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이미지가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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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르네상스의 중심 대권역(Urban core) 중 하나인 여의도 권역 조감도

한강 르네상스의 중심 대권역(Urban core) 중 하나인 여의도 권역 조감도

도시는 한 사회의 문화를 읽는 창이다. 도시마다 문화적 표정은 다양하다. 그 표정은 도시의 역사성과 개성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이미지로 각인되게 마련이다. 생성된 이미지는 곧 도시의 매력으로 자리매김한다.

서울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한강변을 주거 위주의 획일적인 토지로 이용하면서 유발된 칙칙한 도시 이미지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일명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목표는 한마디로 한강 본연의 생태적 기능을 회복하고 한국의 성장동력으로서 한강의 기능을 창조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회복’과 ‘창조’를 통해 서울의 도신 혁신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서울은 매력 없는 도시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서울의 상(像)이 없다는 얘기와 마찬가지다. 실제로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서울의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김치, 남산N타워, 경복궁, 63빌딩, 청와대, 한강, 북한산, 광화문 4거리, 포장마차 등 수십 갈래였다. 뉴욕의 브로드웨이, 자유의 여신상, 파리의 센 강, 홍콩의 야경, 도쿄의 록본기와 같은 상품이 없다는 말이다. 이처럼 대표 이미지 부재는 도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한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중국 사회과학원과 미국 버크넬 대학이 조사하여 발표(110개 대도시의 생활환경, 사회환경, 부문별 산업 경쟁력 등 75개 지표를 계량화함)한 ‘세계 도시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도시경쟁력은 27위였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이 서울다울 때 서울의 도시 경쟁력이 높아진다”면서 “한강 르네상스는 서울의 상징인 한강을 통해 서울의 도시재생을 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 하면 한강, 한강 하면 서울’을 떠올리도록 랜드마크를 만들어갈 것”이라며 “그러면 한강에서 돈이 흘러넘칠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랜드마크의 가치를 홍콩의 야경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바다로 둘러싸인 홍콩의 야경을 볼 수 있는 날은 실제로 며칠 되지도 않는다”면서 “그러나 홍콩은 시내 야경 사진이 담긴 엽서를 팔아 한 해 수십 억 원의 외화를 벌고 있다”고 말했다.

야경 엽서 팔아 수억 원 버는 홍콩

오세훈 시장이 한강 개발을 결심한 것은 영국의 템즈 강, 파리의 센 강을 본 뒤가 아니다. 그는 “한강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절감한 것은 앙카라를 둘러본 뒤”라고 술회했다. 앙카라는 내륙 행정도시다. 시내에 강도 흐르지 않는다. 자연호수도 없다. 오세훈 시장은 “터키는 우리나라의 개발연대(1970~1980년대)를 사는 나라이고 앙카라는 주거를 마련하는 생성단계의 행정도시”라고 전제하면서 “그럼에도 인공호수가 넘쳐나고 있었다. 서울이 강을 가장 활용하지 못하는 도시”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천혜의 자연경관, 2000년의 도시 역사와 반만년 민족생활사의 터전인 한강을 이용하지 못했다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뿐 아니라 서울에서 재생할 수 있는 공간이 한강 수변밖에 없다는 점도 ‘한강의 브랜드화’를 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강의 길이는 481.7㎞이고 유역면적은 2만6219㎢나 된다. 서울을 관통하는 길이는 41.5㎞나 되고 서울 시내 수변이 서울시 행정면적의 7%(40㎢)나 된다.

