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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해고 중단하면 노조도 양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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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남신 이랜드 일반노조 수석 부위원장

[커버스토리]“대량해고 중단하면 노조도 양보할 것”

오늘은 상암동 월드컵점에서 투쟁합니다. 그곳에서 뵙죠.” 7월 24일 오후,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에서 만난 이남신 이랜드 일반노조 수석부위원장의 얼굴은 검게 그을린 상태였다. 지난 20일 월드컵점에 공권력을 투입할 당시 최전선에서 선전전을 펼치다 맨 먼저 경찰에 연행된 그는 영장실질검사 후 유치장을 나왔다.

“마포경찰서 유치장에서 이틀을 함께 지내고 김경욱 위원장님을 남기고 나오는 발걸음이 몹시 무겁고 죄송했다”는 이 부위원장은 “대화와 교섭은 늘 뒷전이고 힘과 거짓 논리로 노동자 탄압과 착취에만 혈안이 된 ‘노조 파괴범 박성수’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일 공권력 투입으로 점거 농성이 해산된 이후 이 부위원장은 뉴코아노조와 함께 매장 앞 시위를 이끌며 사측과 협상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랜드 투쟁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승리하는 투쟁”이라는 그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내할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연일 계속된 투쟁으로 쉰 목소리지만 단호하고 또렷한 어조를 보이던 그는, 이틀 뒤인 지난 7월 26일 4차 노사협상을 앞두고 검찰에 구속됐다.

- 지난 7월 20일, 공권력 투입으로 점거농성이 해산됐다. 이후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우려했지만 조합원 동지들이 열심히 싸우고 있다. 사측과 경찰, 노동부가 이번엔 정말 오판했다고 생각한다. 사태를 악화시킨 것이다. 그래서 노사간 자율교섭으로 조기 종료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안타깝고, 공권력 투입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는데 너무 빠른 시기에 사측 처지만 변호하면서 집행된 것에 대단히 유감스럽다. 우리 조합원 동지들은 전혀 흔들림 없이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 홈에버 비정규직의 근무환경은 어떤가.

“홈에버나 뉴코아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 장기근속 계약직이 많다. 회사에서는 이 문제를 비켜가려다 보니까 용역화하거나 계약해지를 선택한 것이다. 비정규직 법안만 없었으면 아무 문제 없이 직장에 다닐 수 있는 분들이 불과 3~4개월 사이에 1000여 명이 잘린 것이다. 정규직들은 근로기준법상 한 달 전에 해고를 예고해야 하지만 그분들은 당일에 해고통지를 받았다. 그것도 퇴근 2시간 전에 관리자가 불러서 ‘당신 계약기간 만료로 끝났다’고만 전한다. 어처구니없어 화장실에서 눈물을 흘리다가 그만둘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루 6~8시간 일하고 월 80만 원 받는 사람들이라 무시하고 정리하는 것이다.”

- 현재 해고된 노동자는 얼마나 되나? 이랜드 측에서는 올해 들어 500명 정도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는데.

“정확하게 확인한 것이 뉴코아 400명에 홈에버 400명, 총 800여 명이다. 청소, 미화, 카트, 주차 등 용역도 4월 마지막 주간에 550명이 잘렸다. 500명 정도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회사가 주장하는데 그건 정규직이 아니라 직무급제다. 2년 이상 근속한 계약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그대로 보장한다는 것으로, 80만 원 저임금을 평생 받으라는 것이다. 임금이나 근로조건은 하나도 상향하지 않은 채로 고용만 무기계약으로 보장한 이런 경우에는 차별시정 대상조차도 안 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제도를 어떻게 정규직화라 할 수 있나. 계약기간은 물론, 임금을 인상하고 복지수준을 이마트 수준으로라도 끌어올려서 장기근속할 수 있도록 근로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 지난 7월 1일 통과한 비정규직법이 오히려 비정규직의 발등을 찍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지난해 3월 당시 까르푸 단체 협약으로 18개월 이상 근속한 계약직 노동자는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할 수 없다고 정했다. 이미 단체협약에는 18개월 근무면 무기계약이 보장되어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회사의 인사규정에도 15개월 이상 근속하는 경우에는 고용을 보장한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기존의 단협이나 회사 인사규정보다도 후퇴한 안을 내놓고 정규직화 안이라고 호도하고 있다. 회사는 이런 식으로 호도하면서 비정규직 보호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대량해고와 용역화 방안을 선택했다. 그 근거가 바로 비정규직보호법이다. 이렇게 악용할 소지가 많은 법 자체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

- 박성수 회장의 82억 주식배당금과 이른바 ‘130억 십일조’의 진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측에서는 허위라고 반박했는데.

“회사도 일부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노조도 과도하게 주장하는 부분을 인정한다. 문제는 82억과 130억이란 숫자는 가공하거나 조작한 게 아니다. 주식배당금은 회사가 보도자료를 통해서 한 것이고 언론에도 대서특필한 바 있다. 까르푸가 홈에버로 바뀌고 인수되면서 지난해 이랜드 노동자들은 정말 고생 많이 했다. 그런데 늘 어렵다는 회사의 대표는 82억 원 배당금을 받았다. 130억 십일조와 관련해서는 어떤 목사가 얘기한 것이 크게 보도된 것인데, 크리스찬 출신 CEO 중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서 성공한 사례를 홍보한답시고 말한 사람들 중에 박성수 사장을 가장 중요한 사례로 든 것이다. 다만 130억의 구체적인 사용처와 관련해서는 회사가 억울한 것이 있으면 투명하게 밝히면 될 일이다. 복지재단을 통해 기업 이익의 1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그게 과연 직원들의 의지를 모은 것인가?”

- 노사간의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랜드 일반노조가 사측과 정부에 요구하는 사항은 무엇인가.

“대량해고 중단과 해고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복직이다. 현재 정규직도 강제로 이직시키고 있다. 강제배치전환을 포함해서 잘못된 인사를 중지해야 한다. 또 직무급제를 철회하고 진정한 의미의 차별시정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무늬만 바뀐 직무급제로 호도하지 말고 18개월 미만 비정규직들의 고용보장에 대한 대책을 함께 세워보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속 노동자들을 석방해야 한다. 손배가압류, 형사고발 등 모든 고소고발을 철회해야 한다. 우리도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합의하겠다.”

<글·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사진·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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