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명인

매실의 대중화와 명품화에 평생을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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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명인 홍쌍리 청매실농원 대표

[광양 명인]매실의 대중화와 명품화에 평생을 바쳤다

"꽃 중의 꽃, 매화꽃아. 엄마 가슴에 피어라, 영원히 피어라. 섬진강 언덕 위, 백운산 골짝마다, 광양 시민 가슴마다 영원히 피어라.”

얼마나 매화를 사랑하면 매화를 두고 자신을 엄마라고 칭할까? 홍쌍리 대표에게 매화꽃은 딸이고 매실은 아들이다. 더는 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 시대의 ‘매실 명인’ 홍쌍리 대표(67). 광양에 오면 반드시 둘러봐야 할 곳이 바로 매화마을이다. 전남 광양시 다압면에 위치한 청매실농원으로 대표되는 매화마을은 동으로는 섬진강을 경계로 경남 하동군, 서로는 진상면과 옥룡면, 남으로는 진월면, 북으로는 구례군 간전면에 닿아 있다. 뒤쪽에는 전남에서 제일 높은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백운산과 앞쪽에는 섬진강이 감싸고 있는 지역에 위치해 있다. 백운산 자락과 섬진강변에 자라는 매화나무에서 꽃이 만발할 때면 다압면 주변의 매화마을은 온통 새하얀 매화꽃으로 뒤덮인다. 마을 주변 밭과 산능선 99여만㎡에 운집한 100만 그루의 매화나무 꽃 무리는 그림 같은 섬진강의 운치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경남 밀양이 고향인 홍 대표는 40여 년 전 이곳 섬진강변 밤나무 과수원으로 시집와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래 매실을 대중화하고 명품화하는 데 평생을 바쳐온 매실 장인이다. 꽃다운 23살의 나이에 시집와서 힘든 시집살이를 겪었지만 매화꽃과 운명적인 만남은 오늘날의 홍 대표를 만든 삶 그 자체였다. 볼수록 빠져드는 탐스러운 매화꽃에 반해 시아버지인 김오천(1988년 작고) 옹과 밤나무를 베어내고 매화를 하나둘씩 심어 오늘날의 청매실농원을 일궈냈다.

매실은 내장을 청소하는 정화제

청매실농원에 매실을 담은 장독대가 가지런히 늘어서 있다.

청매실농원에 매실을 담은 장독대가 가지런히 늘어서 있다.

청매실농원은 김오천 선생이 1931년부터 밤나무 5000주, 매실 5000주를 심은 것이 시초가 됐고 매화 집단 재배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곳으로 유명하다. 홍 대표는 27ha의 농장을 청매실 농장으로 조성하면서 농약 대신 유기농법을 고집한 것으로 유명하다. 고집스럽게 야생화와 청보리를 나무 주위에 심어 늘 농원을 청정하게 유지했다. 홍 대표는 농원 내 5년간 묵혀 독을 빼낸 소금과 돼지거름, 소거름, 보리를 썩힌 퇴비로 기른 매화나무에서 튼실하게 열리는 매실로 만든 장아찌, 매실환, 매실원액, 매실정과, 매실차 등 여러 종류의 매실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홍 대표의 성공으로 매실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마을 사람들은 뒤늦게 매화나무를 심었고 매화마을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조성되었다.

매실이 단지 맛좋은 과일로만 유명한 것은 아니다. 홍 대표는 “매실은 불편한 뱃속을 정화시켜주는 청소부”라며 “매실을 장기간 음복하면 위장이 좋아져 장이 안 좋거나 변비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효능이 있다. 우리 매실을 먹고 고질병을 고쳤다는 편지를 받을 때면 우직하게 유기농법으로 한길을 걸어온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매실의 효능은 이미 국내외 여러 연구기관이 과학적인 실험을 거쳐 입증했다. 매실농축액은 대장균과 적리균 등의 증식을 중지시켜 위장, 소장, 대장의 작용을 활발하게 하고 혈중 콜레스트롤 증가를 억제하는 데도 효능이 있다. 또한 세균성 식중독을 일으키는 장염 비브리오균에 대한 항균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실농축액은 항균작용을 발휘하는 구연산 성분을 레몬보다 5~7배나 많이 함유하고 있어 적은 농도로도 높은 항균 효과를 보인다. 매화꽃이 만개하는 봄이 찾아오면 16만5000㎡에 달하는 청매실농원에는 전국 각지에서 매화꽃을 구경하려는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현재 청매실농원은 매화축제, 매실수확 체험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면서 광양 매화마을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었으며 1년 동안 찾는 관광객만도 1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매화축제 산파역 인정받아 ‘올해의 관광인’ 선정
사람들이 청매실농원 하면 떠올리는 것은 끝없이 펼쳐진 새하얀 매화꽃 외에도 매실을 담아놓은 2200여 개에 달하는 장독대다. 가지런히 정렬된 장독대는 마치 사열을 받는 군인처럼 질서정연하다. 장독대 너머로는 섬진강의 그림 같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장면에서 평소 ‘농사는 예술이다’라고 말하던 홍 대표의 장인정신을 읽을 수 있다. 홍 대표는 1997년에 전통식품 명인 제14호(식품부문 1호)로 지정받았다. 1998년에는 대통령상 수상(가공식품 부문), 석탑산업훈장 수훈, 1999년에는 신지식농업인으로 선정된 스타 농업인이다.

