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비와 일본 사무라이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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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와 일본 사무라이

선비와 사무라이는 동반자였다?

호사카 유지 지음 김영사 9900원

호사카 유지 지음 김영사 9900원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일본학)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사이를 좁히기 위해 애쓰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일본인이지만 한국인으로 귀화(2003년)한 그는 우호적·발전적인 한·일관계를 모색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가 우리나라와 일본의 대표 상징의 특성이 어떤지, 그것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교류·협력해왔는지 보여주는 책 ‘조선 선비와 일본 사무라이’를 출간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호사카 유지 교수는 우리의 대표 상징을 선비, 일본의 그것을 사무라이로 규정한다. 이 둘은 각각 우리나라와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의 전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그 영향력은 지금도 여전하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뜨거운 교육열이 ‘선비정신’에서 비롯했으며 재산보다 학식을 높이 평가하는 풍토, 학자를 존경하는 성향도 ‘선비정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진단한다. 반대로 학문보다 전문기술을 중시하고 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동아리활동이 활발한 일본사회의 근저에는 ‘사무라이정신’이 깔려 있다고 본다. ‘무식한 놈’이라는 욕설이 우리나라에서는 대단히 치욕적인 것인 반면 일본에는 그런 욕 자체가 없다는 것은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예다.

우리나라의 선비는 명분과 이념을 앞세운다. 무(武)보다는 문(文)을 중시했기에 문이 무를 지배했다. 어릴 때부터 ‘주자학’을 경전 삼아 사람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소양인 학문과 예술에 힘써 중앙으로 진출해 벼슬을 하는 것이 선비의 인생 최대목표였다. 그런 까닭에 많은 사람이 선비 하면 붓을 떠올린다.

일본의 사무라이는 문보다는 무를 중시했다. 어릴 때부터 칼을 잘 다루고 무예를 연마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며 글공부는 부차적인 것에 속했다. ‘손자병법’을 경전으로 삼았으며 인생 최대의 목표는 영지를 얻어 성주가 되는 것이었다. 사무라이 하면 칼을 떠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붓과 칼로 대변되어 극명하게 대조되는 듯한 이 두 정신을 자세히 살펴보면 흡사한 점이 매우 많다. 서양인에게 사무라이의 존재를 알려준 니토베 이나조의 책 ‘무사도’(1900)에서 규정한 ‘사무라이의 규범’은 다른 말로 ‘선비의 규범’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주군에게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며 부귀보다 명예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등의 규범은 선비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원래 사무라이는 그런 규범을 따지지 않았다. 오히려 어느 정도의 하극상은 용인될 정도였다. 사무라이정신이 선비정신과 같아진 데는 우리나라 유학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임진왜란을 치르면서 일본은 우리나라의 유학자들을 다수 납치해 갔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가르침으로 일본은 성리학의 계통을 밟아나간 것이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이에 대표적인 학자로 강항을 꼽는다.

17~18세기 일본을 방문하는 조선통신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자부심을 갖게 하는 동시에 일본이 조선으로부터 문(文)을 배웠다는 것을 증명하는 하나의 예다. “조선통신사를 맞이하는 일본인의 열광적인 모습은 2004년도의 한류 붐을 훨씬 능가하는, 당시의 한류 붐이었던 것이다”라고 말하는 저자는 당시 일본이 조선으로부터 받아들인 성리학이 “에도막부의 관학, 정통사상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이때부터 조선과 일본은 기나긴 세월 동안 평화롭게 지냈다.

저자는 선비와 사무라이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누가 더 우위에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은 아니다. 선비와 사무라이의 기원과 형성, 그리고 각 분야의 대표 인물들의 활약상을 통해 역사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왔는지 살펴본 후 이를 통해 “한·일관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가늠해보고 싶어서였다”는 게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이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원한다

현장 육성 통해 까발린 우리사회 비민주

[BOOK]조선 선비와 일본 사무라이 외

6월항쟁 20주년… 우리사회의 민주화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민주화투쟁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 비판이 가능하고 표현이 자유로워졌다는 것일 듯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민주화가 모두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비록 거리낌 없이 할말을 다 할 수 있는 사회가 됐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사회에는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분야가 많다. 설사 말을 한다고 해도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 거의 없거나 혹은 ‘보복’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반대로 말이 너무 많아 오히려 우리사회의 민주화를 훼방하는 경우도 있다.

민주화 이후 우리사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새로운 사회개혁의 전망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기획한 희망제작소(이사장 김창국, 상임이사 박원순)의 ‘우리시대 희망찾기’ 프로젝트의 첫 번째 책 ‘우리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원한다’는 현재 우리사회의 생활 속 민주화를 점검한다.

이 책의 구성은 특색 있다. 저자의 주관과 해석이 책의 대부분 분량을 차지하는 책들과 달리 이 책은 ‘구술면접연구’라는 방법론을 채택했다.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그대로 실었다. 일종의 녹취록 형식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이 방법은 현장감을 높일 뿐 아니라 저자의 주관이 배제되고 대신 객관적인 의견과 모습이 뚜렷해지는 효과를 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비판이 가능한 사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사회’라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문제는 정치적·절차적 민주화다. 민주화가 가장 미흡한 분야는 경제다. 경제 양극화와 이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은 여전하다.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노력과 상관없이 운과 때가 잘 맞는 사람이 부를 획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거나 경제적 상황과 맞물릴 때 인권과 개혁, 자기 주장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소수의 시민권, 인권에 대한 다수의 태도는 여전히 개선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나 장애인의 인권, 그것을 대하는 일반인들의 태도를 연상하면 이 문제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념과 말은 상당히 진보적이지만 실제 행동은 지극히 보수적인 사람을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이 같은 ‘신념과 행위의 불일치’도 문제가 된다고 이 책은 암시한다. 이밖에 이 책에서는 우리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비민주화를 현장 사람들의 육성을 통해 낱낱이 까발린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환부가 드러난다는 것 자체가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고쳐야 한다는 것을 알면 능히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가장 큰 해결방법으로 시민사회 자체가 더욱 민주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제시한다.
|유시주 지음 창비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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