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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소유 갤러리는 미술계 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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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 호암미술관과 리움, 국보 48점 소장 독보적

시계방향_서울 SK빌딩 내에 있는 '아트센터 나비'의 실내 모습. <br> 서울 사간동에 있는 금호미술관의 전시장 풍경<br> 성곡미술관 전시장 풍경<br>경북 경주시 보문단지 내에 있는 선재미술관 전경.

시계방향_서울 SK빌딩 내에 있는 '아트센터 나비'의 실내 모습.
서울 사간동에 있는 금호미술관의 전시장 풍경
성곡미술관 전시장 풍경
경북 경주시 보문단지 내에 있는 선재미술관 전경.

삼성미술관 리움, 성곡미술관, 금호미술관, 아트선재센터, 아트센터 나비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기업이 설립·운영하고, 대기업 오너의 친인척이 관장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기업 소유의 미술관이 미술계에서 큰 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비슷한 점이다. 삼성그룹에서 법무팀장을 했던 김용철 변호사가 “비자금으로 거액의 미술품을 구입했다”고 폭로한 후 사람들은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미술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과연 어떤 소장품들이 있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이 삼성가의 호암미술관, 로댕갤러리, 삼성미술관 리움이다. 재계 1위인 삼성의 위력은 미술관의 운영과 규모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병철 회장 고미술품 30여 년 수집
경기 용인에 있는 호암미술관은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이 30여 년에 걸쳐 수집한 고미술품 1200여 점을 가지고 개관했다. 또한 1995년 5월 서울 태평로에 문을 연 로댕갤러리는 세계에서 여덟 째로 건립한 로댕 전문 갤러리다. 공간 전체가 반투명 유리인 상설전시장 글래스 파빌리온은 건립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4년 한남동에 건립한 삼성미술관 리움(관장 홍라희)은 삼성가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곳은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스가 참여했고, 연건축 면적 27만720㎡(8400평)의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 리움의 야외 광장에는 프랑스 출신 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가 만든 ‘마망’과 ‘스파이더’가 설치되어 있다. 삼성문화재단 홍보실의 박민선씨는 “우리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1만5000여 점이다”면서 “호암미술관보다 삼성미술관에 소장품이 더 많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한다.

문화재청 사이트를 통해 조사한 국보는 총 405점이다. 호암미술관과 리움은 그중 48점을 소장하고 있다. 고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문화재 사랑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미술학도 출신의 홍라희 관장이 미술관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미술관 컬렉션 목록에 현대 회화 특히 미니멀리즘(극도로 단순한 형태의 표현 경향)과 팝아트(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차용한 미술 경향) 계열의 작품이 많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행복한 눈물’ 역시 팝아트 계열의 작품이다. 미술평론가 반이정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에 ‘팝아트’ 계열 작품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만큼 미술계에 홍라희 관장의 취향이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비자금 의혹으로 뉴스에 오르내린 성곡미술관도 전 쌍용그룹 김석원 회장의 아내인 박문순씨가 관장을 맡고 있다. 이곳은 쌍용그룹 창업주인 고(故) 성곡 김성곤의 옛집을 미술관으로 만들었고, 1995년 11월 문을 열었다. 대형 전시회보다 저변 확대를 위한 기획전을 중심으로 연 15회 이상의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특히 도심 속 조각공원으로 유명한 미술관이다. 성곡미술관 강필웅 큐레이터는 “우리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 수는 정확하지 않다”면서 “문화관광부에 처음 등록할 때 136점을 소장했다고 밝혔다”고 설명한다. 또한 “한국미술 근·현대 작품이 중심인데, 백남준 선생의 작품도 소장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금호미술관은 박성용 명예회장의 누이동생인 박강자씨가 관장을 맡고 있다. 1989년 금호갤러리를 개관한 후에 1996년 서울 사간동에 자체 건물을 지어 금호미술관으로 확장 이전했다. 금호문화재단은 회화 2300여 점, 판화 800여 점, 조각 1900여 점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한다. 하지만 금호미술관은 2003년부터 모기업인 금호그룹의 자금사정으로 기획전시보다 대관 위주의 전시장으로 변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씨가 관장을 맡고 있는 서울 소격동의 아트선재센터와 경주의 아트선재미술관은 독특한 자기 색을 지닌 미술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아트선재미술관은 추상표현, 팝아트 그리고 최근의 미디어 예술품 등을 소장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대표적인 모더니즘 거장인 서세옥, 김창렬 등의 작품을 포함한 45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SK 최태원 회장의 부인이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씨가 관장을 맡고 있는 아트센터 나비는 그룹의 성격대로 통신과 미디어 관련 전시회를 많이 열고 있다. 나비의 전신은 워커힐 미술관으로 최태원 회장의 어머니인 고 박계희 여사가 관장을 맡았었다. 1997년 노 관장이 워커힐 미술관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미술관 운영을 시작했다. 아트센터 나비의 소장품을 관리하고 있는 신민수 팀장은 “우리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워커힐 미술관 시절의 451점이 전부다”면서 “지금은 미디어 작품들 위주로 전시하기 때문에 소장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한다. 또한 “중요한 작품은 백남준 선생의 몇 작품과 피카소의 판화 작품 에디션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대기업이 운영하는 미술관으로 포스코미술관, 두산갤러리 등을 들 수 있다. 1995년 포스코갤러리로 개관 후 1998년 미술관으로 재등록한 포스코미술관은 1년에 10번 정도 기획전을 하고 있다. 소장 작품은 650여 점이지만 서울, 포항, 광양 사옥에 많은 작품이 걸려 있다. 포스코미술관의 김윤희 큐레이터는 “대기업이 소유한 미술관이지만 다른 곳에 비해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두산갤러리 역시 규모가 매우 작고, 소장품 역시 14작품밖에 없어서 다른 미술관과 규모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아트센터 나비, 미디어 예술품 위주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에는 48점의 국보가 소장되어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에는 48점의 국보가 소장되어 있다.

소장품 목록이나 미술관의 규모 면에서도 삼성은 다른 미술관에 비해 독보적이다. 기업의 문화예술 활동 지원인 메세나 활동을 살펴봐도 삼성문화재단의 투자규모는 다른 대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미술계의 한 인사는 “2005년 메세나 활동 자금을 보면 삼성은 600여 억 원 정도로 1위를 차지했다”면서 “2위부터는 100억 원을 넘는 기업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술계에서 차지하는 삼성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이 미술관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것은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박수받을 만하다. 하지만 미술 전문가들이 비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운영의 불투명성’ 때문이다. 소장 작품의 목록, 미술관의 1년 예산 규모, 큐레이터의 교육방법 등 미술관의 운영에 대해 밖으로 알려지는 내용이 거의 없다. 한국큐레이터협회 장동광 부회장은 “미국의 유명한 모마미술관처럼 외국 미술관은 매년 애뉴얼리포트를 발표해 미술관의 운영을 투명하게 한다”면서 “하지만 대기업이 설립, 운영하는 미술관은 공공적인 곳이라는 생각보다 개인의 소유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꼬집는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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