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서 “한류 효자 노릇”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문화적 자긍심 고취뿐 아니라 실질적 경제적 효과로 이어져 한국상품 판매 호조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상품과 식문화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사진은 한국 상품을 구매하려는 현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상품과 식문화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사진은 한국 상품을 구매하려는 현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

10여 년 전, 중국에서 방영된 우리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와 ‘가을동화’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중국 언론이 2000년 H.O.T의 베이징 공연 이후 본격적으로 ‘한류’(韓流)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한류는 하나의 커다란 문화적 흐름이 되었다. 일본에서 욘사마 열풍이 거세게 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한류를 지칭하는 범위가 넓어졌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일반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동남아시아에서 부는 한류 열풍도 만만치 않다. 싱가포르과 태국 등에서는 가수 ‘비’가 광고 모델로 등장할 정도인데, 인도네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인도네시아의 한류 열풍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분야는 역시 방송·문화계다. 드라마 ‘가을동화’와 ‘겨울연가’ 등은 인도네시아어로 번역되어 공중파 방송으로 전국에 방영되었고, 이후에도 ‘파리의 연인’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장동건·권상우·이동욱 등 유명 연예인의 자카르타 방문 행사장(Meet & Greet)과 인기가수 파란의 콘서트에는 소득 대비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오빠 부대’를 연상시키는 열혈 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와 같은 현상은 지난해 ‘한사모’(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Bandung Korea Community)라는 현지인으로 구성된 민간 모임을 결성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들은 ‘반둥 한국 문화 교류 축제를 주최하고, 2007 아시안컵 우리나라와 바레인의 경기를 관람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현지인 민간모임 ‘한사모’ 결성도
인도네시아에 널리 퍼지고 있는 한류 문화를 좀 더 심층적이고 다각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지난해 10월에는 KBS World를 통해 한류 문화가 인도네시아에 끼친 영향을 다룬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인도네시아 코린도 그룹 산하 OKTN 방송국과 KBS가 공동 제작한 이 프로그램은 한류의 인도네시아 도입을 다른 나라의 경우와 다르게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인기 드라마가 방영되고 다양한 디자인과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우리 제품이 진출하면서, 그동안 친숙해져 있던 일본 제품과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이를 사용하는 많은 인도네시아인이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류 열풍이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일부의 비판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예외인 듯하다.

LG전자 인도네시아 국민브랜드로
대표적으로 ‘대장금’이 방영된 이후, 이영애를 모델로 내세운 LG전자는 인도네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인도네시아 최우수 수출기업상인 프리마니야르타 어워드(Primaniyarta Awards)를 2년 연속 수상했다. 수출 실적, 국내 영업 실적, 기술 이전, 사회 공헌 등 7개 부문을 종합 평가하는 이 상은 LG전자가 산학협동, 고아원 후원 등의 교육·문화 후원을 비롯해 재해 지원 등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인도네시아 국민 브랜드로 발돋움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LG전자는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에도 주요 가전제품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교민들이 운영하는 한식당에도 현지인 손님들이 절반 가까이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늘어 우리 음식문화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기도 한다.

또한 교민 기업인 무궁화 유통은 한국 농수산 유통공사, 현지 디아몬 그룹과 협력하여 ‘한국 상품 및 문화전’을 개최했다. 우리의 다양한 상품과 문화를 이곳 현지인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취지로 기획된 이 행사는, 올해에는 예년에 비해 규모를 확장하여 디아몬 백화점 2곳과 무궁화 유통 본·지점 4곳에서 열렸다. 특히 사물놀이 공연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를 현지인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많은 호응을 얻었다. 그뿐 아니라 김치 시식, 김치 담그기 시범, 불고기·잡채·비빔밥 요리 강습으로 식문화를 소개하는 한편, 라면과 김, 과자류 등 각종 상품과 과일(배·포도·감귤·밤)을 시식, 판매하여 많은 관심을 끌었다.

개화 이후 우리는 줄곧 외부, 특히 일본과 미국 중심의 서양문화를 받아들여왔다. 그러므로 한류는 우리 문화를 다른 문화권에 전파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문화사적으로 의미가 크다. 민족적·문화적 자긍심을 크게 높인 한류는 이제 그 지속성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하고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류를 효율적으로 지속시키기 위한 문화적·경제적·국제 관계적 측면의 고민이 긍정적인 내용이라면, 현지 국수주의자들의 ‘반한류’나 ‘혐한류’로 대표되는 한류에 대한 반감은 부정적인 반응이다.

한류는 일방적인 것이어서는 안 되고 서로 주고받는 것이어야 한다. 그 이름에서 보는 것처럼 한류는 문화이고 문화는 흐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승우<한샘학원 국어·논술강사>

아시아 아시아인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