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인도 우드스탁 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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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전통에 영어식 수업 한국 학부모들에 매력
잘 갖춰진 교육시스템·기숙사 시설·넓고 한적한 교육환경 장점

수학시간인데도 학생들의 수업받는 모습이 자유롭다.

수학시간인데도 학생들의 수업받는 모습이 자유롭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학부모는 학생의 적성을 잘 계발해주는 교육시스템과 여건이 좋은 시설, 도시의 향락문화와 동떨어진 자연환경 등을 갖춘 곳에서 자녀들이 교육받기를 바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아마도 민족사관고나 몇몇 특목고가 이에 해당할 텐데 이곳에 가려면 학생은 ‘영재급’이 되어야 가능하다. 영재가 되지 못하면 그런 좋은 시설에서 자신의 꿈을 가꿀 수 없다. 그래서 부모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다.

영화나 소설을 보면 종종 기숙사를 잘 갖춘 학교에서 학생들이 저마다 자신의 꿈을 키우면서 학창시절을 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기숙사에 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에서처럼 학생들에게 매섭고 딱딱한 사감이 한 명쯤 있다면 더욱 제격이다. 부모들은 학생들을 잘 ‘감시’하는 근엄한 사감이 있어야 마음을 놓는다. 10대 시기는 ‘내성’이 약해 쉽게 유혹당할 수 있다. 그러기에 학교가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면 더 좋다. 자녀들을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찾는 이런 학교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기숙사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춘 국제학교’라고 하겠다. 최근 조기유학 열풍이 불면서 인도의 국제학교인 ‘우드스탁 스쿨(Woodstock School)’도 한국 학생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로 알려지고 있다.

1854년에 설립한 우드스탁은 잘 갖춰진 교육시스템, 대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자연환경, 기숙사 시설, 전 과목 영어 수업 등 한국 부모들이 바라는 조건을 두루 갖춘 곳이다. 그래서인지 우드스탁에서는 인도의 여느 국제학교와 마찬가지로 한국인 조기유학생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우드스탁 역시 대부분 인도의 명문 국제학교와 마찬가지로 더위를 피해 높은 산 위에 있다. 우드스탁이 있는 곳은 히말라야 자락인 무수리(Mussoorie)로 해발고도 2005m이다. 이런 곳에 있는 이유는 단 하나, 기후조건 때문이다. 델리 등 대도시는 대부분 무더워 공부하기에 환경이 아주 열악하다. 그래서 인도의 전통 있는 명문학교는 대부분 고산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인도인 216·미국인 55·한국인 52명

우드스탁의 학생 수는 470여 명으로 많지 않은 편이지만 무려 30개국에서 온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학생은 인도인이 216명이고 나머지는 외국에서 온 학생들로 외국인 비율이 더 많다. 이중에서 미국인이 55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한국인으로 52명이다. 미국인의 경우 이곳에서 근무하는 교사의 자녀들과 미국에 거주하는 인도교포의 자녀들이어서, 실제로는 외국인 학생 가운데 한국 학생이 가장 많은 셈이다.

