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국산 무기 빅3, ‘넘버1’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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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훈련기 T-50·차기전차 XK2·잠수함 최첨단 품질로 세계시장 석권 채비

한국은 IT 강국이면서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소위 ‘굴뚝산업’에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양대산맥의 산업이 서로 배척하기는커녕 상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한국 경제의 장기 비전을 낙관적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국내 방위산업체에서 개발·생산한 방산물자가 최근 세계시장의 주목을 받는 것도 IT와 전통산업의 효과적인 결합 덕분이다. 군수산업이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우뚝 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방산업체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전쟁 시 다량의 무기를 생산해야 하는 방산업체가 평시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방산물자의 해외 수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방산업체의 최초 해외시장 진출은 1975년이다. 이해 47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린 우리나라의 방산제품 수출은 1995년 1억 달러를 돌파, 이후 매년 2억∼4억 달러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항공(23.8%)과 함정(23.8%), 탄약(21.1%) 분야 등이 주력인 가운데 전투차량과 화력무기체계 등도 주요 수출품목이었다.

최근의 상황은 확연히 달라졌다. 그간의 답보 상태를 일거에 돌파할 ‘차원이 다른’ 무기 수출의 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일부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는 점유율 1위, 품질 1위의 제품을 개발·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T-50 고등훈련기다. 훈련기 중에는 세계 최첨단의 품질을 자랑한다. T-50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세계시장을 겨낭해 미국 록히드마틴과 공동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다. 현재 아랍에미리트연합 수출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영국, 이탈리아 기종과 경합 중이다. T-50의 대당 가격은 230억 원, 2000만 원짜리 중형 승용차를 무려 1150대를 팔아야 달성할 수 있는 매출액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은 공군 훈련기로 50~60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현지 시험평가를 거쳐 연말에 수출이 확정되면 우리 방산물자의 해외 수출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금액만 최대 1조3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방위산업 역사상 최고의 대박이 될 것이 확실하다.

지난 8월 4일 터키 정부와 체결한 ‘기본훈련기’ KT-1 55대(부품 포함 총 5억 달러) 수출계약도 국내 방위산업 역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쾌거다. 그간 미제 항공무기체계를 운용한 터키가 한국산 기본훈련기를 채택했다는 것 자체가 향후 고등훈련기 시장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차와 잠수함도 세계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로템이 12년간 2000억 원을 들여 개발한 차기 전차는 기술 이전을 통한 현지 생산방식으로 터키에 수출키로 합의했다. 아직 공식적인 계약은 체결하지 않았지만 10월 안으로 본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물량도 수백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매출 효과가 크고 품질 면에서 미국의 M1-A2, 프랑스의 르클레르 등 선진국 주력 전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잠수함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됐던 부끄러운 과거도 이제는 격세지감이다. 국내 방위산업계가 209급(1300t) 잠수함에 이어 214급 잠수함(1800t)까지 건조하면서 세계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 최고의 조선 국가답게 잠수함 건조 기술력 역시 세계 정상급이라는 평가다.

그 첫 대상국은 2024년까지 한국과 러시아, 중국을 대상으로 12척의 잠수함을 도입할 계획인 인도네시아다. 지난해 초 당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세일즈에 나서는 등 군 당국과 업계가 전력투구하고 있다. 209급 잠수함의 척당 가격은 3250억∼3720억 원으로 중형 승용차(대당 2000만 원 기준) 1만8600대의 수출과 맞먹는다.

