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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특검, 순풍이냐 역풍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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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기소될 경우 소용돌이… 무혐의 땐 현 여권 엄청난 충격파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이명박 특검법'공포안을 심의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이명박 특검법'공포안을 심의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BBK 주가조작 의혹사건’ 개입 여부 등을 수사하기 위한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이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1월 3일 ‘이명박 특검법’에 따라 수사할 특별검사 후보로 정호영 전 서울고법원장과 이흥복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청와대에 추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들 중 1명을 ‘이명박 특검법’ 특별검사로 임명할 예정이다. 신당은 특검법 제정 때 보수성향의 대한변호사협회보다 노무현 대통령과 개혁적인 코드가 맞았던 이용훈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토록 한 바 있다.

이번 특검의 조사기간은 수사기간 40일을 포함해 최장 75일로 대통령 취임일인 2월 25일까지는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1월 18일까지 준비를 마치고 수사를 시작해 2월 17일까지 1차 수사를 끝내며, 필요할 경우 10일을 연장할 수 있다.

조사대상은 ▲BBK 주가조작 및 횡령 의혹 ▲다스 및 도곡동 차명소유 의혹 ▲서울시장 재직 시절인 2002년 상암동 DMC 특혜 의혹 등 이 당선인과 관련한 모든 의혹이 총망라돼 있다. 특검법에 따르면 이 당선인을 소환해 조사할 수도 있다. 이 법은 참고인 출석을 요구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지정한 장소까지 동행할 것을 명령하는 등 참고인에 대한 강제수사권을 부여했다. 검찰은 지난해 말 BBK 수사 당시 이명박 후보를 소환하지 않고 두 차례 서면으로만 조사했다. 또 기소돼 재판을 할 경우 1심을 3개월 이내, 2심과 3심을 각각 2개월 이내에 끝내도록 규정했다.

이는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대통합민주신당(이하 신당) 등 현 여권의 주도로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명박 특검’은 조사 결과에 따라 총선 정국에서 극과 극의 충격파를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만약 특검이 검찰의 결론대로 이 당선인에 대한 무혐의 판결을 내리면 대통합민주신당 등 특검법을 발의한 현 여권은 치명상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반대로 특검에서 이 당선인의 혐의를 인정해 기소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말려들 공산이 크다. 이 당선인이 대통령직을 유지한다 해도 국정을 운영하는 데 큰 흠이 될 수 있다. 특히 대선에서 참패한 야권은 총선 정국을 주도해나갈 새로운 동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명박 특검’은 특검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승자와 패자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한 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① 이명박 당선인 소환·기소할 경우

국회는 지난해 12월 17일 본회의를 열어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이명박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대통합 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회의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국회는 지난해 12월 17일 본회의를 열어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이명박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대통합 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회의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신당 측은 이명박 당선인을 직접 소환해 기소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대통령 취임일 전에 당선인을 기소하는 일 자체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특히 재산 허위신고 등 BBK 이외의 사건에서 추가로 사실이 드러날 경우 당선인과 한나라당을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 당선인 신분인 이 당선인의 혐의가 드러날 경우 원칙적으로는 소환과 기소가 가능하다. 헌법상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당선인의 경우 신분보장과 관련해 아무런 근거 규정이 없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3조(당선인의 지위 및 권한)에는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직 인수를 위해 필요한 권한을 갖는다’고만 돼 있다.

문국현 캠프에서 일했던 김경진 변호사는 “이 당선인의 재산신고 내역 등과 검찰 수사 기록을 검토하고 나서 의문이 든다면 소환해서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당선인은 기소되더라도 당선인 자격을 상실하지 않는다. 기소되더라도 당선인의 대통령직 수행기간에는 기소가 중지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당선인이 기소되더라도 형이 확정되지 않을 경우 당선 자체를 무효화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혐의 사실이 드러나 기소될 경우, 이 당선인 스스로 대통령직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 “BBK에 연루된 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대통령직을 걸겠다”고 수차례 장담한 바 있다.

과연 특검이 과반수에 가까운 지지를 받은 대통령 당선인을 소환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특검법 제정이 정치공세의 일환이었던 만큼 이 당선자가 국민으로부터 정치적 면죄부를 받았다는 논리다.

② 무혐의 처리할 경우
이 당선인이 특검에서 무혐의 결정을 받으면 국회에서 특검을 통과시켰던 신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현 여권은 엄청난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무혐의 처리될 경우 신당은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신당은 대선 패배, 지도체제 불확실성, 특검역풍 등 총선에서 3중고를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신당이 연말에 특검을 스스로 철회하고 전열을 정비해야 했다”고 말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이들 정당이 4월 총선에서 개헌저지선인 100석도 차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견해도 나온다. 현재 국회의원 총 의석 수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299석이다. 이는 2003년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한 일로 한나라당이 타격을 받았던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 경우 향후 정국은 거대 여당 한나라당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신당은 특검법 발의 당시 강하게 밀어붙였던 분위기에서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신당의 이낙연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국민의 선택을 받은 당선인의 발목을 잡거나 괴롭히려는 생각은 없지만 국민 마음속에 남은 의심을 그대로 남겨둔다면 당선자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며 “국회를 떠난 특검법을 신당이 앞에 나서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③ 특검이 결론을 못 낼 경우
특검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도 이명박 당선인보다 현 여권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목진휴 국민대 교수(행정학)는 “특검이 이 당선인을 소환하되, 기소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종적으로는 무죄는 아니고 ‘증거가 없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목 교수는 “특검이 ‘증거 없음’이라고 결론을 낼지라도 한나라당도 더 이상 BBK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중 정부 시절 옷 로비 특검과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특검, 노무현 정부의 철도공사 유전개발 의혹 특검은 정치적 의혹이 무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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