이 학교 홍보책임자 피트 와일드만(Pete Wildman)은 취재진을 반갑게 맞았다. 아마도 한국인 학생이 많아서일 것이다. 이미 히말라야 산자락에 있는 이곳 우드스탁에도 한국 조기유학생들은 ‘주고객’이었다. 한국 학생이 많은 이유를 묻자 “우드스탁의 기독교적 전통이 기독교인이 많은 한국인 학부모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고 이색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 학생이 많은 이유는 제일 먼저 150여 년의 전통에 미국 선교사재단이 운영하고 영어식 수업을 하고 있는 점이 꼽힌다. 와일드만은 “한국에서 멀게만 느껴지겠지만 따지고 보면 미국보다 가까운 곳이고 히말라야 산자락에 있어 경치도 아주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요즘 미국 국제학교 광고 전단지가 아침 신문 배달 때 끼어서 오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최근 우리나라 학부모 사이에 국제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우드스탁은 그런 신문광고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명성이 있기 때문에 광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우드스탁 입학은 그리 까다롭지 않은 편이다. 그렇지만 영어식 수업이어서 영어능력이 떨어지면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영어실력이 뛰어나면 입학 후 곧바로 정식수업에 들어가 과정을 밟을 수 있다. 영어실력이 모자라면 정식수업에 들어갈 수 없고 학년을 진급할 수도 없다. 수업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이 될 때까지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ESL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들을 가르치는 영어프로그램이다. 영어실력이 모자라지만 입학을 허용하는 일종의 조건부 입학생들은 ESL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와일드만은 “대부분 한국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종종 ‘영어 스트레스’가 극심해 중도 탈락하고 귀국하는 경우도 가끔 발생한다”고 말했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취재 도중 ESL반을 찾아갔을 때 이 과정을 이수하는 한국 학생 4명이 수업을 하고 있었다. 아직 어린아이 티를 벗지 못한 학생들은 깔깔거리면서 공부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초등학교를 마치고 유학을 왔는데 우리나라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7학년생이었다. 7학년이지만 정식수업을 받지 못해 학년이 정지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이모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뉴질랜드로 유학을 가 2년 동안 공부하고 그곳에서 졸업했다. 이곳에 와서도 1년 동안 영어공부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수업을 들을 수준이 안 돼 ESL과정을 듣고 있었다. 이는 그만큼 조기유학의 성과를 내기가 힘들다는 방증일 것이다. “한국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영어 쓰기”라고 지도교사는 전했다. 이 자리에서 아이들은 음식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고2년생인 정해성군(10년)은 수학 수업 도중에 인터뷰를 했다. 정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형인 해원군과 함께 우드스탁에 유학온 지 6년째라고 한다. 해원군은 올해 졸업해 보스턴 대학교로 진학했다. 조기유학을 와서 성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형과 달리 한국으로 돌아가 서울대나 카이스트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보다 한국에서 사는 게 더 편해서라는 게 그 이유다. 정군의 표정에서 한국을 향한 그리움이 진하게 묻어나왔다. 그 그리움 때문에 미국의 명문대에 들어갈 실력이 되지만 한국행을 선택한 듯했다. 이들 형제는 아버지가 인도에 근무하면서 이곳에서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미국 선교사재단이 운영 신뢰감

조기유학을 온 학생이 정군처럼 모두 스스로 공부에 매진하는 것은 아니다. 이곳에 온 학생 가운데 일부는 공부에 열을 올리지 못하고 온라인 게임에 빠져 대부분 시간을 허비하기도 한다. 정해성군은 “학교 규율이 있지만 놀려고 하면 얼마든지 놀 수 있다”면서 ‘비학구파’들에게는 마음껏 놀 수 있는 분위기라고 말한다. 한 학생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고3을 보내다 서울대 진학에 실패하고 군대에 갔다고 한다. 반면 학구파들은 자신들이 세워놓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진한다. 이곳의 교육시설이나 여건은 서구의 어느 나라 못지않기 때문이다.

우드스탁의 캠퍼스 분위기는 미국식이어서인지 개방적인 편이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학생들은 편견없이 서로 친밀하게 지낸다. 한국 학생들도 우드스탁에는 왕따가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취재 도중에 한국 여학생이라는 귀띔을 받고 한 학생에게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러나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자 얼굴이 빨개지면서 작은 목소리로 “인도”라고 말했다.

조기유학을 온 학생들의 경우 성격이 내성적이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영어로 말하든 친구를 사귀든 적극적이어야 하는데 내성적인 학생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도 국제학교 취재기간 내내 조기유학 부적응자들의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었다.

결국 학교도 사회나 직장과 마찬가지다. 회사가 창업해 성공하는 확률이 10% 이내이듯이 조기유학을 가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의 비율도 10%에 불과하다. 더욱이 조기유학의 경우 부모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채찍질하지 않는 이상 공부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와일드만은 “한국에서 온 조기유학생은 대부분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성적을 내 미국 대학 등에 진학한다”고 말했다. 올해에도 한국 학생들이 미국 대학으로 진학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일부 학생은 1년 이상 ESL 과정을 다녀도 영어 성적이 늘지 않는다”면서 “가능한 한국에서 영어수업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갖추고 유학을 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즉 영어 실력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조급한 조기유학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은 조기유학을 계획하는 학부모들이 반드시 귀담아 들어야 할 조언이다.

우드스탁 국제학교는 분명 조기유학을 원하는 한국 학부모들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곳으로 보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유학을 가는 학생 본인의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다. “한국에서도 공부하지 않는 학생은 아무리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국제학교라고 해도 공부하지 않는다.” 조기유학을 보내려는 학부모들은 성급하게 유학을 보낼 게 아니라 자녀의 공부하려는 자세부터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취재수첩

델리에서 승용차로 8~9시간 걸려

산정상에 있는 우드스탁 기숙사 전경. 히말라야 산자락이 굽이굽이 펼쳐져 있어 전망이 좋다.

