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각장광역화 추진과정 정당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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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주민협의결정 등 ‘논란거리’… 4개시설 탈취제 수의계약도 ‘잡음’

지난 1월 서울 양천구 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에 서울시가 영등포구와 강서구 쓰레기를 반입하자 주민들이 저지하며 대치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지난 1월 서울 양천구 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에 서울시가 영등포구와 강서구 쓰레기를 반입하자 주민들이 저지하며 대치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쓰레기소각장 광역화인가, 자원순환시설 공동이용인가.

간극은 컸다. 여러 이유로 ‘반대’하는 주민들이 쓰는 용어와 서울시가 내놓은 개념 사이의 거리다.
서울시가 ‘공동이용’ 또는 ‘광역화’를 주장하는 근거는 우선 낮은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 전국 시설의 평균가동률이 78~80%가량을 보여주고 있는 데 비해, 서울만 20% 전후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강남·노원·마포·양천의 4개 ‘자원회수시설’(이하 자원회수시설로 표기)이 있는데, 강남·노원·양천의 경우 1일 2100t의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지만 실제 소각처리량은 500t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른 운영 적자 역시 큰 압박 요인이다. 김포매립지 등 수도권매립지의 활용기간 연장, 가연성 폐기물 매립에 따른 에너지 낭비 등도 서울시가 광역화(이하 광역화로 표기)를 추진하는 근거다.

수도권 매립지 포화 예상 연도 차이

왜 서울시만 유독 낮은 가동률을 보이는 것일까. 처음부터 가동률이 낮았던 것은 아니다. 양천자원회수시설의 경우 1995년, 400t 용량의 소각장을 신설했다. 그런데 종량제봉투 도입 등으로 재활용정책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자 소각장에 들어오는 쓰레기량이 급감했다. 70%대를 상회하던 가동률이 30%대로 떨어진 것이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했다. 400t으로 늘릴 당시 서울시는 1구1소각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한상열 서울시 자원순환과장은 “이해찬 당시 정무부시장이 반대주민들 앞에서 이야기한 것일 뿐, 공식화된 정책은 아니었다”며 “현실적으로도 서울시의 특수한 도시구조로 볼 때 맞지 않기 때문에 고건 시장 때 바로잡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용주 서울시 의원(양천구·한나라당)의 시각은 다르다. “강남·노원의 경우는 광역화를 전제로 크게 지었지만, 양천의 경우는 달랐다. 400t 증설에 대해 주민들의 80% 정도가 반대했다.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1구1소각장이라는 서울시의 정책을 믿고 수용한 것인데 이제 와서 광역화 반대를 ‘님비’라고 한다면 ‘당신들 구는 왜 안 만들고 비난하느냐’고 되물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광역화의 근거로 내놓는 ‘수도권매립장 포화’라는 부분에서도 반론이 나온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대 팀장은 “서울시는 2022년이면 수도권매립지가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수도권매립지 관리공사가 국회의원 우원식 의원실에 공문으로 밝힌 내용에 따르면 광역화가 안 되더라도 2041년까지 쓰는 게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며 “문제는 마치 곧 매립장이 포화될 것처럼 주장하며 일방적으로 광역화를 몰아붙이는 서울시의 잘못된 정책우선순위”라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광역화를 추진하는 서울시의 행정편의주의다. 지난 5월 28일 서울시는 주민협의체와 ‘합의’를 근거로 ‘강남구 자원시설 공동이용 완전합의’를 발표했다.

그러나 강남소각장 대책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신재훈 대책위 공동대표는 “보도에 따르면 마치 주민대표들과 완전 합의했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울시가 합의한 사람들은 간선제로 뽑힌 주민지원협의체 6명뿐”이라며 “3월에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55%가 말한 광역화 반대 여론을 대변하지 않은 그들을 주민대표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련법상으로 우리가 대화해야 하는 사람들은 300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선출한 협의체 관계자들”이라며 “주민투표의 경우도 주민협의체가 결정한 것이고, 부결 이유도 공동이용 반대가 아니라 지원기금이 부족하다는 내용으로 협의체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말하자면 반대 측 주장을 고려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자원회수시설들의 허술한 일부 관리실태도 드러났다. 현재 서울시는 강남·마포·양천의 경우 한국시거스에, 노원의 경우 한불에너지에 각각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4개 자원회수시설 모두 공개입찰을 통해 구입해야 하는 약품을 수의계약으로 한 업체로부터 독점 공급을 받고 있다는 것. 법 위반이다.

조달청 단가보다 1억2000만 원 더 들어

뉴스메이커가 입수한 각 소각장 제출자료에 따르면 쓰레기 탈취제로 쓰이는 목초제를 ㅊ업체가 4개 사업장 모두 공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ㅊ업체가 납품하는 단가는 20ℓ당 14만5000원. 자료에 따르면 강남·노원·마포·양천이 각각 연 7800만 원, 4800만 원, 2300만 원, 8000만 원어치를 납품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 총액은 2억 원 남짓이다. 다시 문제는 조달청에 등록되어 있는 비슷한 품질의 목초액은 단가가 6만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1억2000만 원가량이 추가로 지출되고 있는 셈이다.

뉴스메이커는 최용주 의원과 공동으로 해당 약품의 사용 경위를 조사했다. 김병흔 양천자원회수시설 소장은 해당 목초제가 2003년 8월부터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악취 민원 때문에 당시 주민협의체에서 제품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관련 조례에 따르면 3000만 원 이상의 물품을 구입할 때는 입찰로 물품을 선정해야 하며, 물품선정 근거 데이터를 남겨야 하지만, 김 소장은 “관련 데이터는 처음부터 없었다”고 답변했다. 아무런 근거가 없는데 해당 약품이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관수 강남자원회수시설 소장은 “주민협의체 쪽에서 ‘향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했으며 양천에서 효과가 있다고 하니 그냥 갖다 썼다”고 답했다. 의혹이 생길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목초액과 같은 약품 사용 여부는 시설에서 알아서 한다”며 “재량 사용이 가능한 소량인 줄 알고 있었는데 사실 여부를 다시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한상렬 과장은 “불특정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민원문제에 많은 힘을 쏟다 보니 세세한 부분을 신경 쓰기 어렵다”며 “자료를 확인해 만약 잘못된 부분이 있을 경우 시정·보완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홍수열 팀장은 “비록 많은 액수가 아니더라도 서울시 정책이 과연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지는지에 대해 의혹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며 “광역화 정책을 밀어붙이기 전에 이런 불신부터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ㅊ업체 대표는 “목초액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고, 납품을 해도 기업마진은 거의 없다”며 “서울시나 우리 회사 제품을 선정한 주민들과 아는 사이라든가, 그런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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