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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위기 한나라당 ‘경선의 미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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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여론전문가 등 4인에게 해석과 향후 전망을 듣는다

한나라당 대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5월 4일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회동하기 전에 강재섭 대표를 사이에 두고 서로 시선을 피하고 있다. <김대진 기자>

한나라당 대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5월 4일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회동하기 전에 강재섭 대표를 사이에 두고 서로 시선을 피하고 있다. <김대진 기자>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전쟁이 치열한 육박전으로 진입했다.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이 발표되면서 지리한 참호전이 각개 전투, 부분전으로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일단 주도권을 쥔 쪽은 이 전 시장 측이다. 강 대표의 중재안이 생각보다 우호적이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고, 여론의 향배도 크게 불리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박 전 대표는 깊은 고뇌와 딜레마에 빠져 있다. ‘믿었던’ 강 대표가 ‘터무니없는’ 중재안을 냈지만, 이를 뒤엎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경선은 없는 거죠”라는 말로 경선 불참을 시사하기도 했지만, 경선과정을 생략한 대권 도전 모색도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씨의 지적처럼 박 전 대표는 ‘당과 결별할 현실적 명분도, 실력도 아직은 부족한 상태’다. 박씨는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과 결별하려면 당을 떠나서도 25% 정도의 지지도를 가져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나라당이란 브랜드를 떼고 박 전 대표가 그 정도의 지지율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이-박 양 캠프가 앙앙불락(怏怏不樂)하게 된 계기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맹형규·홍준표·남경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중도파 의원들은 중재안의 당사자인 강 대표의 정치력에 심각한 회의감을 표시하고 있다. 사전에 충분한 모색과 토론 없이 ‘최종안’을 선언한 것 자체가 큰 실수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의 분열 가능성이 예고되면서 범여권의 분위기에도 일단 청신호가 커졌다. 이-박 두 사람의 분열은 범여권의 재집권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최적의 조건’으로 학수고대해온 토양이 조성되기 시작했다고 믿고 있다. 공교롭게도 열린우리당의 분열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라 상대당의 사정을 뒤돌아볼 여유는 아직 없다. 그러나 수면 아래로는 한나라당 갈등의 구조를 면밀히 검토하면서 본선에서의 ‘맞춤전략’을 숙고, 연구하고 있다.

‘뉴스메이커’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한나라당의 경선 향배를 안팎으로 점검하기 위해 정치권, 여론조사 전문가 4인을 연속 인터뷰했다. 한나라당 중도파 의원 모임 ‘중심모임’의 대표 맹형규 의원, 열린우리당 통합신당파 정봉주 의원, 여론조사 전문가 한귀영 연구위원(한국사회여론연구소), 정치컨설턴트 김윤재 변호사(법무법인 자하연)가 그들이다.

맹형규 의원은 한나라당 중도파 의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정봉주 의원은 통합신당의 주요 멤버로 올 1월부터 한나라당의 분열 가능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분석해온 정치인이다. 한귀영 연구위원과 김윤재 변호사는 현실정치권의 향배와 여론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며 2007 대선의 최종 도착지를 가늠해왔다. 4인의 주장과 전망을 요약, 정리했다.

“강 대표의 오버 액션, 불필요한 갈등 초래”

한나라당 중심모임 대표 맹형규 의원

[정치]분당 위기 한나라당 ‘경선의 미로여~’

강재섭 대표가 중재안을 내면서 ‘최종안’이라고 밝힌 것은 경솔했다. 정치력을 발휘해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수렴했어야 하는데 그 같은 과정과 절차가 부족했다. 4·25 재보선에서 패배한 후 대표 자리가 양 대선주자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준 것 자체가 잘못이다. 리더십의 위기를 맞으면서 자신이 ‘벼랑 끝’에 서 있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 것은 아닌가.
가장 큰 실수는 ‘67% 하한선의 제시’다. 이 같은 불필요한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박 전 대표를 자극했다. 그럴 필요 없이 투표율을 높이는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해 제시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국민투표율을 인위적인 방법으로 끌어올리기보다 후보들에게 국민선거인단 명부를 줘서 각자 데려오도록 해야 한다. 지구당위원장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법도 양측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안이기도 하다.

일반 국민의 투표율을 높이는 방법 중엔 부재자 투표도 있다. 일각에선 ‘부정투표’의 부작용을 거론하기도 하나 기우에 불과하다. 여론조사 반영률을 둘러싸고 ‘기회의 20%’냐 ‘결과의 20%’냐의 논란이 있었으나 강 대표의 중재안은 ‘맥 없는 중간’을 선택한 결과다.

