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는 지금 단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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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회교국가 ‘라마단’ 맞아… 낮 시간에 엄격한 금식과 금욕

기도는 이슬람의 5대 의무 중 하나다. 평일 저녁 인근의 므스짓(Mesjid)에 모여 기도하는 사람들.

기도는 이슬람의 5대 의무 중 하나다. 평일 저녁 인근의 므스짓(Mesjid)에 모여 기도하는 사람들.

9·11 뉴욕 참사 이후에 시야에서 벗어나 있던 이슬람이 인질 피랍 사건으로 또다시 우리의 관심사가 되었다. 우리에게 이슬람은 ‘극단적인 테러주의자’ 또는 ‘반미주의자’ 정도의 이미지로 떠오른다. 3대 종교의 하나인 이슬람과 5대 언어의 하나인 아랍어에 대한 우리의 지식 수준은 미천하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겠다’는 전설적 복싱 영웅 무하마드 알리는 알아도, 무하마드(Muhammad)의 의미가 알라의 최후이자 가장 뛰어난 선지자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슬람(Islam)이 ‘알라(Allah,이슬람교 신의 이름)의 뜻에 복종함’을 뜻한다는 것을 안다면, 대부분 회교 국가가 제정일치 사회의 모습을 방불케 하는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유교적 민본주의의 전통을 가진 우리의 입장에서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슬람교도에게는 ‘민심이 신심(神心)’이기 때문이다. 모슬렘에게는 5대 의무가 있는데 기도(Sholat), 신앙고백(Shahadat), 단식(Puasa), 희사(Zakat), 성지순례(Haji)가 그것이다. 이중 이슬람력을 기준으로 아홉 번째 달의 이름인 라마단과 마지막 달인 하지가 매우 신성한 달로 여겨진다. 단식과 성지 순례 기간이기 때문이다(참고로 이슬람력은 622년이다. 무하메드가 메카에서 메디나로 쫓겨난 것을 기념하여 이 해를 첫 해로 시작한다. 이슬람력으로 올해는 1428년이다.)

술집 등 유흥업소 영업 전면 중단

인구의 85% 이상이 이슬람을 믿는 세계 최대의 회교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도 지난 9월 13일부터 금식월(RAMADAN)이 시작되었다. 라마단은 ‘타는 듯한 더위와 건조함’이라는 아랍어 라미다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낮 시간의 단식은 자기 절제를 통해 신앙인으로서의 자세를 가다듬는다는 목적도 있지만, 몸 속의 찌꺼기를 배출하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건강학적인 측면도 있다고 한다. 라마단 기간 모슬렘의 하루는 새벽 기도 전 식사로 시작해 낮 시간의 엄격한 금식과 금욕, 그리고 풍성한 저녁을 거쳐 밤까지 이어지는 향연으로 이루어진다. 낮에는 신의 위대함을 칭송하고 저녁에는 코란을 암송하며 특별기도를 드린다. 이 기간에는 나이트클럽이나 술집 등 유흥업소의 영업이 대부분 전면 중단된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이방인들에게 괴로운 것 중 하나가 시도때도 없이 울리는 이슬람사원 므스짓(Mesjid)의 소리다. 하루에 5번 메카(Mecca,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무하마드의 출생지로 모든 도시 중에 가장 신성하게 여김)를 향해서 기도하는 게 중요한 이 나라에서 이 소리에서 벗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혹시라도 므스짓 근처에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을 위하여 친절하게도(?) 라디오와 TV에서도 동시에 틀어주기 때문이다. 특히 므스짓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새벽 4시쯤의 기도 소리는 그 주위에 사는 사람들의 기상 시간을 자동적으로 앞당기는 효과도 있고, 강남 아줌마들의 혐오 시설에 해당할 정도로 주위 아파트의 값을 떨어뜨린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코란 구절은 아랍어로 되어 있어 국적이 다른 모슬렘은 서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지만, 얼핏 들으면 이해할 수 없는 ‘반야심경’ 독경 소리를 듣는 것 같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는 가난한 이웃의 고통과 굶주림을 이해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라마단 본래의 정신이 많이 퇴색되는 느낌이다. 통계에 따르면 오히려 라마단 기간에 음식 소비량이 증가하며, 낮 동안의 단식을 끝내는 오후 6시께의 부카 푸아사(Buka Puasa) 시간에는 가족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외출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교통정체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금식 해제 감사예배일은 최대 명절

라마단의 절정은 라마단이 끝난 날 새벽에 드리는 감사예배인데, 이로써 우리나라의 설과 같은 최대 명절인 르바란, 즉 이둘 피트리(Eid-ul-Fitr, 라마단 금식을 깨는 이슬람 양대 축제일)를 축하하고 즐기며 민족 대이동이 일어난다. 이를 앞두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기도 하는데, 이에 대비해 경찰청은 전국적으로 치안을 강화하는 커투팟(Operasi Ketupat) 작전에 돌입했다. 푸아사 시작 7일 전에 시작해 르바란 이후 7일까지 44일 동안 계속되는 이 작전은 테러, 절도, 강도 등 일체 범죄행위를 예방하고, 평상시와 같이 마약, 도박 그리고 폭약 판매 및 사용을 단속한다. 특히 르바란을 기준으로 7일 전과 7일 후 기간에는 귀성·귀경 여행객들의 안전을 위해서 전 병력의 3분의 2를 동원한다고 한다.

섀뮤얼 헌팅턴이 ‘문명의 충돌’이라고 말한 바 있듯, 세계는 어느덧 이념의 전쟁이 아닌 종교 전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사실 종교 전쟁은 이미 1000년 전, 십자군 원정 때부터 시작된 것이지만 말이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희생하는 ‘지하드’가 존재하는 이슬람을, ‘지하드=테러’라는 서구 중심적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우리의 무지의 소치일 뿐이다. 그것이 종교든 문화든,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다원화된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하나의 지혜임을 인정해야 한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승우<한샘학원 국어·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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