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이모’의 SG워너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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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팬 [The Fan]

[유성문의 길]‘동하이모’의 SG워너비 사랑

그대를 만나고 그대의 머릿결을 만질 수가 있어서/그대를 만나고 그대와 마주보며 숨을 쉴 수 있어서/그대를 안고서 힘이 들면 눈물 흘릴 수가 있어서/다행이다/그대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여기 있어줘서/거친 바람 속에도 젖은 지붕 밑에도 홀로 내팽개쳐져 있지 않다는 게/지친 하루살이와 고된 살아남기가 행여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는 게/언제나 나의 곁을 지켜주던 그대라는 놀라운 사람 때문이라는 것/그대를 만나고 그대와 나눠 먹을 밥을 지을 수 있어서/그대를 만나고 그대의 저린 손을 잡아줄 수 있어서/그대를 안고서 되지 않는 위로라도 할 수 있어서/다행이다/그대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여기 있어줘서/거친 바람 속에도 젖은 지붕 밑에도 홀로 내팽개쳐져 있지 않다는 게/지친 하루살이와 고된 살아남기가 행여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는 게/언제나 나의 곁을 지켜주던 그대라는 놀라운 사람 때문이라는 것/그대를 만나고 그대의 머릿결을 만질 수가 있어서 - 이적 ‘다행이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받는 것보다 행복한 것인가. ‘동하이모’(41)는 대전에서 성남으로 가는 내내 행복했다. 오늘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SG워너비 4집 발매 기념 전국 투어 콘서트 마지막 공연이 열리는 날이다. 오늘 공연을 놓치면 아마도 해가 바뀌기 전까지는 그들의 공식 콘서트를 볼 수 없다. 벼르고 별렀건만 하마터면 이번 공연을 놓칠 뻔했다. 매번 서두르지 않고는 예매할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갑자기 일이 생겨 다른 사람에게 오픈 예매를 미뤄놓았다가, 그이마저 예매를 놓쳤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낙심했던가.