지난해에는 관광한국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의 관광인’에 선정됐다. 국가가 지정하는 전통식품의 명인으로 매화와 매실을 관광자원화해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광양매화문화축제’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홍 대표는 자신을 가리켜 ‘아름다운 농사꾼’이라고 말한다. 청매실농원이 판매하는 매실상품에는 홍 대표가 직접 쓴 다음과 같은 편지가 들어 있다.

“농사라는 작품이 도시민의 밥상을 약상으로 만들면, 농민과 도시민이 아름답게 만나네. 도시민들아, 어둠과 괴로움은 저 섬진강물에 다 씻어버려라, 힘들 때, 포근한 엄마의 품속 같이 꼭 보듬어줄게. 고향이 없는 이에겐 고향이 되어줄게. 외딴 산비탈에 살면서 사람이 그리워서 이 일을 시작한 나는 머리에 서리꽃이 피든 얼굴에 주름이 지든 일할 수 있는 힘만 있다면 가장 아름다운 농사꾼으로 영원히 살고 싶다.”
홍 대표가 생산하는 매실이 효능이 있는 까닭은 이렇듯 진심을 담아 정성껏 농사를 짓기 때문이 아닐까.

봄의 속삭임! 매화축제 찾아 광양으로 오세요

광양은 예로부터 ‘앞문을 열면 숭어가 뛰고, 뒷문을 열면 노루가 뛴다’는 말이 전해올 정도로 먹을거리가 아주 풍성한 고장이다. 바다와 산, 강, 들 어느 것 하나 빠진 것 없이 두루두루 갖춘 자연환경에서 나오는 갖가지 먹을거리 중에서 옛날 임금님의 수랏상에 올라간 음식도 많다. 이러한 먹을거리를 소재로 광양에서는 경칩 무렵에 ‘뼈에 이로운 물’이라 하여 ‘골리수(骨利水)’에서 유래한 ‘고로쇠’를 소재로 ‘고로쇠약수제’가 열린다. 3월에는 전국 꽃 축제 중에서 가장 먼저 열리는 ‘매화문화축제’가, 가을에는 ‘집 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는 전어를 주인공으로 한‘전어축제’가 열린다. 또한 백운산 참숯으로 구워낸 숯불구이를 주제로 매년 초가을 ‘숯불구이축제’를 열어 전국의 미식가를 광양으로 부른다.

특히 1997년부터 시작한 광양매화문화축제는 비록 역사는 짧지만 2002년부터 2005년까지 4년 연속 전라남도 지정 10대 대표축제로 선정될 정도로 상춘객의 인지도가 높다. 지난해에는 전국 각지에서 100여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광양시는 올해 ‘광주, 전남 방문의 해’를 맞아 매화가 지닌 정신적·문화적 이미지를 통해 광양시 문화관광산업의 브랜드 가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광양시 전역(다압면 매화마을 중점 운영)에서 펼치는 올해 행사(3월 8일~16일)에서는 추모식과 개막식 외에 매화꽃길 시화전, 직거래장터, 매실묘목 및 야생화 판매 등 12개 전시·판매 행사가, 매화음식경연대회. 매화백일장, 광양매화전국사진촬영대회 등 5건의 경연행사, 매화꽃길음악회, 매화꽃길 매직로드쇼 등 8건의 공연행사, 나만의 매화만들기, 매화압화체험 등 14건의 체험행사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되어 있다.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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