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흥공예의 임병시 대표는 자신이 이제껏 해온 작업을 하나씩 되짚어보고 있다. 강화도를 건너다보는 김포에 1000여 평의 터를 닦아 작업장을 새로 만들고 30년 넘게 해왔던 조형물 조각의 성과를 한 곳에 모아 전시관을 새로 세우고 있다.
![[사람@세상]조형물 조각, 전통의 지혜와 현대과학 접목](https://img.khan.co.kr/newsmaker/750/pple4-1.jpg)
그가 명성을 얻은 것은 주로 대규모 불상과 인물상의 조각을 통해서다. 설악산 신흥사 청동대불 조성에 몸을 담아 시작한 일이 자연스레 이어졌다. 일본 모리오카현의 대불을 비롯해 지난해 조계사 대웅전 불상 조성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큰 규모의 조형물을 제작하는 일에는 그의 일손이 닿았다.
“10m가 넘는 대형 조각의 경우 자칫하면 균형과 비례가 틀어지기 쉽습니다. 처음에 작은 크기로 조각했을 때는 잘 드러나지 않던 문제들이 큰 크기로 조각해놓으면 바로 나타납니다. 보는 이에게 감동을 주려면 세세한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는 국내 박물관을 위해 국보급 문화재의 복제 작업을 맡아 일하면서 전통조각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배울 수 있었다. 백제금동향로나 고구려 반가사유상을 보는 그의 관점은 작품을 조각했던 예술가의 시선과 손길에 닿아 있다. 궁극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했던 기법과 재료의 선택, 그리고 그 속에 담은 미학을 제작자의 눈길로 읽어내는 것이다.
“백제금동향로는 당시에도 똑같은 작품을 만들 수 없었을 것입니다. 밀랍에 섬세하게 조각한 후 그 위에 주물 틀을 만들고 쇳물을 부어 원형 자체가 녹아 없어지는 기법을 썼기 때문입니다. 국보급 작품을 보면 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 느껴집니다.”
그의 꿈은 과학을 통해 전통방식을 완성하는 것이다. 요즘 들어 옛 주물방식을 새로 공부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전통의 지혜와 섬세함을 기틀로 삼고 과학적인 이론과 방법으로 오늘의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새로 만드는 전시관이 완성되면 그의 작품과 노력을 한 눈에 보게 될 것이다.
<김천 자유기고가 mindtempl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