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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레인저:매직 포스 & 트레저 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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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야, TV 에피소드야?
추억의 TV시리즈 감회 짓밟은 공허하고 빈약한 이야기

[문화불평]파워 레인저:매직 포스 & 트레저 포스

소위 전대물(戰隊物·여러 명이 한 팀이 되어 적을 이기는 내용)이라고 불리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초인변신특공대 시리즈는 ‘재패니메이션(Japanimation)’이라는 대명사로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이는 ‘고질라’, ‘가메라’ 등으로 대표되는 괴수물을 칭하는 특촬물(특수촬영물)과 함께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영상특산물의 하나다.

많은 유사 전대물 중 지금의 ‘파워 레인저’란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시리즈는 일본 TV 아사히가 1975년 방영한 ‘비밀전대 고레인저’다. 이후 3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등장인물이나 배경, 소재만을 달리해 꾸준히 제작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때 국내 비디오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후레시맨’과 ‘바이오맨’도 이 중 일부다.

국내에서 ‘파워 레인저’ 시리즈를 TV로 처음 소개한 것은 1993년이다. 당시 KBS-2TV에서 저녁시간대에 방영했는데, 흔히 미국판으로 불리는 ‘Mighty Morphin Power Rangers(마이티 모르핀 파워 레인저스)’의 일부로 미국의 세반(Saban) 사가 일본의 도에이와 합작, 그들의 오랜 노하우를 변형·응용한 합작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이다. 이후 ‘파워 레인저’는 같은 내용에 언어와 주인공의 피부색만 다른 일본판과 미국판 두 가지 버전이 꾸준히 제작되었다.

최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오락 컨텐츠 대부분이 그렇듯 ‘OSMU(One Source Multi Use)’를 지향하는 다국적 기획물의 대표적 성공사례가 되고 있다.

조금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한때 ‘파워 레인저’의 열렬한 팬이었다. 군 복무의 낭만(?)이 절정에 이르던 무렵, 저녁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나는 이 멋진 액션활극을 보기 위해 내무반 TV를 점령했다. 대략 30분 남짓 길지 않은 시간조차 견디지 못한 대다수 내무반원은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나 여가수의 요염한 모습이 등장하는 방송을 찾아 다른 내무반을 전전했다. 당시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한심하게 쳐다보는 일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당시 ‘파워 레인저’는 이런 정신적 압박을 감당하고 상쇄할 만큼의 매력과 재미가 있었다. 적어도 그때는 그랬다.

당연히 최근 개봉한 극장판을 보는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또 지금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최신 시리즈를 확인할 수 있다는 기대도 컸다. 그러나 행여 필자처럼 일본 오리지널 전대물을 극장의 커다란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작은 기쁨이라도 기대하는 성인관객이나, 아이들 손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극장에 가야 한다면! 미안하지만 이 영화는 당신의 정신적·육체적 연령을 현실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바로미터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TV 에피소드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보다 빈약한 이야기 구조는 극장판으로서 특별한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성급한 강박과 공허한 스케일을 만나 비정상적 융합작용을 일으켰다. 결국엔 ‘영화’라고 부르기조차 부끄러울 정도의 난장만을 게워냈다.
이 영화는 ‘매직 포스’에 열광하는(대부분 취학 전) 아이들의 마지막 애정까지 쥐어짜 상업적으로 다시 한 번 착취한다. 이와 함께 새롭게 소개될 시리즈인 ‘트레저 포스’에 길들이기 위한 바람잡이 이상의 의미가 없는 광고물에 지나지 않는다.

놀라운 사실은 몇 년 전 같으면 어림없을 정도로 왜색과 일본어가 가득한데도 아이들 영화라고 개봉한다는 점이다. ‘마징가 Z’나 ‘캔디’가 우리나라 만화라고 속으며 자랐던 세대인 나 같은 사람에겐 세상의 빠른 변화가 새삼 섬뜩할 뿐이다.

최원균<영화 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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