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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패자지만 “내 갈 길을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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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대선결산

정동영 2선 후퇴 불가피, 이회창·문국현 총선 대비, 권영길·이인제 재기 난관

(왼쪽부터)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무소속 이회창 후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왼쪽부터)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무소속 이회창 후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왼쪽부터)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

(왼쪽부터)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

정동영(대통합민주신당), 이명박(한나라당), 권영길(민주노동당), 이인제(민주당), 심대평(국민중심당), 문국현(창조한국당), 정근모(참민주연합), 허경영(경제공화당), 전관(새시대참사람연합), 금민(한국사회당), 이수성(화합과 도약을 위한 국민연대), 이회창(무소속).
올해 17대 대통령 후보에 등록한 사람들이다. 12명이 대선 후보에 등록한 것은 사상 최대였다. 이들 중 심대평 후보는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를 사퇴했으며, 이수성 후보도 대선 기간 중에 완주를 포기했다. 특히 이회창·권영길·이인제 후보(경선 포함)는 대선 3수생이라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사상 유례없이 12명의 후보가 대선 레이스를 펼쳤지만 이들 중 어느 누구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견제할 만한 위협적인 존재는 되지 못했다.
승자독식의 정치판에서 승자인 이명박 당선자는 모든 것을 얻었지만 패자들에게는 앞으로 혹독한 시련만 남아 있다. 그들이 대선 패배라는 아픔을 딛고 다시 재기할 수 있을까.

1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당분간 2선 후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패배로 11년 정치인생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특히 정 후보에게는 최종 득표율 26%를 획득해 이명박 당선자와 거의 두 배 차이가 났다는 것이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정 후보는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일 뿐 정계를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신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 후보는 12월 20일 신당 당사에서 한 선대위 해단식에서 “국민의 선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서도 “당원들이 선거 과정에서 단합했듯이 더 단단하고 진실해지고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가 국민에게서 더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 후보는 정치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그에 대한 ‘대선책임론’과 국민여론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31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의장직을 사퇴하고 독일로 떠났듯이 외국행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정치 일정이 촉박한 측면이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2008년 1월 전당대회를 개최해 지도부를 교체하며, 4월 9일에는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다. 당내 최대 계파인 정동영계는 대리인을 내세우거나 다른 계파와 연대해 당권을 잡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현재 강금실 전 법무장관, 손학규·이해찬·한명숙공동선대위원장, 정세균 전 열린우리당 의장, 김한길 의원, 정대철 상임고문, 추미애 전 의원 등이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이와 함께 정동영 후보가 4월 총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차기 대권을 노리기 위해서는 원내에 진입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2 이회창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대선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또 다시 주저앉았다. 11월 7일 대선에 뒤늦게 뛰어든 이 후보는 한때 2위로 치고 올라섰으나 조직·자금 등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특히 BBK 사건과 관련한 이명박 후보의 무혐의 결론은 그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그는 대선 패배의 절망을 딛고 정치세력화에 매진할 예정이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이제 씨앗을 심었다”며 “이번에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통보수 정당 창당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이회창 캠프는 국민중심당과 함께 2008년 1월 신당을 창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은 지역적으로는 충청과 영남을 기반으로 하고, 이념적으로는 비이명박 보수세력을 결집할 것으로 보인다. 득표율 15%를 획득한 이회창 후보 측은 총선에서 20석을 획득해 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에 확고히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른 바 ‘이회창 신당’이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3 문국현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당초의 기대에 못미치는 5.8% 득표에 그쳤다. 기대를 걸었던 20~30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저조했으며, 수도권에서도 기대만큼 선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대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 단기필마로 도전했으나 정치초년생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점도 패배 이유다. 하지만 기성 정당인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3%), 민주당 이인제 후보(0.7%)에 비하면 다크호스 후보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문국현 후보와 창조한국당이 정치세력으로 살아남을지, 소멸할지는 앞으로 당을 어떻게 추스르느냐에 달려 있다. 선대위 장유식 대변인이 후보단일화 무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데 이어, 고원 전략기획본부장도 물러났다. 특히 대부분 자원봉사자로 구성됐던 캠프 관계자도 생업 현장으로 돌아갔다.

문국현 후보는 “비록 이번 대선에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다가오는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국민의 숲’으로 들어가 국민 여러분과 함께 다시 뛰겠다”며 총선에 전력투구할 것임을 밝혔다.

창조한국당은 내년 총선에서 10석 이상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만약 창조한국당이 총선에서 한 자릿수 의석을 얻는 데 그치면 당의 진로가 험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대통합민주신당 측에서는 후보단일화 실패의 책임이 문 후보에게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민주개혁 진영의 대선 패배 책임론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4 권영길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이번 대선 참패로 인해 정치적 재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원들도 예상보다 저조한 득표률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지도부 총사퇴를 미룬 채 대선 패배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민노당은 일찌감치 선거 전략 부재라는 내부 비판에 직면해 있었다. 대선 3수생인 권영길 후보가 인물로서 참신함이 떨어지는 데다 국민적 요구와 시대적 흐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권영길 후보의 정계은퇴설까지 나오고 있다. 권영길 후보는 대선 패배 후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국민 여러분께서 주신 지지를 밑거름으로 민노당은 다시 비상하겠다”고 말했으나 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5 이인제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참담한 득표를 했다. 이 후보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또 다시 국민의 뜻을 받드는 데 실패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민주당 재건을 위해 백의종군할 계획이다. 민주당도 최고위원들이 전원 사퇴하고 당쇄신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조기 전당대회 개최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현재의 위기 상황을 정면 돌파하고, 중도개혁통합정당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하지만 소수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이 재기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민주당은 대통합민주신당과 통합 협상에는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유종필 대변인은 “일부에서는 (신당과의) 통합 얘기가 나오지만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주당은 소수지만 노선과 명분을 온전하게 잘 보전했다”며 신당과 통합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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