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회의원 출신 역술원 통(通) 원장 이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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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주보는 건 빈민운동의 연장”

[인터뷰] 국회의원 출신 역술원 통(通) 원장 이철용

통(通), 통할 통. 통하다, 꿰뚫다, 두루 미치다, 걷다, 보급되다, 탈 없이 통하다, 환히 비치다, 통하게 하다, 오가다, 왕래하다. 한자 자전을 찾아보니, 참 뜻도 많다. 이철용씨(60)가 서울 안국동에 낸 역술원 이름이다. 전직 국회의원이 역술인, 속칭 ‘점쟁이’가 됐다? 그 자체가 뉴스거리다. 게다가 올해는 대선의 해가 아니던가. 과거 여의도에서 가까이 본 이들에 대한 그의 평가는 어떨까.

“아, 정 기자님 어서오세요.” 길이 막혀 조금 늦은 시각, 전화를 하니 바로 맞은편 골목 안 1층집, 파랗게 코팅한 유리문을 열고 그가 나온다. 파란색 와이셔츠를 정갈하게 입었다. 그의 뒷자리엔 짙은 감색 커튼이 드리워져 있다. “제가 요즘 컬러테라피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실 덮고 자는 이불 색깔이나 베갯잇도 청색이에요. 사람들에겐 음양오행, 즉 자기 사주팔자에 따라 부족한 색이 있는데 그걸 보충해주는 겁니다.”

기자는 20여 년 전쯤 어떤 책을 읽고 충격에 잠을 못 이룬 적이 있다. ‘아, 내가 접해보지 못한 이런 세계가 지금도 같은 하늘 아래 어딘가에서 돌아가고 있다니’ 하는. 그 책이 ‘어둠의 자식들’이다. 소설이라기보다 르포르타주에 가까웠다. 그 책의 실제 주인공이 바로 이철용씨다. “제가 아들이 둘입니다. 수배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남겨줄 건 없고,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주변은 어떠했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내가 뭘 했는지 습자지에 편지 형식으로 쓰려 했어요. 제 주변의 암울한 청소년기를 담은 건데, 그게 의외로 베스트셀러가 되니까 쓴 것이 ‘꼬방동네 사람들’입니다.

그가 낸 책은 벌써 16권이다. 그는 책을 쓸 때 자신은 “강신무에 가깝다”고 말한다. “하루에 70~80매를 밤을 새면서 써내려갔어요. 어떤 때는 100매도 씁니다. ‘어둠의 자식들’도 40일 걸렸습니다. 화가 나면 막 씁니다. 분노할 일에 대한 거죠. 제가 쓴 것은 도시빈민 소외계층, 목동 철거역사… 등이 주제였습니다. ‘들어라 먹물들아’는 책상에 앉아 운동한다는 ‘시민 없는 시민운동’, 그저 책만 들여다보고 현실을 모르는, 지성 없는 지성인에 대한 독설을 담았습니다.”

가장 최근에 낸 책은 ‘10시간’. 대한민국의 매매춘 실태를 담은 책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매매춘 역사’를 알아야 한다며, 시민운동 비판과 같은 맥락에서 여성운동을 비판했다. “6·25전쟁 전후로 매춘은 목구멍에 풀칠하기 위한 수단이었어요. 인신매매라든가, 자의적·타의적·반강제적인 부분이 오랫동안 남아 있었죠. 최근엔 생계형 매춘과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한 매춘이 병존합니다. 쉽게 안마시술소만 보세요. 손님들이 단순 안마만 받으려고 그곳에 가는 게 아닙니다. 맹인은 안내하고, 아가씨는 몸을 팝니다.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하는 거죠. 그런데 비유하자면 똥을 치워야 하는데 여성단체는 ‘파리가 생긴다’고 똥 위에 파리만 쫓고 있어요. 똥을 치워야 구조적 해결 아닙니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모양이다. 역술원 ‘통’과 가까운 곳엔 ‘아름다운 가게’가 있다. 지난 10일 통인동으로 이사했지만, 얼마 전까지 ‘참여연대’도 근처에 있었다. 길 건너에는 성매매여성자활지원센터 ‘종이학’이 SK건물에 입주해 있고, 반대편 불교신문사 쪽엔 ‘희망제작소’가 자리 잡고 있다. 안국동은 이씨의 표현에 따르면 ‘시민 없는 시민운동’ 단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다.