[유성문의 길]‘동하이모’의 SG워너비 사랑

더구나 이번 공연은 꼭 가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얹혀 있었다. 그녀는 지난 3월 우연히 인터넷을 뒤적이다 ‘유성문의 길-소리로 꾸는 꿈’(뉴스메이커 716호)이란 글을 읽었다. 중앙대 국악대에 입학한 시각장애소녀의 사연이었는데, 그 글의 주인공인 현아양은 그토록 SG워너비를 좋아하면서도 비싼 입장료 탓에 한 번도 그들의 콘서트에 가보지 못한 아쉬움을 간직하고 있다 했다. ‘동하이모’는 망설일 것도 없이 현아양의 연락처를 구했고, 마침내 5월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공연에 개별적으로 현아양을 초대했다. 그것은 커다란 기쁨이었다. 비록 그들의 공연을 눈으로 보지는 못하지만, 또래의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그들의 음악에 열광하는 그 순수한 소녀를 보면서 ‘동하이모’는 공연히 울컥하기까지 했다. 그 감동은 다음 공연의 초대 약속으로 이어졌고, 심지어 그 글을 쓴 작자를-그는 애통하게도 워너비의 공연은커녕 노래 한 번 제대로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현아양과 함께 초대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니 공연 티켓을 구하지 못한 것은 낙심 이전에 난감한 일이었다. ‘동하이모’는 먼저 현아양의 어머니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런데 웬걸, 마침 공연날짜에 갑작스레 학교에서 개최하는 지방발표회가 있어 현아양도 참석치 못할 형편이라는 것이었다. 그쪽은 그나마 되었고, 나머지 한 사람도 문제였지만 그녀 자신도 그 공연을 놓친다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동하이모’가 달리 동하(채동하, SG워너비 보컬) 이모이겠는가. 그녀는 여기저기 수소문을 넣은 끝에 기어이, 가까스로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자랑스레 연락을 넣었건만, 작자는 한술 더 뜨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콘서트에 초대받은 김에 소위 ‘팬의 세계’를 취재하고 싶었다는 것이고, 그래서 사정도 모른 채 그날 공연에 현아양을 무대로 불러올려 인사라도 시킬 요량으로 SG워너비 쪽에 미리 연락을 넣기로 했다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는 현아양의 사정을 알리고 부랴부랴 그 ‘기획’을 취소시켜야 했다. 어쩌면 작은 감동일 수도 있는 기회를 놓친 아쉬움도 아쉬움이었지만, 그 사실을 알고 더욱 아쉬워할 현아양 어머니를 떠올리고는 눈앞이 잠시 캄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인회라도 한 번 가고 싶은 것이 현아양의 애타는 소원이었는데…. 그녀 역시 단 한 번도 ‘워너비 삼형제’를 가까이서 본 적도 없었지만.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도 SG워너비의 공연을 보러가는 마음만은 예전과 다름없이 설렌다. 이번 길에는 동생(39)과 조카(15) 그리고 ‘동하만’(37)도 동행했다. 그녀는 SG워너비 개인 팬카페 ‘별 속에 동하’(donghalove012) 회원으로, 같은 대전에 산다는 이유로 친구처럼 자주 만나는 사이였다. 총 7만여 명에 이른다는 SG워너비 팬클럽 회원 중 동하 개인 팬카페 소속만도 1만7400명에 이른다. 그들은 모두 SG워너비의 열성 팬들이기도 하지만, 특히 동하에 흠뻑 빠져 있는 사람들이다. ‘동하이모’가 SG워너비의 팬이 된 것도 다 동하 때문이었다. 2002년인가, 그녀는 우연히 레코드가게 앞을 지나다가 동하가 솔로시절 불렀던 ‘글루미 선데이’를 듣고 난 후부터 그의 노래 ‘죽을 만큼 사랑했어요’처럼 그를 죽고도 남을 만큼 사랑하게 되었다. 보이스가 어떻고, 감성이니 호소력이니 그런 것은 잘 모른다. 30대 중반을 넘긴 한 여자는 어쩌다가 조카뻘이나 되는 한 어린(?) 가수에게 그만 온통 넋을 빼앗기고 말았고,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유성문의 길]‘동하이모’의 SG워너비 사랑

2004년 동하가 김진호·김용준과 함께 SG워너비를 결성한 이후 그녀의 본격적인 ‘팬 행각’이 시작되었다. 그때까지 그냥 듣기만 하던 데서 벗어나, 같은 해의 대전콘서트 이후 SG워너비의 콘서트라면 불원천리 달려가는 처지가 되었다. 결혼 후에도 직장생활을 계속하던 그녀가 타지의 콘서트에 쫓아다닌다는 일은 시간도 돈도 버겁기만 했다. 그럼에도 기를 쓰고 가려는 그녀를 보고 남편이 던진 말은 “미쳤군!” 단 한 마디. 그것은 가장 명료하고도 엄연한 판단이었다. 그럼에도 착한 남편은 안달이 난 ‘미친 아내’를 위해 간간히 기사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같이 콘서트를 보고 난 후 아내의 감상을 묻는 질문에 마지못해 ‘괜찮다’고는 하지만, 그가 SG워너비보다 김건모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녀는 잘 안다. 그녀에게는 중3과 중1의 두 딸이 있다. 아이들 역시 SG워너비보다 FT아일랜드를 더 좋아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런 그들을 ‘SG워너비만큼이나’ 사랑한다.

