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DMA 전용폰 ‘속빈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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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전화 3세대 서비스 핵심기능 실제 광고선전과는 달리 빠져 있어

한 이동통신업체 직원들이 새로 출시된 3G 전용단말기를 소개하고 있다.

한 이동통신업체 직원들이 새로 출시된 3G 전용단말기를 소개하고 있다.

“WCDMA 휴대전화라고 다 같은 건 아니다.”

최근 이동통신 시장의 최대 화두는 단연 영상전화로 대변되는 3세대 서비스다. 3세대 서비스는 동기식 방식인 EVDO와 비동기식인 WCDMA/HSDPA로 구분된다. KTF의 ‘쇼’, SK텔레콤의 ‘3G+’라는 브랜드 서비스가 바로 WCDMA다. WCDMA는 세계 80% 이상의 국가가 선택한 유럽형이동전화(GSM)를 업그레이드한 방식이다. 채택 국가가 많은 만큼 글로벌 로밍 및 가입자인증모듈(USIM) 기반의 금융서비스 국제 호환의 큰 장점을 갖는다. 국내 이통사들도 3월부터 글로벌 로밍은 기본이고 USIM 기반 금융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는 WCDMA 전용폰을 내놓고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통사들이 휴대전화의 기본 기능을 축소하면서 WCDMA만의 장점으로 꼽혔던 상당수 기능이 빠졌다는 점이다. 그간의 선전만 믿고 휴대전화를 구매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혼돈하기 쉬운 함정이 곳곳에 숨어 있다. 출시 시간을 당기기 위해,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 등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소비자들의 혼란만은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다. 휴대전화 구매 전 세부 기능을 꼼꼼히 따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100개국 자동로밍의 장밋빛 선전 KTF와 SK텔레콤은 최근 100여 개 국가에서 자동 로밍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쇼’ ‘3G+’ 광고를 게재 중이다. 문제는 WCDMA 단말기 모두 100개국 로밍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

현재까지 출시된 총 12종의 WCDMA 전용 휴대전화 중 SK텔레콤의 LG-SH130, SCH-W290을 비롯, KTF의 EV-W100, SPH-W2900, LG-KH1300 등 5종은 GSM 로밍을 지원하지 못한다. 현재 WCDMA 서비스를 채택한 나라는 30여 개국뿐이다. 100개국에서 사용하려면 GSM 채택 국가들이 사용하는 주파수를 지원해야 한다. 국내 출시된 WCDMA 휴대전화 칩세트는 WCDMA와 GSM을 모두 지원하지만 주파수 대역이 달라 GSM 지역 자동로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내서 사용하는 2.1GHz 주파수뿐만 아니라 해외 국가에서 사용 중인 800MHz, 1800MHz, 1900MHz 등의 주파수를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모델들은 개발 기간 단축 및 비용 절감을 위해 멀티 RF밴드 기능을 구현하지 않았다. 당연히 일부 모델에서는 100개국 로밍은 그림의 떡일 뿐이고 30여 개 국가의 WCDMA 자동 로밍만 사용할 수 있다. 100개국 자동로밍을 내 것으로 만들려면 GSM 지원 여부를 반드시 따진 후 구매해야 한다.

대리점조차 구분 못하는 USIM 기능 WCDMA의 최대 장점 중 하나가 USIM 카드로 구현하는 교통, 뱅킹, 증권, 카드 등 생활 인프라 서비스다.
WCDMA 휴대전화의 필수 규격인 USIM 카드는 이동전화 서비스 가입 여부를 인증하는 역할을 하지만 여분의 메모리를 활용해 각종 생활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휴대전화 하나로 카드를 발급받고 은행거래까지 할 수 있으니 생활 편의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한 이동통신사 직원들이 USIM 기반 신용카드 서비스 전용단말기를 선보이고 있다.

한 이동통신사 직원들이 USIM 기반 신용카드 서비스 전용단말기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출시한 WCDMA 전용폰 중 교통카드 기능 등을 지원하는 단말은 전체 단말의 3분의 1에 불과한 4종뿐이다. USIM카드 자체가 콤비 기능을 갖지 않은 제품도 많다. 휴대전화에도 비접촉식 결제를 지원하는 RF안테나 등이 탑재되지 않은 제품이 다수다. 출시 기간 단축, 비용 절감 등이 기능 축소의 이유다.

하지만 지금까지 WCDMA 휴대전화의 장점으로 USIM을 강조해온 덕에 소비자들은 모든 휴대전화가 이를 지원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실제 피해사례도 나타났다. WCDMA 휴대전화를 구매한 한 고객은 “대리점 측에서 WCDMA폰이라 당연히 교통카드가 된다고 소개해 구매했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휴대전화에서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대리점조차도 기능을 제대로 알지 못하니 소비자들이 이를 어떻게 구분하냐”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나 HSDPA폰 맞아? 인터넷 쇼핑몰이나 일선 대리점들은 KTF가 최근 출시한 팬택의 ‘P-U5000’을 HSDPA폰이라고 소개한다. ‘쇼’ 단말이기 때문에 당연히 휴대전화도 HSDPA라고 선전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P-U5000’은 인텔의 WCDMA 초기 버전(릴리즈4) 칩세트를 탑재했다. KTF가 앞서 선보인 논위피폰인 ‘LG-KH1200’도 WCDMA 초기 버전인 MSM6250을 채택한 제품이다.

WCDMA 기술은 단계별 표준 스펙에 따라 지원하는 속도가 다르다. 현재 상용화된 릴리즈5 버전인 HSDPA는 최대 14.4Mbps의 속도를 지원한다. 반면 릴리즈4 버전은 다운로드 속도가 최대 384Kbps에 불과하다. 동기식 3G 방식인 EVDO 서비스의 속도가 최대 2.4Mbps이니 이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휴대전화 제조원가를 줄이기 위해 HSDPA에 비해 저가 칩세트를 사용한 휴대전화들이다.

제조사인 LG전자 측은 “휴대전화 원가를 줄이기 위해 구형 칩세트를 쓴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무선인터넷 기능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다운로드 속도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게임이나 동영상 주문형비디오(VOD) 등의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으니 다운로드 속도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WCDMA 휴대전화를HSDPA폰이라고 선전하는 것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통화 기능을 중심으로 제공하는 실속형 단말이라고 하지만 HSDPA폰이라고 알리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동전화 시장이 WCDMA 도입 초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정 정도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관련업체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더 저렴한 휴대전화를 개발해야 하고 이러다 보니 특정 기능을 제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초기 시장의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통사들의 광고나 마케팅이 더 명확해야 한다.

김태훈〈전자신문 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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