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문제’ 소재…푸른빛으로 사라진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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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낙태문제’ 소재…푸른빛으로 사라진 아이

동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소재가 돋보이는 작품 ‘푸른빛으로 사라진 아이’가 출간됐다. 동화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낙태 문제를 가운데 두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이 작품은 어린이들에게 다소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명확한 주제의식이 이 어려움을 극복한다.

이 작품은 어른이 봐도 무방할 것 같은 동화다. 이 작품은 생명의 존엄성을 부각시켜 오해로 가득 찬 가족 간의 거리를 좁히고 화합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낙태의 실상과 낙태를 되돌아보게끔 하는, 작품 속의 문제의식은 어린이보다 어른을 겨냥하는 데 훨씬 유용하다.

작품은 우울한 현실에서 시작한다. 집안 형편상 시골에 살고 있는 할머니와 함께 살던 슬기는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서울의 부모 곁으로 온다. 네 살 때 내려가 7년 만에 온 슬기는 모든 면에서 서울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충격적인 것은 아이들이 듣는 앞에서 엄마와 아빠가 집안 형편 문제로 다툰다는 것이다. 아빠가 돈을 못 벌어온다 둥, 형편상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둥, 돈이 없어 학원에 보내지 못한다는 둥… 이런 말을 아이가 듣는 자리에서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게다가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할지라도 어떻게 자기 자식을 남의 자식 데려다 키우듯이 대하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지만 이는 모두 무리한 설정과 대화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엄연한 현실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팍팍하다는 증거다.

슬기와 솔찬이는 사고를 당해 영혼세계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오래전 낙태로 생명을 잃은 슬기의 언니 가련이와 교통사고로 일찍 죽은 솔찬이의 동생 유찬이를 만나면서 몰랐던 일들을 하나씩 알아간다.

슬기와 솔찬이는 영혼의 세계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믿지 못한다. 슬기와 솔찬이는 부모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고, 먼저 영혼세계로 들어온 언니와 동생을 가엾게 여기며 그리워한다. 하지만 슬기와 솔찬이는 차차 부모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영혼을 대신해 죽은 솔찬이 할머니 덕에 슬기와 솔찬이는 영혼세계에서의 경험을 마치고 이 세상으로 돌아온다.

“난 영혼마을에 살고 있는 모든 영혼들이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 우리처럼 말이야.”
솔찬이의 이 말은 아이들이 불쌍하게 죽은 영혼들에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자 영혼을 ‘우리처럼’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현실과 영혼세계를 넘나들며 생명 존엄을 일깨우는 이 작품은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이다.

|백은하 글쪾유기훈 그림쪾문학동네쪾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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