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아웃사이더, 시대상에 아랑곳하지 않은 선비 12명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BOOK]조선의 아웃사이더, 시대상에 아랑곳하지 않은 선비 12명

소신을 지키며 살기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다. 내가 생각한 길이 아무리 옳다 해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당초 고집했던 길을 포기하게 만든다. ‘타협할 줄도 알아야 한다’ ‘때로는 져야 하기도, 때로는 손해를 보며 살아야 하기도 한다’는 등의 말이 현명한 처세술로 인식되기도 한다.

타협은 분명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큰 덕목이다. 서로 대화하여 의견을 조율하고 더욱 발전적인 방향을 나아가기 위해 타협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안전을 위해, 영화를 보장하겠다는 말에 덜컥 타협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그것은 소신을 저버리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통째로 내동댕이치는 일이다.

여기, 시대의 흐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걷다 간 선비 12명이 있다. 어명과 성리학이 으뜸이었던 조선시대에 이들은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소신대로, 인간의 본성대로 살다 갔다. ‘아웃사이더’라는 범주로 묶이는 이들의 삶이 순탄치 않았다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비록 삶이 고달플지언정 이들은 성공과 안락함보다 자신의 가치를 선택했다. 이들에게 자신의 삶의 주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조선시대는 목숨을 내걸고 직언을 하거나 신념을 주장한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12명이 모두 목숨을 담보로 거창한 담론을 주장하거나 정책을 고집한 것은 아니다. 물론, 강직한 선비도 등장한다. 정조의 문체반정에 반기를 들고, 어명을 거역하면서까지 자신의 소설 문체를 고집한 이옥, 절친한 친구의 죽음 앞에 벼슬길과 부귀영화를 끝내 마다한 박지원, 스승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죽자 고향 땅에 소쇄원을 지어 평생 은둔한 양산보 같은 사람이 그들이다.

반면, 이 책에는 먼저 세상을 등진 아내를 평생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리고 글을 쓴 선비 심노승이나 할아버지로서 손자의 육아일기를 꼼꼼하게 기록한 이문건(그가 남긴 ‘양아록’은 조선시대에 육아만 전적으로 기록한 유일한 일기다)과 같이 당시 사회상과 어울리지 않게 생활한 선비도 있다. 유교 이념이 지배했던 조선시대에 먼저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글을 남긴다는 것은 손가락질받을 일이며 손자가 자라는 광경을 고스란히 기록한다는 것도 낯뜨거운 일이었다. 심노승과 이문건은 시대상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간의 본성을 따른 것이었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쉽게 말을 바꾸며 필요에 따라 소신과 신념을 수정하는 요즘 세태에 이 책이 소개하는 12명의 선비들의 삶은 분명 우리에게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할 것이다.

|노대환 지음쪾역사의아침쪾1만3000원|

BOOK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