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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초미니여성 거리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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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원피스·핫팬츠 인기… 뭇남성 시선 사로잡을듯

[문화]올여름 초미니여성 거리 누빈다

‘미니’의 인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년여 간 지속되며 사랑받던 미니는 한층 더 짧아져 이번 여름에는 초미니가 거리를 누비고 있다. 올여름에는 특히 미니원피스가 유행하고 덩달아 핫팬츠도 인기를 끈다.

이는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마이크로 미니(micro-mini)를 넘어 나노 미니(nano-mini)라고 불리며 무릎 위 30㎝까지 올라간 ‘초초미니’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쭉 뻗은 늘씬한 각선미를 뽐내며 도심을 성큼성큼 거니는 여성들의 당당한 자태는 폭염에 지친 뭇 남성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미니스커트는 에로티시즘의 추구

그러면 미니스커트나 핫팬츠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패션이 성(性)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이제 보편화한 이론이다. 영국 디자이너 캐서린 햄넷은 “여자와 남자는 대부분 성교를 위해 옷을 입는다”고까지 말했다. 또 웨스터 마크는 여성의 신체는 어떠한 부위라도 이성에게 매혹적이며, 여성의 옷은 시대별로 성감대 부위에 따라 강조점이 옮아간다는 ‘성감대 이동설’을 주장했다. 시대에 따라 에로틱한 부위가 달라지면서 여성의 다리, 가슴, 배꼽, 등, 엉덩이와 같은 부위를 강조한 옷이 유행한다는 얘기다. 자손을 번식하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물학적 본능 때문에 인간은 아름다움과 더불어 에로티시즘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부경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오희선 교수는 저서 ‘재미있는 패션이야기’에서 “문명화된 사회에서는 대중 앞에서의 성행위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에로틱을 표현하면서 생활한다”고 전했다. 어떤 부분을 잠그거나 채우는 행위는 단순히 그것을 풀어버림으로써 해방되기를 기다리는 성적인 억압과 관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즉 후크, 단추, 리본, 매듭 등이 달린 옷은 성적인 열정을 봉쇄하는 효과를 내는 동시에 성적인 힘을 갖는다. 예를 들어 지퍼를 한번 쓱 잡아내리면 알몸이 드러날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지퍼가 달린 옷은 묘한 관능미를 자아내고, 나비매듭은 선물꾸러미를 푸는 환상을 일으킨다. 심지어 ‘옷의 심리학’의 저자 플뤼겔은 “옷에 달린 지퍼나 단추를 가지고 손장난을 하는 것은 자위행위의 한 형태이며 단추 구멍에 단추를 넣었다 뺐다 하는 것도 성교를 암시한다”고 말했다. 또 “모피는 여성의 음모(陰毛)를 상기시키기 때문에 가장 에로틱한 재질 중 하나로 꼽힌다”고 소개했다.

프로이트는 성적 욕구 중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보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남성은 여성을 바라보는 능동적 형태인 ‘관찰(관음증)’로 성적 충동을 충족하고 여성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를 원하는(나르시시즘)’ 성적 욕망 때문에 수동적으로 옷을 통해 과시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이론에 대한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팍토는 “프로이트의 수동적 노출증과 능동적 관음증은 남녀 모두에게 공존한다”고 주장했다.

미니스커트 역시 섹시즘과 관계가 있다. 짧으면 짧을수록 성적 상상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여성의 노출된 다리가 에로틱한 부위로 주목받으면서 서양복식사상 처음으로 무릎이 보이는 짧은 치마가 등장한 시기는 1920년대. 그리고 미니스커트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것은 1960년대다.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메리 퀸트는 새로운 의상에 대한 연구를 거듭한 끝에 미니스커틀 만들었다. 이 미니스커트는 히피바람과 함께 영국 전역을 넘어 5대양 6개주를 강타하며 세계 여성의 폭발적 사랑을 받았다.

우리나라에 미니스커트를 상륙시킨 주인공은 가수 윤복희. 1967년 윤복희가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귀국해 김포공항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 충격과 파급력은 대단했다. 치마길이가 자꾸 짧아지자 1973년에는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경찰이 여성의 미니스커트를 단속해 즉결심판에 넘기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자를 들고 다니며 치마길이가 무릎에서 얼마나 올라갔는지를 쟀다. 법이 정한 치마길이의 적정선은 무릎 위 20㎝였다.

‘치마 짧으면 주가 오른다’ 주장도

[문화]올여름 초미니여성 거리 누빈다

미니스커트의 길이는 자주 경기와 비교된다. 우선 미국의 경제학자 마브리는 1971년 뉴욕 증시와 치마길이의 상관관계를 연구, ‘치마길이가 짧아지면 주가가 오른다’고 주장했다. 또 경기가 호황이던 1960년대에는 미니스커트가 유행했고 오일 쇼크 등으로 불황이던 1970년대에는 여성의 치마길이가 길어졌다고 덧붙였다. 패션역사상 짧은 치마가 처음 등장한 1920년대가 경제호황이었고, 세계 대공황의 회오리가 몰아친 1930년대에는 치마길이가 길어진 것도 맞아떨어진다.

반면 패션전문가와 일부 경제학자는 이와 상반된 주장을 폈다. 경기가 불황이면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는 것이다. 경제불황기에는 소비심리가 위축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소비를 자극하기 위해 미니스커트를 유행시키고, 여성들은 경기가 나쁠수록 자신이 초라해 보이지 않도록 짧고 도발적인 옷을 입는다는 설명이다. 물자절약 차원에서 짧은 치마를 입는다는 설도 대두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옷감을 절약하기 위해 치마를 짧게 입으라는 법령이 제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미니스커트와 경기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경제가 호황이던 불황이던 관계없이, 또 세계 트랜드와 별개로 미니스커트는 꾸준히 뭇 여성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미니스커트를 더 진보적 시각으로 해석한 영국의 동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의 말도 주목할 만하다. 모리스는 “아주 짧은 치마는 어느 성적 요소보다도 해방감을 상징한다”며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이 성큼성큼 걷고 뛰어오르며 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참고자료-
김민자 ‘복식미학 강의’(교문사)
오희선 ‘재미있는 패션이야기’(교학연구사)
이윤정 ‘스타일을 입는다’(교보문고)
강준만 ‘시사인물사전 9:쾌락의 독재’(인물과사상사, 2000년 9월)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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