어제(5월 10일) 김학원 전국위원장을 만나 그의 소견을 직접 들어봤다. “두 후보가 결과에 승복한다는 확약이 없이는 전국위 상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입장이다. 나도 동감이다. 전국위는 전당대회를 대신하는 기구로,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면 전국위의 권위는 붕괴한다. 이것은 곧 당 체제의 붕괴를 의미한다. 지금이라도 강 대표는 두 후보와 다시 접촉해야 한다. 그 같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대표 자격이 없다. 스스로 자신의 거취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당이 갈등하고는 있으나 분당 같은 사태는 오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국민의 시선이 너무도 준엄하다. 두 후보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공천 둘러싼 서든 데스 게임이 갈등의 본질”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

[정치]분당 위기 한나라당 ‘경선의 미로여~’

나는 올 1월부터 한나라당이 결국 분열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이제 그 분열의 단초가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분열의 내막 속에는 2008년 총선이 중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각 캠프 소속 의원들은 자신이 미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공천을 받기 힘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박의 싸움은 감정의 골이 깊고 본질적인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있는 지역주의 정치 구도 속에서 이들의 고민과 걱정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 측면에서 한나라당의 경선은 일종의 ‘서든 데스 게임’이다. 지면 바로 죽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조선조 세조시대의 한명회식 정치가 아직도 횡행하고 있다. 한명회는 정적의 살생부를 쥐고 자신의 권력을 유지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자신이 미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거나, 적어도 당권을 가져야 정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천을 둘러싼 사활적 전쟁을 막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가 있다. 민의를 대변하는 상향식 공천제도가 명실상부하게 정착돼야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그게 힘든 구조다. 누가 후보가 되든 공정한 공천을 보장한다는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그 같은 전통이 부재하기 때문에 갑자기 그런 합의를 한다 해도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두 후보는 양 캠프의 갈등이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항간에 나돌고 있는 이회창 재기론이 그래서 성립하는 것이다. 한 후보가 경선을 통과했을 때 타 후보 진영은 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경선에 통과한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후보 흔들기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고 그 공간 속에서 ‘이회창 대안론’이 나올 수 있다.

범여권은 비록 분열돼 있지만 결국 통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나라당의 분열이 심화될수록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중요한 것은 ‘오픈 프라이머리’라는 제도적 장치가 통합을 가능케 할 메커니즘으로 작동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문제는 이런 정치공학적인 차원만으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범여권은 그래서 진정한 개혁과 통합의 비전을 갖고 이번 대선에 임해야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명박 발 분당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상황이 역전됐다. 현 상황에서 이명박의 탈당보다 박근혜발 분당이 일단 더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경선 룰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분당을 선언하기도 쉽지 않다. 박 전 대표의 분당 선언은 ‘대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성사되기 어렵다고 본다. 이 같은 나의 주장은 두 후보의 지지성향에 대한 오랜 관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전 시장에 대한 지지는 인물에 기반한 포션이 매우 크다. 다시 말해 이 전 시장은 한나라당 브랜드를 입지 않는다 해도 상당 부분 유지되는 지지 기반을 갖고 있다.

반면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전통 지지세력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떠나는 순간 지지율은 더 낮아질 것이 확실하다. 이 전 대표가 탈당의 내상을 비교적 덜 입게 된다는 의미다. 박 전 대표의 고민과 딜레마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박 전 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중재안을 수용하고 경선에 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맞고 있는 정치적 위기의 국면은 그래서 돌파하기가 쉽지 않다. 박 전 대표는 당분간 장고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중재안의 전국위 상정을 막으면서 시간을 버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박 전 대표가 고민하는 대목은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성향 변화다. 정체성보다 본선 경쟁력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소위 ‘당심’이라는 것도 변화했다.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의 막판 부상이 그 점을 웅변한다. 당심에서도 확고한 우위를 점할 수 없다면 경선은 힘들어지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갈등과 분열에도 불구, 소위 범여권이 반사이익을 얻는 ‘유출효과’도 아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오래 지속될 경우 범여권의 통합과 단일후보 옹립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일단 우호적인 토양이 마련됐다고는 하나, 상황을 반전할 주체적인 노력 없이는 범여권의 대선 성공은 힘겨워보인다. 손학규, 정동영을 포함한 범여권의 후보들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과거 김대중이나 노무현처럼 대중적 인기와 카리스마를 지닌 후보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범여권의 대반전은 여전히 힘겨운 과업이다. 여론의 흐름은 아직도 범여권의 대선 횡보에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나라당의 딜레마-통합도, 분열도 힘들다.”

정치컨설턴트 김윤재 변호사

[정치]분당 위기 한나라당 ‘경선의 미로여~’

한나라당의 갈등은 이중구조다. 원심력과 구심력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양 진영의 갈등이 감정적 차원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화합과 통합이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도 분열은 더 힘들어 보인다. 누구든 당과의 결별을 주도적으로 해나가기 힘든 구조다. 분열을 주도해서는 누구도 집권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원심력과 구심력의 치열한 접점이 바로 지금 한나라당 갈등의 본질이다. 당 내분 사태의 결말을 점치기 힘든 것도 이 같은 구조 때문이다.

