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선물 전달 완수 비상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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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이라면 역시 추석이지요.” “아닙니다. 한 해를 새로 맞는 설이 더 큰 명절입니다.”

이번 추석 우편물특별소통기간 중 동서울 우편집중국의 분주한 모습.

이번 추석 우편물특별소통기간 중 동서울 우편집중국의 분주한 모습.

‘추석과 설 중 어느 날이 더 큰 명절인가’라는 질문을 누군가 인터넷에 올렸다. 신문·방송에서 추석에도, 설에도 한결같이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하는 데 대해 “최대가 둘일 수는 없다”며 제기한 의문이다. 그러자 예의 인터넷 토론 코너답게 와글와글 논란이 벌어진다. 추석 지지파는 추석에 담긴 한 해 농사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설 지지파는 한 해를 새로 시작하는 설의 의미를 내세운다. 추석 땐 돌아가신 조상을 섬기고 설 땐 살아 있는 어른에 세배를 드리니 추석이 중요하다는 이도 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설이 더 중요하다는 이도 있다. 둘 다 좋은 날인데 무엇하러 키재기를 하느냐는 게 우문(愚問)에 대한 현답(賢答)일 것이다. 그래도 굳이 가리고 싶다면 오가는 선물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람들이 더 소중히 여기는 날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에 접수되는 소포물량을 보면 우리 국민은 추석을 설보다 더 귀하게 여기는 것 같다. 추석 때 물량이 설 때보다 늘 15~20%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설 때는 소포물량이 584만7000통이었으나, 추석 때는 719만9000통으로 20% 이상 많다. 이 때문에 우본은 설은 설끼리, 추석은 추석끼리 비교해 통계를 잡는다. 이번 추석 우편물특별소통기간(9월 10~23일) 중 처리한 소포물량은 지난해 추석 때보다 16.4% 늘어난 840만5000통. 우본 역사상 최대 기록이다. 소포 하나의 길이를 평균 40㎝로 잡으면 경부고속도로(417㎞) 시발점에서 종착점까지 8줄로 깔아놓을 수 있는 물량. 9월 18일엔 124만2000통이 접수돼 하루 접수분에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택시 승객을 실물경제의 한 지표로 꼽는다는데, 추석 선물이 늘어난 것도 경제가 좋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보아도 될까.

선물은 대개의 경우 보내는 이에게는 기쁨을, 받는 이에게는 즐거움을 준다. 우체국을 통하는 선물은 특히 2만~4만 원의 저가 상품이 대부분이어서 정성과 고마움으로 주고받는다고 간주해도 무리가 없을 듯싶다. 하지만 그런 선물을 받아서 전해주는 중개업무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추석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 9월 20일 오후, 우본에 비상이 걸렸다. 우편물 처리상황을 현장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우편사업단 김상원 팀장이 돌연 “모두 넥타이를 풀고 대전으로 내려가자”고 한 것이다. 대전 우편집중국은 평소에도 전국에서 우편물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 그런데 이곳에 미처리된 소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게 아닌가. 명절 특별소통을 위해 고용한 일꾼들이 물량은 생각보다 많고 일은 고된 데 하루 노임은 적다며 나오지 않은 것이다. 김 팀장을 비롯해 사무실을 지키던 직원 40여 명은 이들의 빈자리를 메우느라 이날 밤을 꼬박 새워가며 소포를 옮겼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비는 우정인들에게는 언제나 야속한 존재. 비가 오면 우편물을 젖지 않게 하느라 비닐로 싸는 등 품을 곱절로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경북 평해우체국 양용수 집배원은 “폭우 속에서 오토바이 뒤 덮개를 열고 우편물을 꺼낼 때면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더욱 신경 써야 한다”며 “빗속 배달은 평소보다 30%쯤 시간을 더 잡아먹는다”고 말했다. 도시에서는 빗길에 도로가 막혀 택배차량이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어려움도 따른다. 이래저래 밤늦은 시간까지 연장 배달하지 않으면 물량을 처리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정경원 우정사업본부장이 이번 특별소통기간 중 TV에서 날씨 소식이 나올 때 우체국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살피는 등 마음을 졸여야 했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이종탁 jt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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