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어린이 글짓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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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야기]우체국 어린이 글짓기대회

대개 글쓰기는 고통을 수반한다. 비교적 단순한 글이라 해도 순식간에, 일필휘지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써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유명 작가들도 인터뷰 때 털어놓는 말을 들어보면 한 줄 한 줄 써내려 갈 때마다 산고(産苦)의 아픔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니 나 같은 논설위원이 마감시간을 맞추느라 끙끙거리는 것쯤은 말할 나위도 없겠다.
그래도 명색이 신문사 논설위원이라고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더러 있다. 아이의 논술실력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이다. 이 또한 감당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무턱대고 피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어서 한동안 궁리 끝에 정답을 찾아냈다.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입니다.”
중국 송나라 때 문인 구양수(歐陽修·1007~1072)가 한 말이다. 그러니까 오래전부터 교과서에 있는 말을 슬쩍 끌어와 답변을 대신하는 것이다. 사실 구양수의 이 3원칙은 100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명언이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것 외에 대체 무슨 방도가 있겠는가. 요즘 학생들은 숙제도 인터넷을 뒤져 여기저기서 조금씩 베껴 맞춘다고 하니, 이들에게는 다(多)짜깁기가 또 하나의 글쓰기 방편이 될지 모르겠으나, 자칫하다 표절로 큰코 다칠 수 있다.

구양수가 말한 읽기와 쓰기, 생각하기를 실천하는 데 가장 좋은 계절이 가을이다. 낙엽 흩날리는 공원 벤치에 홀로 앉아 ‘무소유’(법정)나 ‘죽은 시인의 사회’(톰 슐만) 같은 책을 펼쳐보라. 노란 은행잎 날리는 거리를 걸으며 뜨거웠던 지난 여름의 기억을 가슴속에 담고, 빨간 자전거를 타고 우체국 앞을 지나며 어릴 적 머리를 박박 밀어주던 이발소 아저씨를 떠올려보라. 가을에 맛보는 독서와 사색은 한 점 손실 없이 켜켜이 쌓여 문학적 자양분이 된다. 책을 읽다가, 생각에 잠기다, 문득 그리움이 솟구쳐 하얀 종이에 편지라도 쓴다면 그것은 한 편의 수필이요, 시(詩)가 된다. 가을은 마음을 살찌우고 글쓰기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계절인 것이다.

구양수는 어떨지 모르지만, 3원칙 중에서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다작을 꼽겠다. 아무리 읽고 생각을 많이 해도 실제 글로 옮겨보지 않으면 머릿속에서만 맴돌 뿐 확실히 자기 것이 되기 어렵다. 무엇이든 써보는 것만큼 좋은 논술공부는 없는 셈이다.

우정사업본부가 전국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글쓰기대회를 연다. 올해로 열다섯 번째를 맞는 ‘우체국 예금보험 어린이 글짓기대회’. 가을의 동심을 북돋기 위해 매년 이맘 때 열어왔다. 올해 주제는 ‘추석’ ‘저축’ ‘우체국’. 이중 하나를 선택해 200자 원고지 5~10매 분량으로 쓰는 것이다. 접수는 10월 1~12일. 개인이 가까운 우체국에 직접 내도 되고, 학교에서 단체로 신청할 수도 있다. 가족과 함께 추석 성묘 간 이야기나 돼지저금통에 돈 모은 이야기 같은 것을 생활문 형식으로 쓰면 된다. 지금까지는 저축 또는 가족 같은 단어가 주제어였으나, 올해는 우체국이 새로 들어갔다. 학교에서 특별히 견학차 방문하지 않으면 우체국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어린이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어떤 글이 나올지 기대를 모으는 주제다. 대상 1명에겐 장학금 100만 원, 금상(2명), 은상(6명), 동상(10명)과 장려상(50명)에는 각각 50만 원, 30만 원, 20만 원, 10만 원의 장학금을 준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번 추석 때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보는 게 어떨까. “얘야, 입선하면 좋고, 못해도 전혀 창피할 게 없는 글짓기대회가 있대. 한번 나가보는 게 어때”라고. 자세한 내용은 우체국에 문의하거나 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www.koreapost.kr)을 참조하면 된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이종탁〉 jt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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