재래식 무기의 수출 분야는 광대하다. 재래식 무기 시장은 좀처럼 축소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고 특히 방어용 무기 시장의 규모는 매년 급속도로 신장하고 있다. 최근 개발을 완료한 차기 전투보병장갑차(K-21)와 K-9 자주포, K-9 자주포에 탄약을 자동 공급하는 세계 최초의 로봇형 탄약운반장갑차인 K-10도 수출품 후보 리스트에 올라 있다. K-9 자주포는 2001년 터키에 수출한 것을 계기로 호주와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적의 레이더망을 피해 150㎞ 떨어진 목표물을 족집게처럼 찾아내 파괴할 수 있는 함대함 미사일인 ‘해성’과 미국의 스팅어나 프랑스의 미스트랄보다 가볍고 명중률이 높은 휴대용 대공 유도무기인 ‘신궁’도 수출 효자 방산물자로 주목받고 있다.
지속적인 방산수출 증대를 위해서는 정부의 수출 전담조직 신설이 절실하다. 영국의 방산판매청(DESO)과 프랑스의 국방획득본부 국제협력국(DRI), 이스라엘의 방산수출 및 국제협력국(SIBAT) 등 선진국 정부의 방산수출 전담기구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방연구원 조남훈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도 방산 수출 전담조직을 설치해 종합적인 수출 전략 수립 및 마케팅 활동 지원, 수출 이후 후속 관리 등의 업무를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T-50, 소리보다 빠른 세계 최첨단 공군훈련기

국방과학연구소 창원시험장에서 차세대 전차로 불리는 ‘XK2’ 가 첫선을 보였다. <남호진 기자>

국방과학연구소 창원시험장에서 차세대 전차로 불리는 ‘XK2’ 가 첫선을 보였다. <남호진 기자>

한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국내 최초의 초음속 비행기로, 정식명칭은 ‘T-50 고등훈련기’다. ‘골든이글’(검독수리)은 별칭이다. 길이 13.4m, 너비 9.45m, 높이 4.91m, 최대속도 마하 1.5, 이륙중량 1만 3454㎏, 실용상승고도는 1만4783m다.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이 개발한 비행기로, 1990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1997년부터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했다. 2001년 10월 기체(機體)를 완성하고, 이듬해 8월 첫 공개 비행에 성공, 2003년 2월 19일 초음속 돌파 비행에 성공했다. 이후 내구 연한 25년을 검증하기 위해 내구성 시험을 완료하고, 2005년 8월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T-50의 생산으로 한국은 자체 기술로 초음속 비행기를 개발한 열두 번째 국가가 됐다.

이 훈련기는 F-15A, F-16, F-22 등 전투기의 조종훈련을 목적으로 설계했고, 고도의 기동성을 자랑하는 디지털 비행제어 시스템과 디지털 제어 방식의 엔진, 견고한 기체 및 착륙장치 등을 장착하고 있어 같은 급의 훈련기 가운데서는 최고의 성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2003년 말 성능 평가를 거쳐 국방부의 최종 승인을 얻었으며 2005년 대량 생산 체제에 들어간 뒤, 올해부터 한국 공군 고등훈련 비행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2011년까지 공군에 90여 대가 인도될 계획이며, 유럽과 중동지역, 특히 아랍에미리트연합으로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KAI의 이창열 군수사업관리팀장은 “영국·이탈리아 등 경쟁국 기종보다 성능 면에서 앞서기 때문에 자신 있다”며 T-50의 경우 2030년까지 3300여 대로 예상되는 세계 고등훈련기 시장에서 25~35%의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등훈련기 생산의 주요 공정은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부품 형태가 다양해 기계로 조립하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T-50 비행기 1대에는 32만 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전기선을 한 줄로 펼쳐놓으면 15㎞가 넘는다. 복잡한 공정이지만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지난 7월에는 스티븐 우드 주한미7공군 사령관(중장)이 국산 고등훈련기인 T-50에 직접 탑승, 항공기 성능을 체험,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향후 이 기종의 대미 수출에도 ‘푸른 신호등’이 켜졌다.

당시 우드 사령관을 태운 T-50 고등훈련기는 서남해안 앞 바다를 오가며 40분 동안 기동하며 성능을 선보였다. 지휘비행을 마치고 활주로에 내린 우드 사령관은 매우 훌륭하다(very good)”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T-50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유한 고등훈련기로서 F-16 전투기급의 기동 성능과 함께 디지털 비행제어 시스템(Fly-by-Wire), 전방 시현기(HUD: Head -Up Display), 다가능 시현기(MFD: Multi -Function Display), 공중영상기록장치(AVSR : Air bone Video Solid State Recorder) 등 첨단 장비를 보유해 고성능 전투기 운영 조종사 양성에 필요한 최적의 조건을 구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기전차 XK2, 선진국 주력전차 이겼다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인 로템은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12년간 2000억 원을 들여 독자 개발한 차기 전차(XK2)를 기술이전을 통한 현지생산 방식으로 터키에 수백 대 수출한다.