그렇다면 한강 수변을 어떻게 개발하겠다는 것일까.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마스터플랜의 실무적 작업을 책임진 서울시 한강사업소 이제원 전략기획부장은 “한강 주변에 사람이 모여살고 한강을 길로 활용했던 본래의 한강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이라면서 “그렇게 하기 위해선 한강을 중심으로 도시 공간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33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강 르네상스의 출발점은 역발상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한강변 도시공간이 배후지를 재개발해서 물과 직접 연결된 수변(Water Front)도시형 복합공간을 만드는 게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마곡과 난지 지역을 생태기반으로 한 친환경 거점지로, 용산·여의도 지역, 노들섬을 업무 문화의 중심지로, 이촌·뚝섬·광나루·암사 지역은 스포츠·역사 문화의 중심지로 특화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용산은 이미 아파트로 막힌 공간이 됐다”면서 “한강 르네상스가 시작되기 전에 마곡과 용산에 물을 끌어들여 수로를 조성한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 현실화되면 마곡과 용산은 물과 연계된 ‘열린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이 말하는 ‘열린공간’의 개념은 상암·여의도·왕십리·청량리·영동·영등포 등 기존의 부도심과 마곡·용산·뚝섬 한강변 수변도시이 연계될 때 더욱 확장된다. 이 부도심들도 신개발지역과 연계 개발됨으로써 이 지역들이 금융과 국제업무, 문화의 중심지로서의 발전거점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마곡 전략중심지와 상암 부도심을 연계해서 IT·BT·NT첨단산업지구를 형성하고,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여의도 국제금융지구를 연계, 국제금융·업무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잠실 재개발사업이 상당부분 정도 진척된 상태여서 현재 계획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오세훈 시장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다행히 스포츠 콤플렉스(잠실종합운동장)도 손을 봐야 하는 시점이 멀지 않은 만큼 그때 워터 프런트(Water Front)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 르네상스의 또 다른 핵심 프로젝트는 서울을 항구도시화하는 것이다. 이는 한강을 주운으로 이용해서 남북 간 경제·평화 협력의 기반을 조성하고 세계 일류도시를 향한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인운하, 한강하구 등 서해로의 뱃길을 회복하기 위해 준비하고 항로 개방에 대비하여 주운을 위한 기반시설을 확충해나가겠다는 것이다. 해운터미널은 국제금융·업무지구인 용산 혹은 여의도, 잠실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남북정상회담에서 한강 하구 개발에 합의함에 따라 빠르면 5년 내에 한강의 뱃길을 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게 됐다”면서 “그렇게 되면 서울은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항구도시로서 위용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또 다른 콘셉트는 도시문화 확충이다. 이를 위해 ▲한강과 지천을 생태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한강변 역사유적을 상호연계해나갈 방침이다. 또 암사선사유적지와 삼국시대 유적(몽촌토성·풍납토성·아차산성) 궁산 유적의 개발과 연계 등도 포함되어 있다. 또 한강공원을 서울의 상징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한강 접근로를 개발하고 문화·예술·생태체험 공간 등을 대폭 확충함으로써 수준 높은 도시문화를 창조해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세훈 시장은 “한강 르네상스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서울은 도시경쟁력에서 10위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한강은 자원적 가치만큼 큰 장애물도 갖고 있다. 가장 큰 장애물은 홍수다. 서울시 한강관리사업소 이제원 전략기획부장은 “사실상 홍수가 서울과 한강을 분리시켰다”면서 “홍수가 한강의 기본적 속성을 훼손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도시의 중심적 역할로서 한강의 기능이 약화됐다는 말이다. 평시와 홍수기의 수위 차이는 9m나 된다. 이 때문에 문화 기반시설 설치에 한계가 있었다. 또 배후도시가 홍수가 수위보다 낮아 이용성을 저해하고 있다. 또 한강의 강폭과 유속도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강보다 훨씬 넓고 빠르다. 이런 이유들이 결국 한강에 대한 접근성 자체를 차단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장애를 어떻게 극복할지는 서울시가 풀어야 할 숙제다. 오세훈 시장은 이에 대해 “기술적으로 한강 홍수를 대비할 수 있는 시점이 됐다”면서 “한강의 거대한 규모와 풍부한 수량은 오히려 더욱 특이하고 독특한 수변도시로 발전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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