내분이 격화되면서 제3후보론이 거론되고 있다. 이회창씨의 리바이벌이 그것이다. 그러나 내 판단으론 이회창 카드의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는 올 1월 대선에 출마하는 일이 없을 것이란 선언을 했다. 설사 그 약속을 뒤집고 다시 컴백한다 해도 준비가 부족한 그가 대선에 다시 나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선 출마를 세 번씩이나 했던 DJ와는 다르다. DJ는 자신의 약속을 번복하기 위한 치밀한 사전 준비를 했고 정치적으로도 철저한 대비와 수련을 쌓았다. 일시적인 은퇴 이후에도 야권에서의 카리스마와 영향력을 유지했다. 그 카리스마는 지금의 이회창씨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력했다.

박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가 탈당할 경우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지금의 한나라당보다 더 보수적인 신당을 꾸려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시대정신이 그 같은 신당의 출현에 호응할지 회의적이다. 박 전 대표가 집권하기 위해서는 당내 투쟁을 통하는 길이 (탈당보다) 훨씬 쉬운 길이다. 범여권의 통합, 단일후보의 옹립도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한나라당의 내분이 통합의 메리트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범여권의 분열과 감정적 대립은 한나라당에 못지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가을 이후 한나라당의 분열이 지속되고 통합의 메리트, 다시 말해 통합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지면 논의는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양 진영의 분열과 갈등으로 현재의 대선구도는 매우 복잡하다. 성급한 전망은 오류를 낳을 수밖에 없는 구도다.

“박근혜발 분당, 성공하기 어렵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연구위원

[정치]분당 위기 한나라당 ‘경선의 미로여~’

나는 올 1월부터 한나라당이 결국 분열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이제 그 분열의 단초가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분열의 내막 속에는 2008년 총선이 중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각 캠프 소속 의원들은 자신이 미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공천을 받기 힘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박의 싸움은 감정의 골이 깊고 본질적인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있는 지역주의 정치 구도 속에서 이들의 고민과 걱정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 측면에서 한나라당의 경선은 일종의 ‘서든 데스 게임’이다. 지면 바로 죽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조선조 세조시대의 한명회식 정치가 아직도 횡행하고 있다. 한명회는 정적의 살생부를 쥐고 자신의 권력을 유지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자신이 미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거나, 적어도 당권을 가져야 정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천을 둘러싼 사활적 전쟁을 막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가 있다. 민의를 대변하는 상향식 공천제도가 명실상부하게 정착돼야 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그게 힘든 구조다. 누가 후보가 되든 공정한 공천을 보장한다는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그 같은 전통이 부재하기 때문에 갑자기 그런 합의를 한다 해도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두 후보는 양 캠프의 갈등이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항간에 나돌고 있는 이회창 재기론이 그래서 성립하는 것이다. 한 후보가 경선을 통과했을 때 타 후보 진영은 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경선에 통과한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후보 흔들기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고 그 공간 속에서 ‘이회창 대안론’이 나올 수 있다.

범여권은 비록 분열돼 있지만 결국 통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나라당의 분열이 심화될수록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중요한 것은 ‘오픈 프라이머리’라는 제도적 장치가 통합을 가능케 할 메커니즘으로 작동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문제는 이런 정치공학적인 차원만으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범여권은 그래서 진정한 개혁과 통합의 비전을 갖고 이번 대선에 임해야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명박 발 분당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상황이 역전됐다. 현 상황에서 이명박의 탈당보다 박근혜발 분당이 일단 더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경선 룰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분당을 선언하기도 쉽지 않다. 박 전 대표의 분당 선언은 ‘대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성사되기 어렵다고 본다. 이 같은 나의 주장은 두 후보의 지지성향에 대한 오랜 관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전 시장에 대한 지지는 인물에 기반한 포션이 매우 크다. 다시 말해 이 전 시장은 한나라당 브랜드를 입지 않는다 해도 상당 부분 유지되는 지지 기반을 갖고 있다.

반면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전통 지지세력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떠나는 순간 지지율은 더 낮아질 것이 확실하다. 이 전 대표가 탈당의 내상을 비교적 덜 입게 된다는 의미다. 박 전 대표의 고민과 딜레마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박 전 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중재안을 수용하고 경선에 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맞고 있는 정치적 위기의 국면은 그래서 돌파하기가 쉽지 않다. 박 전 대표는 당분간 장고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중재안의 전국위 상정을 막으면서 시간을 버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박 전 대표가 고민하는 대목은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성향 변화다. 정체성보다 본선 경쟁력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소위 ‘당심’이라는 것도 변화했다.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의 막판 부상이 그 점을 웅변한다. 당심에서도 확고한 우위를 점할 수 없다면 경선은 힘들어지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갈등과 분열에도 불구, 소위 범여권이 반사이익을 얻는 ‘유출효과’도 아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오래 지속될 경우 범여권의 통합과 단일후보 옹립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일단 우호적인 토양이 마련됐다고는 하나, 상황을 반전할 주체적인 노력 없이는 범여권의 대선 성공은 힘겨워보인다. 손학규, 정동영을 포함한 범여권의 후보들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과거 김대중이나 노무현처럼 대중적 인기와 카리스마를 지닌 후보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범여권의 대반전은 여전히 힘겨운 과업이다. 여론의 흐름은 아직도 범여권의 대선 횡보에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기홍 편집위원 glutton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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