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가 스토커에게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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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판사판]스토커가 스토커에게 쓰는 편지

받는 이 : 면박
쓰는 이 : 무연

안녕. 벌써 가을이 되어버렸네. ‘가을’ 하면 2년 전 그때가 생각난다 아이가. 그때 나의 가슴은 연정으로 가득 찼지. 나를 애태우게 하다 결국 나를 차버리고 떠난 그때 그 사람은 지금 뭐하고 있는지 너는 잘 알겠지?

그때 나는 스토커가 얼마나 고독한 직업인지를 처음 알게 됐다 카이. 니도 얼마 전 그 고난의 길을 들어섰다면서… 국중이와 민주가 너의 고독한 마음을 이해해줬으면 좋으련만.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마음이 많이 아프데이. 어느 누구도 우리들 스토커의 고독한 마음을 알아줄 수 없다 아이가. 그래도 내가 스토커의 고참으로서 진정한 스토커가 되는 법을 알려줄게.

1. 동네방네 그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라.
나도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그녀를 좋아한다고 알렸다 아이가. 그러니까 반응이 오긴 오더라 카이. 원래 그런 소리를 들으면 당사자는 싫다고 한 번 빼보는기라. 그런데 상관하지 말고 밀어붙여야 된데이. 니도 벌써 소문이 쫙 퍼지게 했더라. 그거야말로 진정한 스토커가 되는 지름길이다 카이.

2. 상대방의 마음을 고려하지 말고 끝까지 밀어붙여라.
스토커가 되믄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런 거 신경 쓸 필요없데이. 그냥 가는 거라 카이. 불도저도 그런데 쓰면 참 괜찮은 물건이 될 수 있데이.

3. 양다리를 걸치지 마라.
스토커를 할 때는 오직 한 사람만 물고 늘어져야지, 양다리 같은 거 걸치면 안 된데이. 민주 갸는 얼마나 마음이 독한데, 국중이한테 한 다리를 걸쳐놓고 꼬실 수 있겠나? 내 봐라, 나는 오로지 그네씨한테만 달라붙었는데도 차였다 카이.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뽑히자마자, 정치적 외연을 넓히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당사자인 민주당은 발끈하고 나섰다. 2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과 연정을 하겠다면서 당시 박근혜 대표를 물고 늘어진 것처럼, 올 가을에는 또 한 명의 정치 스토커가 탄생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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