기균 후보다. 서장은 후보는 이 지역의 ‘터줏대감’이었던 서청원 전 한나라당의 보좌역으로 일하다가 이 지역을 물려받아 조직면에서는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4년 동안 이 지역을 누비고 다녔다. 서 후보는 “야당이었지만 오히려 서울시에서 여당이었기 때문에 발품을 팔아가며 지역 민원을 해결해왔다”면서 “유명인들이 인지도는 높을지 모르지만 당선 가능성은 낮다”고 두 후보 측을 겨냥했다.

권기균 후보 역시 두 후보 쪽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권 후보는 “오랫동안 당에 기여했으며 당에서 드문 공학박사기 때문에 공천 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후보는 또 “이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며 “동작구를 과학교육특구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정욱·유정현 후보 측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홍보에는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유정현 후보 측은 “공천 발표 때까지 입장을 밝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홍정욱 후보 측 역시 세간의 유명세 때문인지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현역 의원인 통합민주당 전병헌 의원 측은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신 안산선 부활, 대방동 미군 기지 이전, 노량진 민자 역사 착공 등 지역 현안을 많이 해결했다는 점을 우선 내세웠다. 전 의원 측은 한나라당의 경선이 치열한 것에 대해 “옛날 서청원 전 대표의 지역구라서 출마만 하면 당선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면서 “모두 정치 현실을 잘 모르는 신인들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유명인사 후보를 의식해서인지 전 의원 측은 “전 의원은 물론 부인 역시 동작에서 자라고 컸다”며 지역 연고성을 강조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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