장애인 문예진흥원 이사장 맡아

그가 맡고 있는 또 하나의 직책은 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 이사장이다. 그는 생후 1년 만에 결핵성 관절염을 앓고 장애인이 되었다. 빈민운동을 하다 13대 국회의원에 당선, 정치인 생활도 해봤다. 참여정부의 개혁에 대해 그는 비판적이다. “저는 노무현 정권에 반대도 안 하지만, 잘 했다고 칭찬도 안 합니다. 왜? 제가 국회에 있을 때 장애인고용촉진법을 만드는 데 앞장섰습니다. 법적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은 장애인을 2% 의무 고용해야 해요. 청와대나 정부가 앞장서라 이겁니다. 노 정권은 실패했어요. 말로만 개혁하고, 집값 땅값 다 올려놓고 해놓은 게 뭐예요. 사회적 약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희망을 주는 게 진보고 개혁입니다. 보수니 진보니 무슨 얼어죽을 소리예요.”

슬슬 대운(大運)이 궁금하다. 올해 말 누가 대권을 거머쥘지, 역술가로서 그는 어떻게 예상하고 있을까. “사실 대선 후보들이나 정치인들 사주는 다 뽑아놨어요.” 그는 슬쩍 인쇄된 파일뭉치를 들춰본다. “생년월일은 정확성을 100% 장담 못해요. 한 70% 정도 접근한다고 봐야 할까….” 그는 사주가 아닌 정치공학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계속 이야기한다. 아래의 예측은 사주에 기반한 ‘예언’이 아니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한나라당 후보가 지금 결정됐는데, 이명박 후보의 사주가 썩 좋지는 않은 편이에요. 범여권은 하나가 될 걸로 봐요.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에서도 나오겠지만, 지금 후보 중에서 아주 출중하게 사주가 좋은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선은 안 될 거예요. 문제는 국민여론과 정서를 언론이 호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명박 후보의 경선 승리는 조·중·동 언론의 승리입니다. 사실 사주팔자로 대권 후보를 점치는 것은 힘듭니다. 시대상황이 너무나 어수선해요. 가면 쓴 진보, 가면 쓴 보수만 준동할 뿐…. 다만 ‘정치공학적’으로 볼 때 민주신당과 민주당은 반드시 합당합니다.”

“이명박 후보 사주 썩 좋지는 않은 편”

그는 독특한 사주 철학을 갖고 있다. 일단 적어도 반백 년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사주를 논할 자격이 없단다.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봐야, 사람을 척 보고 인생유전을 알 수 있다고. 마찬가지로 사회구조적 환경과 결합되지 않은 ‘원리로 만 본 사주’는 아무 의미 없다고 강조한다. “과거 농경시대에 만든 사주 원리를 사회환경이 전혀 다른 현대에 개입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어요. 사회 병리와 개인 병리를 아우러야 정확하게 세상을 볼 수 있어요. 사주 원리만 갖고 6·25가 터졌는데 당신 복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어요?” 그가 역설하는 것 중 또 하나는 희망의 ‘비상구’를 찾아주는 것. “사주를 보면 아무리 복이 없는 사람이라도 비상구가 다 있어요. 그걸 찾아주는 것이 사주의 원리입니다. 빈민운동을 하면서 제가 봐온 사람들은 지지리도 가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당신은 팔자가 엿 같아서 안 되겠어’ 이러면 되겠어요?”

그는 자신의 역술은 과거 빈민운동의 연장이라고 강조한다. “저는 앞으로 사주가 과학으로 자리 잡고, 학문으로 인정받을 거라고 확신해요. 제가 빈민운동을 해보니까 뭘 하려면 한두 가지 재능이 필요하더군요. 재능도 없이 책 몇 권 읽고 운동에 뛰어드는 것은 안 됩니다. 그래서 처음 저는 이발 기술을 배웠어요. 산동네 경로당을 찾아다니면서 노인들에게 봉사하면서 말을 붙였죠. 그리고 제가 ‘아, 이거다’ 하고 찾은 게 역학입니다. 저에게 역학은 빈민운동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고 정치의 연장입니다. 지금까지 수백 명이 찾아왔어요. 10명 오면 5명은 펑펑 웁니다. 그걸 들어주고, 또 희망의 탈출구·비상구를 제시하는 겁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그걸 찾은 사람이 있다면 저는 성공한 겁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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