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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금리는‘찔끔’ 대출 금리는‘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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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동산투기 억제 위해 대출금 규제 나서

많은 서민은 아파트 가격의 10%만 있으면 아파트를 살 수 있다. 중도금 대출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중도금 60%를 빌리고, 나머지 30%는 입주할 때 내면 된다. 서민들의 꿈인 내집마련은 중도금 대출로 이룰 수 있었다. 대출금리가 저렴할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에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금 규제를 시작,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서민의 고통이 시작되고 있다. 은행별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6월에 비하면 6월 현재 0.5~0.8% 정도 올랐다. 대출금리의 가파른 상승에 비해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에 비해 0.1~0.35% 오르는 데 그쳤다. 즉 은행은 예금금리는 ‘찔끔’ 올리는 데 반해, 대출금리는 예금금리보다 훨씬 많이 올랐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로 인해 생기는 은행의 수익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이 수익을 ‘예대마진’이라고 부르는데, 은행에서는 앉아서 이자만 받아도 돈을 버는 셈이다.

지난해 9월 재정경제부 당시 임영록 금융정책국장은 ‘금융시스템 개혁의 성과와 과제’라는 간담회에서 “은행의 수익 대부분이 예대마진에 의한 이자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비이자 수익은 2005년 13.1%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은 비이자 수익이 44.6%, 영국 46.4%, 캐나다 48.9%로 우리보다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즉 은행은 다른 수익원을 찾지 못하고 이자 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저자인 박경철씨는 “은행이 기본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고, 자본금만 늘리는 데 주력하기 때문이다”면서 “은행은 이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자기자본을 투자해서 새로운 수익원을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공보팀 관계자는 “은행에서 금리를 자의적으로 올리는 것은 아니다”면서 “CD금리(양도성예금증서)에 맞춰 대출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은행의 수익은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한다. SC제일은행 홍보팀 박효진 대리 역시 “예대마진을 높이기 위해서 대출금리를 올리는 것은 아니다”면서 “대출금리는 3개월마다 CD금리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에 예금이율보다는 자주 변동한다. 그래서 고객들이 대출금 이자가 가파르게 오른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은행은 대출자금 마련을 위해 CD 발행을 늘렸고, 자연스럽게 CD 금리가 올랐다. 그리고 주택담보대출을 제도적으로 규제하면서 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은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출금리가 높아진 것이다. LG경제연구소 조영무 연구원 역시 “은행들의 자금 조달이 쉬워져야 금리가 떨어지지만 올 하반기까지는 금리가 떨어지기 힘들 것이다”면서 “은행끼리 몸집 불리기 경쟁이 아닌 다른 차원의 경쟁을 벌이고, 자금 조달의 위험성이 줄어들면 금리가 떨어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박경철씨는 “은행을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면서 “콜금리를 조절해야 하지만,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과거와 달리 은행이 민영화되면서 예견됐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은행도 이제는 시장원리 안에서 이익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공공성보다는 수익성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김정태 전 국민은행 회장이 과감한 주식투자로 수익을 올렸을 때 “은행이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비판이 무의미하다. 은행이 자기자본을 충분히 활용해 자산을 높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지적이 더 힘을 받고 있다.

은행의 영업활동 능력을 보여주는 순이자마진율은 2005년 4분기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올 1분기에는 2006년 4분기 2.57%보다 떨어진 2.46%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시행된다는 소식에 은행예금이 증권사 CMA로 대거 이동했다. 전문가들은 자통법이 시행되면 20조 원 이상이 증권사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은 예전처럼 예대마진만 바라보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은행들이 경영다각화 및 경영효율성 제고 등을 통해 장기·안정적 성장 기반을 마련해나갈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은행이 다양한 수익원 창출 노력을 하고, 금리가 내려갈 수 있는 경제상황이 뒷받침되어야만 대출금리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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