[유성문의 길]‘동하이모’의 SG워너비 사랑

‘동하이모’는 누군가에게 좋은 선물을 받으면 동하의 얼굴을 먼저 떠올린다. 실제로 그렇게 받은 선물을 고스란히 그에게 보낸 적도 있다. 감사의 답이래야 팬 카페 게시판을 통한 공식적인 인사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 선물은 그녀가 받은 최고의 선물이고 그녀가 준 최고의 선물이기도 하다. 어떤 때는 정성스레 도시락을 싸서 공연장 무대 뒤로 전달한 적도 있다. 그렇다고 그녀가 (앞의 몇 가지 증상들을 제한다면) 단지 극성스러운 팬인 것만은 아니다. 그녀는 다만 그들의 (특히 동하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뿐이며, 나아가 진짜 이모처럼 마음으로나마 그들을 지켜주고 싶을 따름이다. 단 한 사람이라도 더 그들을, 그들의 음악세계를 사랑하도록 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을 따름이다. 그녀의 소망이라면 그들이 언젠가 지금 그녀의 나이가 되도 여전히 그녀가 좋아하는 가수로 남는 것이며, 그녀 역시 더 나이가 들어 늙더라도 그들의 콘서트를 지금처럼만 좋아하는 것이다. 어찌 그녀에게도 삶의 아픔과 속내가 없을 것인가. 생각해보면 그렇고 그런 세상에서 어떤 이는 사랑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어떤 이는 사랑을 하면서 살아간다. 어떤 것이 더 좋고 말고가 아니라 그 소통으로 이미 사랑은 행복하다.

오늘 공연은 최고였다. 어쩌면 그것은 올해 마지막 공연 때문이기도 하고, 더 긴 기다림 때문이기도 하리라.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SG워너비의 음악은 음반보다 공연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한다. 그래서 그녀는 차라리 음반보다 공연실황을 MP3로 다운받아 듣는 것을 더 좋아한다. 2년째 음반판매량에서도 수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공연 역시 항상 매진을 기록하는 것도 다 그런 연유 때문이리라. 그들의 공연장에는 20대뿐 아니라 30대에서 40대까지, 심지어 50대이거나 일본에서 온 중년부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팬으로 넘쳐난다. 그 속에는 ‘유리아’(34) 같은 이미 낯익은 얼굴도 많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일행은 제각각 공연에 대한 소감을 피력하느라 한껏 들떠 있었다. 지난 해에 직장을 그만둔 후 ‘동하이모’에게 그들의 존재가 더욱 소중하게만 여겨진다. 오랜 직장생활 속에서, 그 의례적인 관계 속에서 마음 터놓고 이야기하고 같은 꿈을 꿀 수 있는 존재는 얼마나 큰 갈망이었던가. 열기로 들뜬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동하의 목소리가 더없이 절절하다.

슬픈 가시나무새처럼/나 그댈 위해 노래 부르리/평생 단 한번의 노래라면/그댈 위해 부르리/나의 두 눈이 먼다 해도/그대라면 나는 바라보리/내 두 발이 못 쓰게 된다고 해도/나 그대에게로 가리

SG워너비
SG워너비(WannaBe)는 ‘사이먼과 가펑클처럼 되고 싶다’는 뜻이다. ‘SG워너비’ 워너비인 ‘동하이모’의 설명에 따르면, 그들의 음악을 닮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이룬 음악성과 오랫동안 한결 같은 자세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그 일관성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SG워너비는 2004년 1집 ‘WannaBe+’로 데뷔한 이래 ‘살다가’ 등 숱한 히트곡을 내놓으면서 뛰어난 가창력과 그 또래 같지 않은 깊은 인간적 속내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4집의 타이틀곡 ‘아리랑’은 국악과 판소리를 접목한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노래로 그들의 음악세계가 한층 성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동하이모’의 사랑 동하는 오는 10월 말 ‘풋루스’라는 뮤지컬에도 출연한다(이것은 ‘동하이모’의 홍보성 멘트다). 그래, 좋다. 동하여, 비상하라. 비상하라, 채동하!

글·사진|유성문<객원기자> rotack@lycos.co.kr

※ 지난 743호 ‘그대 고향은 어디인가’ 기사 중 ‘부천 원곡동’은 ‘안산 원곡동’의 잘못이었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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