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특별지원교육 ‘세심한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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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는 물론 경증장애까지 돌봐… 일반학교 함께 다니며 자립의지 북돋아

일본은 2007년 4월부터 아스퍼거증후군(AS) 학생에 대해서도 특별지원교육을 실시했다. 아스퍼거증후군이란 경도의 자폐증으로 ‘고기능 자폐장애’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인지기능과 회화능력을 갖추었지만 사회성과 커뮤니케이션, 상상력 면에서 장애를 겪는 사람이다.

‘특수교육’ 호칭도 ‘특별지원교육’으로
이 증후군을 보이는 학생들은 또래집단이 지녀야 할 암묵적인 룰을 모르기 때문에 종종 집단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 교사도 이들 학생을 대할 때 으레 장난치는 아이, 의지가 없는 아이, 협조성이 결여된 아이,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는 아이로 판단하기 십상이다.

아스퍼거와 같은 지적 지연이 없는 발달장애 학생까지도 학교 안에서 특별지원을 하게 된 배경은 2000년부터 사회 각층에서 줄곧 필요성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학급에서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학급 붕괴가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원인이 불분명한 소년범죄가 갈수록 증가하자, 국립 특수교육종합연구소에서 초등학생들의 주요 과목에 대한 지연도를 알아보았다. 조사 결과 학년마다 대략 5~9%가 2학년 이상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문부과학성은 특별교육지원이 필요한 학생의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일반 학급에서 학습장애(LD), 주의결함다동장애(ADHD), 자폐증 등을 지닌 초·중학생이 68만 명가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에는 그저 좀 이상하고 모자란 아이로 여겨진 장애학생들이 공식적인 데이터로 확인된 것이다. 이 전국조사의 영향으로 일반 학급에는 장애학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본방침에서, 일반 학급에 다니는 장애학생을 포함한 새로운 특수교육제도를 만드는 방향으로 일대 전환한 것이다.

문부과학성은 ‘21세기 특수교육 본연의 자세’ ‘향후 특별지원교육 본연의 자세’ 등과 같은 보고서를 작성했고, ‘신장애인 기본계획’ ‘발달장애인 지원법’ 등을 책정했다. 중앙교육심의회가 ‘특별지원교육을 추진하기 위한 제도 본연의 자세’라는 답신을 통해 학교교육법의 시행규칙 일부를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종래의 ‘특수교육’이라는 호칭에서 ‘특별지원교육’으로 명칭을 바꾸었는데, 이는 지원받아야 할 학생의 입장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서다. 또한 교육상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학생으로 지원 대상을 대폭 확대한 점도 특징 중 하나다.

전담 학습교원 배치 학교생활 도와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지체부자유자, 지적장애인 등이 다니는 기존의 ‘특수학교’도 ‘특별지원학교’로 개명했다. 장애를 지닌 아이들을 따로 분리해내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본연의 목적으로 삼기 위해서다.

특별지원학교에 가야 하는 중증장애가 아닌 경증 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초·중학교 내에 ‘특별지원학급’을 마련하여 특별지원 혜택을 부여했다. 그 덕분에 그동안 지원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던 아스퍼거 같은 학생에게 특별지원을 하게 되었다. 특별지원 학급은 현재 초등학교 학급의 7.8%, 중학교 학급의 7.9%를 차지하고, 고등학교에서는 시범적으로 모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를 지닌 학생들이 더 풍요롭고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학교와 사회가 힘을 합쳐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 학생들에게 장애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이차적인 장애를 최대한 막아주며, 범죄에 휘말리지 않도록 도와준다. 예산은 각 지자체의 독자예산으로 충당한다. 올해는 360억 엔 정도의 예산과 3만여 명의 교원을 지원할 것이 예상된다. 이는 전국 공립 초·중학교에 1명가량의 교원을 배치할 수 있는 수치다.

각 학교에 학습지원 교원을 배치하여 장애학생들이 학교 교육을 받는 데 불편함을 줄이도록 애쓴다. 장애 정도에 따라 식사와 용변, 옷을 입고 벗는 것을 도와주기도 하고, 읽기·쓰기·듣기가 힘든 학생을 위해 대신 읽어주기도 하며, 필기를 돕고 반복해서 들려준다. 수업 중 교실 밖으로 뛰어나가는 학생들을 학교 안에 따로 마련한 장소로 안내해 주거나 수업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주의를 기울인다. 다른 학생들을 공격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예방한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만은 아니다. 장애학생이 혼자 할 수 있는 부분은 격려·장려하여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한다. 또 일반 학생들에게 특별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을 이해는 것과 그들과 교제하는 방법 등을 담임교사와 협력해 교육시킨다. 학습지원 교원은 장애학생에 대한 정보를 학부모와 쌍방향으로 공유함은 물론, 주기적으로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다.

이는 장애인이라 할지라도 지적 성장은 멈추지 않으며 비록 천천히 진행되지만 성장해나가기 때문이다. 성숙한 사회일수록 학창시절, 그들의 자립을 돕는 효율성 있는 교육방법을 더 적극적으로 고민할 것이다.

봉영아〈유비컨텐츠 대표〉 ub@ubconten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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