산정상에 있는 우드스탁 기숙사 전경. 히말라야 산자락이 굽이굽이 펼쳐져 있어 전망이 좋다.

우드스탁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약속시간을 지키느라 점심도 걸러야 했다. 특히 우드스탁까지 가려면 인도의 열악한 교통편을 감수해야 한다. 델리에서 무수리까지는 340㎞ 정도다. 승용차로 가기에는 도로 상태가 열악해 무려 8~9시간이 걸린다. 기차는 무수리에서 40㎞ 떨어진 데라둔에까지만 운행하는데, 델리에서 가려면 이 역시 6시간 정도 걸린다. 항공편은 없다. 이처럼 우드스탁은 델리에서 기차나 승용차로 하루 종일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인도를 취재하는 동안 줄곧 ‘정말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독한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과연 이 먼 곳까지 아이들을 보내면서 공부를 시켜야 할까…’ 취재하면서도 회의가 앞서기도 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공교육이 오죽 부실했으면 이곳까지 와서 아이를 맡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은 모두 정부의 교육정책 잘못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 길을 오가면서 마음이 얼마나 애잔할까,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을까…” 히말라야 산자락을 구비구비 올라가면서 그만 눈물이 핑 돌고 말았다. 아이를 학교에 남겨놓고 뒤돌아서는 부모의 심정도 아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영·인도식 3가지 교육과정 개설

우드스탁 입학정보… 학비는 연 1200달러, 한국에도 동문회 있어

우드스탁 홍보책임자인 피터 와일드만.

우드스탁 홍보책임자인 피터 와일드만.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운영하는 우드스탁은 설립한 지 오래된 전통 있는 학교이며 현대적인 교육시스템을 갖췄다. 우드스탁이 채택하는 교육과정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미국식 AP교육과정(미국 고등학교 졸업장 학위), 영국식 IGCSE(영국 케임브리지 교육 학위증), 인도식 ICSE 교육과정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 진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AP과정은 11~12학년 때 이수할 수 있고 IGCSE는 10학년 때 이수할 수 있다. 11~12학년 때는 미국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SAT반이 있는데, 지난해에는 67명의 학생이 SAT에 응시했다. 미국이나 영국, 인도 등 자신이 진학하려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과정을 선택할 수 있다.

홍보책임자 와일드만은 “지난해 졸업생 100명 가운데 70명은 미국에 있는 대학에, 20명은 인도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고 나머지 10명은 영국과 호주 등지로 진학했다”고 말한다.

전통이 오래된 학교답게 전 세계적으로 4000여 명의 동문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도 우드스탁 동문회가 있다고 한다.

대부분 학생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470여 명 가운데 50여 명만 통학한다. 이들은 대부분 인근에 사는 학생이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의 하루 일과는 오전 6시 45분에 시작한다. 1시간 안에 씻고 밥 먹고 청소를 한 후 7시 45분에 기숙사에서 학교로 간다. 걸어서 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오전에는 40분씩 4시간 수업하고 점심을 먹고 또 4시간 수업한다. 수업이 끝나는 시간은 오후 4시 10분. 이후 독서나 게임 등을 하고 5시 30분에 저녁을 먹는다. 자유시간을 보내고 7시부터 자율학습, 9시 30분에 잠자리에 든다.

인도의 국제학교나 사립학교 기숙사의 기상시간은 학교마다 달랐다. 심지어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해 새벽운동을 하게 하는 학교도 있다. 또 어떤 학교는 5시 30분에 일어난다. 대신 저녁 취침시간은 대부분 9시 30분이나 10시였다. 우드스탁은 6시 45분에 일어나 상대적으로 기상시간이 느슨한 편이다.

우드스탁은 한국 학생들을 위해 입학전형도 배려한다. 먼저 입학신청을 인터넷으로 받고 매년 2월 한국에 직접 찾아와 인터뷰와 테스트를 치른 후 학생을 뽑는다. 중학교에 입학하려는 학생은 SLEP 테스트 결과를 첨부해야 한다. 경쟁률은 평균 2~3 대 1에 이른다고 와일드만은 전했다. 학비(기숙사비 포함)는 연간 1만2000달러 정도.

종교는 기독교인에 국한하지 않는다. 학생 중 기독교인이 200명 정도로 가장 많고, 이어 힌두교, 불교, 이슬람교, 시크교, 자이나교, 조로아스트교, 유대교 등의 순이다.

무수리|최효찬<객원기자·자녀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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