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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친북사이트, 막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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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접속 차단”에 북한연구자 등 학계 “자유롭게 이용해야”

7정부가 해외 친(親)북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해외 친북 사이트란 북한 또는 북한 체제에 동조하는 개인·단체가 미국·일본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해외 친북 사이트를 계속 막아야 한다는 방침인 반면 북한 연구자 등 학계에서는 학술용일 경우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잠잠했던 친북 사이트 차단 논란은 최근 국정감사와 노무현 대통령의 북한 방문에 따른 집단체조극 ‘아리랑’ 공연 관람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다시 불거져나왔다.

최근 박성범 의원(한나라당·서울 중구)은 정보통신부를 상대로 한 국감에서 정통부가 접근을 차단했다고 밝힌 해외 친북 사이트 중 일부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정통부가 차단하고 있는 친북 사이트 주소 42개를 확인한 결과 ▲ 민족통신 ▲ 재미동포 전국연합회 ▲선군정치연구소조(1) ▲선군정치연구소조(2) 등 4개 사이트가 차단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들은 정통부가 2004년 11월과 2006년 7월 차단 명령을 내린 사이트다.

노 대통령 ‘아리랑’ 관람 후 다시 논란

박성범 의원의 지적과 관련해 정통부 관계자는 “IP(통신망을 통해서 사용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료를 받는 기관) 주소가 바뀌면서 순간적으로 뚫린 것 같다”며 “친북 사이트들은 IP 주소를 변경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포르노 사이트 같은 유해 사이트들은 IP 주소를 자주 변경한다”고 말했다. “다만 ‘선군정치연구소조(1)’, ‘선군정치연구소조(2)’는 야후 등 해외 포털 사이트의 하위 디렉토리로 존재하여, 해당 사이트를 차단할 경우 야후도 함께 차단되어 국민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지적했다. 지난해 말 현재 이들 포털 사이트 일일 평균 한국인 이용자 수는 30만 명 이상이다. 이에 따라 정통부는 KT, 하나로텔레콤 등 기간통신사업자와 해당 사이트 하위 디렉토리만 차단할 수 있는 기술과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을 개발·적용하기 위해서는 KT는 206억 원, 하나로텔레콤은 32억 원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말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 직전에 친북 사이트 접속 허용문제가 노 대통령의 ‘아리랑’공연 관람 문제와 연관하여 대두했다.

이와 관련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9월 27일 “학술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북측의 공식 사이트 같은 것은 개방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라는 논의가 있었다”며 “그런 부분은 앞으로 검토하고 수용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상배 의원(한나라당·경북상주)은 검찰의 비공개 자료인 ‘친북 사이트 관련 검토보고서’라는 문건을 공개, 친북 사이트에 올라 있는 내용과 공안기관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 문건에 나와 있는 ‘우리민족강당’이라는 사이트에 대해 검찰은 “이 사이트는 김일성 이념강좌를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는 등 김일성 부자, 주체사상 등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목적이 있으므로 계속 차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친북 사이트는 계속 차단해야 하나, 아니면 남북의 화해무드에 맞춰 국민들에게 개방해야 하나. 현재 정부는 공식적으로 42개 친북 사이트를 차단하고 있다. 이 사이트들은 2004년 11월 집중적으로 차단된 것을 시작으로, 국정원·경찰청 등이 요청해 차단되는 친북 사이트 수가 계속 늘고 있다. 2004년 11월 이전에는 친북 사이트들이 개방되어 있었다는 말이다. 정부가 법개정을 통해 친북 사이트를 차단한 것은 이 무렵 모 언론의 친북 사이트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한몫했다.

“북한정부 공식매체는 개방해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44조를 보면 “정보통신부 장관은 (친북 사이트 차단과 관련해) 중앙행정기관의 장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요청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그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을 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현행법에 따르면 국정원·경찰청 등 관계기관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차단을 요청할 경우 정통부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KT·하나로텔레콤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에 차단을 명령할 수 있다.

친북 사이트 차단문제를 놓고 북한학계 등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친북매체 중 북한을 선전하는 선전매체가 있고, 북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전달하는 공식매체가 있다”며 “정부가 조선중앙통신, 조선신보 등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의 유일한 통신사이며,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한국어와 일본어로 북한 정부의 공식적인 견해를 전달하고 있다. 북한 연구자에 한해서 2개 북한 관영 매체를 볼 수 있게 하자는 것이 고 교수의 주장이다.

고 교수는 “참여정부 중반기인 2004년 북한의 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에서 참여정부의 10가지 죄상을 발표했는데 그중 하나가 친북 사이트를 막는 것이었다”며 “북한보고 개방하라고 하면서 우리는 개방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없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최근에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는데 위원 10명 중 대부분이 친북 사이트 개방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제성호 중앙대 법학과 교수는 “친북 사이트에는 반국가적인 이적표현물과 대남선전문건이 대부분”이라며 “친북 사이트를 푸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도 “현 정부가 북한과 교류협력정책을 추진하는 데도 친북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은 유해성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북한 연구자들도 통일부 광화문자료센터에서 노동신문 등 북한 원전을 자유롭게 볼 수 있으므로 사이트를 차단해도 북한 연구에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유보적인 입장도 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친북 사이트가 대남 심리전에 이용될 수 있고 남남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면과 연구자들에 한해서 허용함으로써 북한에 대해 더 상세히 파악할 수 있고, 우리 사회가 북한에 대해 면역력을 키워야 하는 긍정적인 면이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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