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한·일관계 개선 기대감 표출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한국 정권교체를 바라보는 시각, 자국 국익 관점서 북핵문제 해결 기대

대선 다음 날인 지난 12월 20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시게이에 토시노리 일본 대사의 예방을 받고 있다. <박민규 기자>

대선 다음 날인 지난 12월 20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시게이에 토시노리 일본 대사의 예방을 받고 있다. <박민규 기자>

일본 사회는 한국 대선을 어떻게 봤을까. 일본 4대 신문인 요미우리·아사히·마이니치·산케이신문을 살펴보면서 그 특징을 정리한다.

일본 주요 언론들이 제일 관심을 보인 부분은 ‘대북정책’이다.
발행 부수가 제일 많은 요미우리신문은 대선 이튿날 사설을 통해 일본 입장에서 이번 대선의 제일 큰 관심사는 정권 교체로 인한 대북정책 변화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무분별하고 무비판적”이라면서 “북한 인권 문제를 중시하는 한국 보수세력의 인식은 지금까지의 햇볕정책에 의구심을 갖는 일본의 걱정과 공통된다”고 평가했다.

마이니치신문의 대선 다음 날 사설 제목은 ‘한국 정권 교체 대북 현실주의를 선택했다’였다. 이 신문은 “한국 국민들은 남북통일이라는 이념을 중시하는 정권보다 현실주의적인 대북정책을 내세우는 정권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4대 신문 중에 제일 진보적이라고 불리는 아사히신문은 역시 같은 날 사설에서 절제된 표현으로 “6자회담과 보조를 맞추며 현실적인 정책이면 환영하고 싶다”고 했다.

“현 정권 한·일관계 상당히 냉각”
사설들을 보면 일본 사회가 품고 있는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엿볼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일본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과 때로 크게 엇갈렸다. 일본 사회의 국민적 관심사는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이었다. 이번 정권 교체로 대북정책이 노무현 정부 때보다 강경하게 바뀔 것이라는 게 일본 사회의 공통적인 인식이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또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일본 4대 신문 중에 제일 보수적인 논조를 펴는 산케이신문은 대선 다음 날 사설에서 대북정책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대부분 한·일관계 문제를 다루었다. 산케이신문은 한국이 “세계에서 주목받을 만한 나라가 되었지만 지도자도 국민도 이제까지는 그러한 ‘국제적인 지위’를 깨닫지 못한 것처럼 행동해왔다”며 “그 상징이 과거에 대한 고집”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의 대일정책이 “일본에 대해 영토 문제, 교과서 문제, 야스쿠니 문제, 위안부 문제 등 불요불급(不要不急)한 문제를 채택하여 과거의 역사와 연결하면서 ‘일본이 침략주의적’이라고 하고 한때는 한·일정상회담을 거부하는 강경 수단까지 취했다”라며 “아주 여유 없고 관념적인 대일외교였다”고 비판했다.

아사히신문은 “우리가 가장 기대하는 것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만의 책임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현 정권에서 한·일관계는 상당히 냉각되었다”라며 “후쿠다 정권은 중국·한국과의 근린외교를 중시하여 아시아정책을 다시 세우려 하고 있다. 역사 인식 등의 과제는 있지만 한국의 정권 교체를 계기로 한·일 연계를 회복하는 데 박차를 가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과 한국은 역사 인식에 차이가 있지만 지역 안전보장이나 자유무역협정 등 공통 과제도 많다”며 “그러한 사안을 새 정부와 건설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아시아 전체 안정·번영에 힘써야”
이 사설들은 모두 한·일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그러나 한·일관계가 악화한 원인에 대한 분석이 없고 그 원인이 노무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있다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일본 정부나 일본 사회의 잘못과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거나 분석하지 않았다. 대북정책에 대한 일본 언론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일본 사회나 언론이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유화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일본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는 없다. 일본 정부나 일본 사회의 한반도정책에 대한 비판 없이, 한국이나 북한에만 원인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식민주의적인 인식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러한 논설 방식을 보면서 일본 저널리즘의 위기까지 느꼈다.

일본 4대 신문 중 그나마 볼 만한 것은 아사히신문의 사설이다. 이 신문의 사설은 ‘한국 대선, 동아시아 연계의 호기로’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노무현 시대에는 미국과의 관계도 서먹서먹해졌다. 이 관계를 복원하는 것도 새 대통령의 과제다. 한·미·일 협력을 재가동해 깊이 있게 해야 한다. 아울러 중국을 포함해 한·중·일 연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러한 동북아지역 연계는 한국의 이익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안정과 번영에 크게 이바지한다.” 북핵 문제 해결을 호소하는 다른 신문 사설들이 일본의 국익적인 관점에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면, 아사히신문은 일본의 국익을 넘어 아시아 전체를 보면서 한·중·일 연계의 중요성을 호소한다는 점에서 점수를 줄 수 있다.

한국의 새 정부가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를 보는 것, 한·중·일 연계를 더 깊이 있게 하면서 북한과의 화해를 확고히 하고, 그럼으로써 동북아 공동체의 형성에 이바지하는 것을 필자도 바란다. 이명박 당선인이 그러한 방향으로 외교정책을 펼치리라고 기대한다.

송승재〈재일코리안청년연합(KEY) 공동대표〉

아시아 아시아인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