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절반이 기독교 신자… 시민단체선 ‘정권 전면 포진’ 우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기독교 코드 인사’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근 이 당선인이 임명한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비롯해 분과위들 중 절반 정도가 기독교(개신교 또는 천주교) 신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불교계 등 타 종교 측에서는 벌써부터 ‘이명박 정부’의 총리와 내각 인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대형 교회인 소망교회 장로인 이 당선인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기독교계에 광범위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이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기독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손쉽게 외연을 확대할 수 있었다. 개신교 장로 출신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이 당선인이 세 번째로, 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도 장로를 역임했다.

이재오·정두언·김덕룡·진수희 등
사실 정치인들이 표를 얻을 목적으로 교회에 다니는 경우가 있지만 이 당선인은 모태신앙인으로 기독교는 그에게 삶 자체였다. 그는 하루를 항상 기도로 시작한다. 이 당선인은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매주 일요일이면 서울 신사동의 소망교회를 찾는다.

하지만 그는 서울시장 재직 중에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하겠다“(2004년), ”청계천 복원은 무릎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다”(2005년)라고 발언해 설화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를 따르는 핵심 측근들도 기독교인이 많다.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 선거대책위원회 최고의사결정기구였던 ‘6인회의’ 멤버 중 4명(이명박 당선인·이상득 국회부의장·이재오 전 최고위원·김덕룡 의원)이 기독교인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명박 당선인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소망교회 장로를 지냈고 지금은 은퇴했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절반을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 부의장은 이 당선인이 경선과 본선을 거치면서 부딪힌 수많은 위기의 순간에 큰 역할을 했다. 이명박 당선인과 6·3사태 멤버인 이재오 한나라당 전 최고위원도 동네 교회를 다니고 있다. 경선 막판에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한 김덕룡 의원도 서울 강남의 사랑의 교회 신도다. 인수위 정무위 간사인 진수희 의원도 사랑의 교회에 다닌다. 가장 존경하는 사람 중 한 명이 오정현 목사(사랑의 교회 담임목사)라는 진 의원은 “이명박 당선인이 서울시장 시절에 사랑의 교회에서 간증하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며 “하지만 같은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이명박 후보를 도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의 ‘복심’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정두언 의원도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이 당선인 보좌역을 맡고 있는 정 의원은 최근 서울 홍성교회에서 안수집사에 임명됐다. 정 의원은 지난해 12월 2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어영부영 교회를 다니던 저는 모진 선거를 두 번 치르면서 비로소 작으나마 믿음다운 믿음을 갖게 되었다”며 치열했던 지난 한나라당 경선과 대선 본선을 회고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인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은 이 당선인과 같은 소망교회 권사다. 이 당선인이 이 총장이 국보위 입법위원 경력 등 과거 전력으로 논란을 빚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기용한 것은 교회 인맥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경제1분과위 간사인 강만수 전 재경부 차관도 소망교회를 다니고 있다. 이 당선인은 1981년 강 전 차관을 소망교회에서 만났다. 그는 이 당선인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747’(연간 7% 성장, 10년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세계 7대 강국 진입) 공약을 실질적으로 만들어내는 등 ‘정책 코디네이터’ 역할을 했다.

기획조정위 곽승준 고려대 교수도 소망교회 예배에 참석한다. 이명박 캠프 정책 실무의 핵심을 맡았던 곽 교수는 이 당선인의 서울시장 캠프 때부터 함께했다. 곽 교수는 이 당선인이 발표한 교육공약도 입안했으며, 복지 분야 공약도 그의 손을 거쳤다. 후보시절 이 당선인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면담을 주선했던 강영우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위원 역시 이 교회에 다녔다. 당시 이명박 후보와 부시 대통령의 면담 직전까지 갔으나 강 위원이 현지에서 언론에 미리 발표하는 바람에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막판에 이 당선인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고 선거운동 연설원으로서 활약한 정몽준 의원도 소망교회 인맥이다. 차기 주자를 노리는 정 의원은 한나라당 내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당권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홍·김홍도 목사 공개 지지 물의

대한예수교 장로회 소속인 소망교회는 1977년 곽선희 목사가 창립해 현재 신도 수가 6만 명이 넘는 대형 교회다. 이 당선인은 현대건설 사장 재직 시절, 재정적으로 어려웠던 소망교회를 위해 무료로 교회 건물을 지어주고, 나중에 소망교회로부터 건축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인은 현대건설 사장일 때도 새벽에 나와 주차봉사(주차관리)를 하는 등 장로로서 모범을 보였다.

이외에도 이명박 당선인의 핵심 측근 중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부산 영도중앙교회 집사다. 김 부위원장은 이명박 캠프에서 이 당선인의 각종 정책과 공약을 만드는 데 진두지휘했다. 인수위 기획조정위 간사와 외교통일안보분과위 간사를 맡고 있는 맹형규 의원과 박진 의원도 개신교 신자다. 이방호·원희룡 의원 등도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이 당선인 비서실의 정책기획팀장인 추부길 목사나 기독교 TV 부사장을 지낸 구본홍씨도 기독교 관련 인맥이다.

목사 등 개신교계에서도 물심양면으로 이명박 당선인을 도왔다. 인수위 민간 자문위원인 김진홍 목사(두레교회)는 당내 경선부터 이명박 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며 힘을 실어줬다. 이 당선인과 막역한 친구 사이인 김 목사는 각종 집회와 광고 등을 통해 이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김 목사는 신보수를 표방하며 17여 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으로서 신보수 계층의 표를 이 후보에게 몰아줬다. 김홍도 금란교회 목사도 교회에서 예배 시간 등을 이용해 신도들에게 이 후보 지지를 노골적으로 권유했다. 김진홍 목사와 김홍도 목사는 이 같은 공개 지지로 인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서울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도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이 후보 지지를 호소해 물의를 빚었다.

인수위 등 이 당선인 주변에 기독교 인맥이 포진하다 보니 종교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수위의 ‘기독교 코드 인사’ 논란과 관련해 진수희 의원은 “종교를 기준으로 인수위원을 선발하지는 않았다”며 “이 당선인은 각자의 능력과 신뢰성을 가장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 당선인이 교회를 통해 개인적으로 쌓은 인맥이 대다수 기용되는 모습을 보니 이들이 정권의 전면에 나설까 우려된다”며 “당선인과 사적으로 가까운 특정 집단을 우대한다면 이는 정실인사·코드인사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정치교회’라는 책을 쓴 김지방 국민일보 기자는 “기독교인들이 정권에 들어가서 일하다가 만약 잘못한다면 기독교인 전체가 욕을 먹을 것”이라며 “전체 기독교계 쪽에서 볼 때도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