계약 규모만 5억 달러로, 2001년 K-9 자주포(10억 달러)에 이어 방산 수출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무엇보다 미국의 M1-A2, 프랑스의 르클레르 등 선진국 주력 전차와 경쟁에서 이겼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국산 전차 개발은 한국전쟁 당시 괴물 같은 소련의 T34 전차 앞에서 불가항력으로 밀려야 했던 쓰라린 경험에서 출발한다. 전후 미국의 M47과 M48을 도입해 쓰던 육군은 1992년 미국의 M1(에이브럼스) 전차를 토대로 설계한 K1 전차의 일부 생산기술과 105㎜ 강선인 주포를 미국의 120㎜ M256 활강포로 개량하는 K1A1사업을 통해 국산 전차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K1으로는 한국적 산악지형을 소화할 수 없었다. 육군은 이에 따라 1998년 국산전차 개발계획을 세우고 국방과학연구소가 그 역사적 임무를 맡게 됐다.

연구원들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전차를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 능력으로 개발할 것인가에 주력했다. 성능과 모양, 이에 필요한 기술은 무엇인지, 실제 전장 환경에서 얼마만큼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에 몰입했다.

차기 전차 XK2(일명 흑표)는 현존하는 전차 중 세계 최강으로 평가된다. 어떤 탱크도 뚫을 수 있는 신형 대포와 탁월한 헬기 교전 능력, 대전차미사일을 차단하는 방어시스템 등 화력·기동성·생존성 측면에서 21세기형 전차로 손색이 없다.

XK2 전차에는 위성항법장치(GPS)와 관성항법장치(INS)를 내장한 디지털 데이터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어떤 지형에서도 아군과 적군의 위치를 포함해 전장 상황을 지휘통제소(C4I)와 공유할 수 있다. 미래 전장 환경에 완벽히 대비하도록 설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잠수함이 방산수출 10억 달러 시대 연다

지난해 6월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214급 잠수함의 진수식이 열렸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지난해 6월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214급 잠수함의 진수식이 열렸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해군의 핵심전력인 1800t급(214급) 잠수함 2번 함인 ‘정지’함을 올해 진수했다. 2008년 11월께 해군에 인도돼 본격적인 작전에 투입된다. 고려시대에 왜적을 격파한 정지(鄭地, 1347~1391) 장군의 이름을 딴 정지함은 대함전 및 대잠전, 공격기뢰 부설, 적 주요기지 봉쇄·차단 능력을 갖춘 세계 최고의 디젤 잠수함으로 한국형 이지스구축함(KDX-Ⅲ)과 함께 우리 해군의 핵심전력이다.

독일 하데베사가 제작한 최신형 전투시스템(ISUS-90)으로 300여 개의 표적처리 능력이 있다. 레이저를 이용해 거리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잠망경을 장착하고 있으며 원자력 잠수함과 유사한 능력의 탐지능력을 갖춘 소나(Sonar, 음파탐지장비)도 보유하고 있다.

대양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위성통신장비(SATCOM)를 탑재해 세계 어디서나 통신이 가능한 연합작전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해군과 현대중공업은 2000년 12월 독일 하데베조선소(HDW)의 214급 잠수함 3척을 기술 도입 형태로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2002년 10월 214급 잠수함 건조에 착수했다.

국방부는 올해 3000t급 잠수함 개발을 위한 선행연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2018년께면 세계 열두 번째로 잠수함을 독자 설계하고 건조하는 국가 대열에 합류한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사업비 2조5000억 원을 투입해 3000t급 잠수함 9척을 독자 개발하고 잠수함사령부를 창설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올해 방위산업계의 관심의 초점은 함정의 수출 여부다. 특히 올해 10억 달러 수출 목표 달성도 결국 함정 분야의 잠수함 수출이 좌우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209급 잠수함이 대당 3억5000만∼4억 달러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몇 개 국가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수출상담이 성사될 경우 10억 달러 수출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한기홍 편집위원 glutt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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