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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막판 소나기 분양’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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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분양가 상한제 시행 앞두고 이달 전국 공급주택 ‘사상 최대’

<김정근 기자>

<김정근 기자>

중소기업 대리 최모씨(34)는 동료들의 양보를 얻어 올해 휴가를 8월 중순쯤으로 일찌감치 잡아놓았다. 최씨가 계획한 휴가지는 아파트 모델하우스. 오는 9월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막판 소나기 분양’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9월부터 청약가점제를 적용하면 신혼부부인 최 대리의 경우엔 불리하기 때문에 그는 “이번이 청약으로 내집을 마련하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8월 분양 물량은 1997년 이후 가장 많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 8월 전국 분양물량은 122개 단지, 6만5069가구에 달한다. 사업별로는 아파트가 110곳, 6만1773가구로 가장 많고 주상복합은 3곳 648가구, 기타 오피스텔, 임대 등을 포함해 9곳에서 2648가구다. 8월 분양물량으로는 주택협회 등이 조사해 발표한 1997년 이후 가장 많은 물량으로, 평년에 비해 3배가 넘는 물량이다.

이처럼 올해 8월에 분양 비수기가 무색할 정도로 분양물량이 급증한 것은 9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를 앞두고 많은 건설사들이 분양시기를 서둘렀기 때문. 사업수익성 악화 및 분양시장 침체 등의 이유로 건설업계가 분양가상한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9월 이후 민간택지의 주택공급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청약통장 가입자들은 8월에 적극적으로 청약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예비 청약자들은 8월 내집마련을 위해선 청약 전략 최종 확인이 필요하다. 특히 청약 예·부금을 가진 신혼부부, 단독세대주, 유주택자 등 가점점수가 낮은 경우는 9월 이전 분양 물량에 적극적인 청약이 필요하다. 반면 청약저축 가입자는 현행 순차제를 유지하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 없이 세운 계획대로 청약을 준비하면 된다. 주택공사, 도시개발공사 등 물량의 분양 일정을 체크해 순차적으로 청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약부금 및 전용면적 85㎡(25.7평형) 이하 청약예금 가입자

전용면적 85㎡(25.7평형) 이하 민간 중·소형 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부금 및 중·소형 청약예금 가입자는 9월 청약가점제를 실시하면 당첨 기회가 크게 줄기 때문에 특히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무주택자인 경우 이달 중 통장을 적극적으로 쓰는 것이 좋다.

아니면 청약가점을 높이기 위해 무주택기간이나 부양가족수 등을 늘린 다음 9월 이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아파트에 청약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고, 중·소형 청약예금 가입자라면 아예 추첨제 비율(50%)이 높은 중·대형 청약예금이나 청약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청약저축을 새로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이달 중 주목할 만한 곳으로는 서울 성북구 ‘길음 래미안’(79~139㎡·24~42평형, 1617가구)과 ‘정릉 래미안’(79~166㎡, 1254가구) 등 재개발단지와, 중·소형 평형이 많은 경기 오산시 양산동 ‘양산 e-편한세상’(99~205㎡·30~62평, 1646가구) 등이 꼽힌다. 정릉 래미안은 삼양로를 중심으로 정릉로·도봉로·미아로 등을 이용할 수 있어 도심 진입이 쉽고 지하철 4호선 길음역이 걸어서 3∼5분 거리에 있다. 내부순환도로를 통해 서울 외곽 진출도 편리하다.

청약저축 가입자

청약저축 가입자들은 사실상 가점제와 비슷한 ‘순차제’를 이미 적용받고 있기 때문에 기존 청약전략과 큰 변화가 없어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특히 9월 이후엔 공공주택 분양물량이 많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에 따라 분양가가 낮은 공공택지 물량부터 차례대로 청약에 나서면 된다.

이달엔 남양주시 진접지구를 노릴 만하다. 7개 건설사가 참여해 5927가구의 아파트를 8월 24일 동시 분양한다. 남양주지역 거주자에게 물량의 30%를 우선 공급한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으며 10년간 전매가 금지된다. 분양가는 3.3㎡(1평)당 700만∼750만 원대. 경기지방공사가 3블록에 분양하는 509가구(112㎡, 34평형)는 이들 단지 중 유일한 청약저축 가입자 몫이다. 서울로 이동할 수 있는 길이 아직은 47번 국도 하나뿐이며, 2009년 말 경춘선 복선전철(망우역∼춘천역), 2013년 지하철 8호선 연장구간 별내선(암사∼구리 퇴계원)이 개통될 예정이다.

전용면적 85㎡(25.7형) 초과 청약예금 가입자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주택은 1차적으로 채권입찰제로 당첨자를 결정한다. 특히 9월부터는 채권매입금액이 같으면 공급물량의 50%는 가점제로, 나머지 50%는 추첨제로 당첨자를 가린다. 중·소형 평형에 비해 추첨제 물량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채권입찰제를 통해 1차적으로 당첨자를 거르기 때문에 실제 추첨물량은 줄어들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무주택자는 추가 가점 확보 후 청약에 나설 필요가 있다. 가점 적용이 불리한 유주택자는 이달 유망 단지 청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서울 도심권 주상복합인 ‘황학동 아크로타워’(109~194㎡·33~58평, 263가구)와 영등포구 ‘당산 반도유보라’(105~256㎡·32~76평, 299가구)가 이달엔 노려볼 만하다. 대림산업이 짓는 ‘황학 아크로타워’는 지하철 2·6호선 환승역인 신당역이 걸어서 1분 거리며,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해 도심 출·퇴근이 쉽고 강남권과 접근성도 좋다. 지난 3일부터 청약접수를 받고 있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송도 자이 하버뷰’(112~366㎡·34~111평, 1069가구), ‘상현 힐스테이트’(126~278㎡·38~84평, 860가구)와 용인지역의 ‘동천 래미안’(108~336㎡·33~102평, 2393가구)도 주목할 만하다.

닥터아파트 김주철 선임애널리스트는 “신규 분양단지를 고를 때는 지역 및 단지 자체의 투자가치를 우선 점검한 후 자신의 청약통장이 사용 가능한 단지인지 체크해야 한다”며 “전매제한기간, 분양가상한제와 채권입찰제 적용 여부, 지역우선 공급제 등 세부적인 사항들을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건설사마다 경쟁적으로 펼치는 과장 분양 광고도 주의해야 한다. 아직 구상에 지나지 않은 호재를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8월 동시분양이 예정된 남양주 진접지구도 ‘지하철 4호선 연장사업’을 내걸고 있지만 노원구와 남양주시 양 지자체가 관련 협약을 맺었을 뿐, 건설교통부의 정책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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