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광양시

광양제철소의 광양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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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미학을 경영윤리로

사랑의 집짓기

사랑의 집짓기

2002년 1월 22일에는 지하철 2호선 공사장 신남사거리에서 복공판이 붕괴돼 운행 중이던 시내버스가 지하로 추락하는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1995년 지하철 가스폭발사건에 이어 터진 어이없는 지하철 사고였다. 사상자만도 3명이었다.

며칠 후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그곳을 지나게 됐다.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처참한 사고현장이 아니었다. 그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며 사고현장 수습을 돕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삼성’ 로고가 새긴 조끼를 입고 있었다. 이튿날 LG그룹 간부회의 시간. 늘 유머를 섞어가며 회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구 회장이었지만 이번에는 단호하게 사회공헌사업의 추진을 지시했다.

사회공헌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자주 인용되는 유명한 일화다. 이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한국 기업사회에서도 ‘사회공헌’이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불과 5년 만에 세상은 너무도 많이 바뀌었다. 사상 최대의 기름유출사고에 투입된 순수 자원봉사자는 무려 70만 명. 이완구 충남지사는 “몇 년 전 일본에서도 기름유출사고가 났을 때 3개월 동안 30만 명이 자원봉사에 참여해 일본 열도를 흥분의 도가니로 만든 일이 있다”면서 “우리는 불과 한 달 동안 자원봉사자 70만 명이 바위에 묻는 기름을 손으로 닦아냈다”고 말했다. 세계도 이를 주목했다. 행정자치부가 기름유출사고가 난 충남 태안 일대에서 방재작업을 도운 자원봉사자들을 노벨상 시상 부문에도 없는 ‘노벨 환경상’ 후보로 추천할 것을 검토할 정도다.

이렇듯 많은 사람이 태안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기업, 교회 등 각종 봉사단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 포스코도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고 이후 임직원 2300여 명이 태안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 피해 현장의 어려움을 감안, 방재작업에 필요한 원유 흡착포와 작업복, 작업용 장화, 마스크, 수거마대 등 모든 장비를 자체적으로 준비하는 등 봉사활동이 임직원들에게 ‘나눔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게 포스코 측의 설명이다. 포스코는 자선적·시혜적 차원의 기부를 벗어나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봉사로 유명하다. 그게 지난해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일본판)가 선정한 세계 사회책임 기업 순위에서 국내 기업 중 1위에 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포스코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100위권 안에 들었고, 전 세계 500개 기업 중 30위를 차지했다.

포스코는 이런 영예가 ‘전략적 사회공헌’과 ‘자발적 봉사활동’이라는 개념을 접목한 덕택이라고 말한다. 전략적 사회공헌이란 ‘지속적’이고 ‘주기적인’ 그리고 ‘지역에 기반을 둔’ 봉사활동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지원과 직원의 자발적 참여가 어우러진 것이다. 특히 전략적 사고의 효과는 지역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는 광양제철소에서 더 큰 효과를 보고 있다. 김용수 포스코 광양제철소 행정섭외그룹 팀 리더는 “광양제철소는 1980년대 초반 광양으로 입지를 결정한 이래 지역사회와 공존공생하기 위한 바람직한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지원과 직원의 자발성 접목

가야산 봉사활동

가야산 봉사활동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광양제철소의 자원봉사활동은 뿌리가 깊다. 1988년 최초로 ‘포스코맨’이 결식아동과 자매결연을 맺은 게 계기가 됐다. 현재 광양 지역에는 총 287개 봉사활동 단체와 107개 자매결연 부서가 결성되어 있다. 직원 가족 1300여 명을 포함한 직원 1만2000여 명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광양제철소 직원이 6400명임을 감안하면 직원 1인당 1, 2개 이상의 봉사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1인당 자원봉사 봉사시간은 한 달 기준으로 25.7시간, 봉사활동 참여율은 89.3%이다. 자발적 봉사활동의 기여도는 국내 대기업 중 최고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허남석 광양제철소장은 “현재까지 부서별 총 누계 봉사시간이 1000시간이 넘는 봉사단체만 7개나 된다”면서 “소외된 이웃과 빈민층 지원, 장애인 돕기, 장학금 지급 등 다양한 형태의 봉사활동이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양제철소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철강제품만큼이나 정교하다. 광양제철소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으로 ‘사랑의 집 고쳐주기’가 꼽힌다. 동사무소 또는 지역 대표단체의 추천을 받아 광양시 광영동, 태인동 내 독거노인과 저소득층 가정에 더 나은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기 위한 활동이다. 주로 건물 외벽 도장, 실내 전등 수리, 지붕 슬레이트 교체 등을 한다. 노후 정도가 심한 주택은 ‘모듈러(조립식) 주택’을 마련해주고 있다. ‘사랑의 집 고쳐주기’에는 서희건설, 혁성실업, 두양건설 등 외주 파트너사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서희건설 백운선 부장은 “봉사하면서 배운다”면서 “땀 흘려 일하는 봉사를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랑의 집 고쳐주기’는 2004년부터 매주 토요일을 ‘나눔의 토요일’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나눔의 활동에 참여한 연인원은 무려 5만2000여 명.

외주업체들도 봉사활동에 적극 동참
‘나눔’이 클수록 사랑은 깊어지는 법이다. 결식노인과 장애인, 저소득 주민들을 위한 무료급식소 ‘포스코 나눔의 집’도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 나눔의 집’은 국내 최초로 조리에서 배식까지 회사가 직접 운영한다. 또 광양제철소 47개 외주 파트너사도 지난해 ‘연합봉사단’을 창단해 조직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연간 6억 원을 출자해 태인동 환경보존과 주민 생활환경 개선산업을 했다.

전문 사회봉사단체와 힘을 합쳐 나눔의 행사나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 결식아동에 대한 급식비 지원과 경노당 시설개선사업, 장애인 이동차량 지원, 장학사업, 무료간병서비스 제공, 전문학문 연계 봉사활동, 지역아동센터 운영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년간 광양제철소는 지역과 함께 호흡하면서 ‘나눔’을 하나의 기업문화로 꽃피워온 덕에 사회공헌활동이 지역과 기업을 하나로 이어주는 튼튼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허남석 광양제철소장은 “사회공헌활동은 직원들에게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면서 “앞으로도 지역사회의 건실한 경제적 주체이자 친근한 기업, 존경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을 통해 지역사회와 좀 더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약속인 셈이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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