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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사회에도 북한바람‘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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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요에 대한 관심 상당히 늘어… 남쪽 신세대가수들 북한노래 취입도

“북한 가요 톱텐 1위곡” “북한 뮤직비디오”.
지난 9월 중순께부터 주요 포털을 중심으로 유포되고 있는 가수 륜분홍의 트로트풍의 노래 ‘가지마시라요’ 비디오에 붙은 설명이다.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륜분홍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등 네티즌들의 반응도 호의적인 편이다. 그러나 이 홍보영상이 진짜 북한산(産)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영상엔 ‘북한가요-륜분홍’이라는 자막이 뜨지만, 북한에서는 ‘북한’과 같은 표기를 쓰지 않는다. 영상에 사용된 화면은 2005년 영국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 다니엘 고든이 북한사회의 풍경을 찍은 ‘어떤 나라’ 등의 자료를 활용해 편집한 것이다. 이른바 ‘팔리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짝퉁 북한문화인 셈이다.

반면 대한불교청년회 등이 지난 9월 17일과 18일, 개최한 북한영화상영회에서 상영된 ‘한 여학생의 일기’ ‘도시처녀 시집와요’ 등의 영화는 진짜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한 여학생의…’는 2006년 북한에서 800만 명 이상이 관람했으며, 북한영화 최초로 2007년 칸영화제 필름마켓에도 나온 영화다. 청년회 관계자는 “날씨 등의 이유로 참여 인원은 적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괜찮았다”며 “북녘의 수해 피해도 돕고, 북한사회에 대해 나름대로 알아보자는 취지로 상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 통해 북한 경험

대한불교청년회는 지난 9월 17~18일 양일에 걸쳐 남북정상회담 환영과 북녘 수해돕기의 일환으로 북한영화상영회를 개최했다. <대한불교청년회 제공>

대한불교청년회는 지난 9월 17~18일 양일에 걸쳐 남북정상회담 환영과 북녘 수해돕기의 일환으로 북한영화상영회를 개최했다. <대한불교청년회 제공>

이미 북한문화는 다양한 코드로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발단은 1980년대 후반 대학가. ‘북한바로알기운동’의 일환으로 북한문화가 소개되면서다. 1990년대 초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가 보급한 ‘청년진군가’라는 노래는 ‘불타는 탱고’라고 불리며 높은 인기를 끌어 운동권을 넘어 동문회 자리에서도 널리 불렸다. ‘청년진군가’는 북한의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사로청, 현재는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으로 개칭)가’의 일부 가사를 개사한 노래다.

두 번째 계기는 1998년부터 시작한 금강산 관광이다. 현대아산 측은 지난 8월까지 금강산에 다녀온 남쪽 사람들은 누계로 158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비록 제한된 접촉이었지만 이 금강산 관광 사업은 일반인들이 북한사회와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6·15남북정상회담 전후로 남북 대결구도가 완화되면서 남북교류도 급물살을 탔다. 김이경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은 “방북이 계속되면서 북에 대한 적대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남과 북이 동포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아리랑 공연의 경우 북한체제에 대한 입장 여부를 떠나 힘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는데, 그런 것을 통일 후 민족적 저력으로 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한다.

노래방에서도 북한노래를 만날 수 있다. 노래방기기업체인 ㈜금영의 반주기에 수록된 북한노래는 ‘반갑습니다’ ‘휘파람’ ‘기러기떼 날으네’ 등 총 5곡. 2007년 1월부터 ‘휘파람’은 4100여 번, ‘반갑습니다’는 3700여 번 이용되었다고 이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남쪽 가수들이 북한노래를 취입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6월 발표된 통일음반 ‘동인’에는 바이브, 마야, 배슬기, 베이비복스 리브 등 신세대 가수가 대거 참여, 각자의 개성을 살려 북한의 대표곡들을 편곡해 불렀다. 음반을 기획한 유비엔터테인먼트의 심명갑 기획실장은 “앞으로 북한 교향악단의 고전음악 앨범 발매나 북한의 오리지널 가수를 포함해 남북을 오가는 콘서트도 기획하고 있다”고 밝힌다.

북한 ‘스타’에 대한 팬클럽활동도 활발하다. 김용경씨(29·김원웅 의원실 인턴)는 2002년 포털 다음에 북한의 유도선수 ‘계순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계사모)이라는 이름의 카페를 개설했다. 5년이 지난 지금 회원 수는 2500여 명에 달한다. 김씨는 “카페 개설 초기엔 ‘너 빨갱이냐, 북한 넘어가라’는 내용을 담은 악성 메일도 많이 받았다”며 “반면 계씨 종친회로부터는 ‘가문의 영광’이라며 감사도 받았고, 부산아시안게임 때는 전북 전주의 여중생 유도부와 함께 응원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북한응원단 팬카페와 가수 이효리와 함께 CF에도 출연, 화제를 일으킨 조명애씨 팬클럽도 운영하고 있다. 조씨가 최근 KBS가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전과 합작, 전파를 타고 있는 드라마 ‘사육신’에 출연하면서 팬카페의 방문자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 옌볜에 유학을 다녀온 김씨는 “중국과 대만의 문화적 교류는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진전되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중국 출신으로 미NBA에서 활동하는 농구스타 야오밍 선수의 경우, 대만에도 많은 팬이 있다는 것. 그에 비해서 우리의 경우는 아직 시작 단계라는 지적이다.

‘오리엔탈리즘’ 시각은 경계해야

지난 6월 남한의 신인가수들이 북한의 대표곡을 불러 내놓은 통일음반 ‘동인’. <유비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6월 남한의 신인가수들이 북한의 대표곡을 불러 내놓은 통일음반 ‘동인’. <유비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데올로기성이 강한 경우의 공식적 수입은 아직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 두 번째 이슈는 저작권 문제. 과거 남북교류가 차단되어 있던 당시에는 저작권 위반 불법출판이 많았고, 또 중국 브로커가 개입되면서 남북 양쪽 모두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최근 문화 콘텐츠의 저작권 관련으로는 북한의 민화협(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과 남의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으로 창구가 단일화되면서 문제 해결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세 번째는 북한 콘텐츠의 경쟁력 문제다. 현재 출판에서는 많은 책이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역사소설이라든지 월북 문인들의 과거작품 등으로 실제 팔리는 책은 제한적이다.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까. 박준형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정책실장은 “사실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지 남쪽으로 건너와 문화적 아이콘이 되고 돈도 될 수 있는 북쪽 컨텐츠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빈번한 문화교류 접촉으로 상호이해가 심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화적 편견과 차별을 강화하는 경우를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병호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이남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북한문화는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지난 냉전시기, 남쪽 사회의 악을 비추는 일종의 거울 내지는 그림자처럼 북을 사고해왔고, 냉전 이후에도 북한을 ‘순수성’이나 ‘순결성’으로 포장된 열등한 객체로 인식하려는 프레임이 남쪽 시각의 밑바닥에 존재한다는 것. 정 교수는 “ 문화의 단편을 비교해 피상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닌 북한사회라는 맥락 속에서 콘텍스트(문맥)를 보는 교육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북한사회와 문화에 대한 교육 훈련은 오히려 이제부터 본격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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