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성매매여성 자활기금이 샌다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일부시설 용도 외 사용 등 회계 엉망… 여성가족부 “법령 보강 벌칙강화 추진”

지난해 경기 평택시 성매매여성과 10여 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집창촌 내 공터에서 ‘성매매특별법’ 폐지와 성거래 합법화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 경기 평택시 성매매여성과 10여 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집창촌 내 공터에서 ‘성매매특별법’ 폐지와 성거래 합법화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성매매여성자활지원사업에 누수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업 첫해인 2004년 104억 원으로 시작해 2005년 115억 원, 2006년 177억 원이 지원되고 올해엔 161억 원이 국민의 세금과 복권기금에서 책정된 국책사업이지만 일선 시설들의 회계 불투명성과 성매매여성자활지원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모 대표는 복권기금 사업비는 운영비로 사용할 수 없음에도 약 350만 원을 지출했고, 강사료 35만 원을 과오 지급했으며, 차량과태료 및 범칙금으로 운영비 40만 원을 지출, 지원대상 외 사람에게 96만 원 지급, 종사자 수당 및 활동비 과오지급이 486만 원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경기 성남시의 한 시설의 실태도 위 건과 대동소이했다. 이 시설의 모 대표는 목적 외 자금유용 혐의로 내부 고발을 당해 현재 검찰에 송치되어 조사 중이다. 성남시는 문제가 발생한 이 시설에 대해 위탁 계약 기간 종료 후 재계약을 포기했고, 이곳 또한 5월 중으로 폐지될 예정이다.

2004년 8월, 부산 완월동과 인천 숭의동(일명 엘로우하우스)을 시범지구로 선정하면서 시작된 성매매여성자활지원사업은 2006년 12월 31일 현재, 전국적으로 지원시설 49개소(쉼터 41개소, 그룹홈 5개소, 자활지원센터 3개소), 상담소 27개소, 집결지현장지원센터 12개소 등 88곳에서 실시되고 있다. 시설을 운영하는 대표들은 대부분 여성운동을 했거나 종교재단에서 사회복지활동을 했던 사회 활동가들이다.

이곳에는 ‘성매매방지 및 피해여성 보호’로 일반예산이, ‘집결지 성매매여성자활지원 사업’과 ‘성매매피해자 구조·지원사업(복권기금)’으로 기금예산이 지원된다. 지난해 지원된 금액은 모두 176억6700만 원. 일반예산은 시설 및 상담소의 운영비와 기능보강비로, 기금 중 복권기금은 의료·법률·직업훈련 지원으로 사용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성매매여성자활지원사업에 대한 여성가족부와 여성단체의 목소리가 높은 데 비해 그 성과는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평택 집창촌에 걸린 현수막.

성매매여성자활지원사업에 대한 여성가족부와 여성단체의 목소리가 높은 데 비해 그 성과는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평택 집창촌에 걸린 현수막.

조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일선에서 현장지도를 하다 보면 자금의 운용이 허술하고, 회계처리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부족하다”며 “일부 시설의 대표들은 지원된 예산이 내 돈인지 나랏돈인지 헷갈려 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상담 실적을 높이기 위해 센터생활인이 아닌 종사자에 대한 의료비가 지출되는가 하면 의료지원시 여비 등 간접비용 지원이 이뤄지고 있고, 급기야 총계정원장과 통장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이 관계자는 “관리감독 기관인 여성가족부의 지침이나 법령이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아 시설장들이 업무상 비용이라고 주장하면 시시비비를 가리기 힘들다”며 “자체 조사 결과 부적절하게 사용한 경우 모두 환수조치하고 있으며, 시정권고 등 행정처분을 하지만 이 정도 행정처분으로는 미흡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자활지원사업 성과 아직은 미지수

때문에 집창촌을 비롯한 성매매여성들과 관련 단체들은 “여성가족부의 성매매여성자활지원사업은 여성단체 먹여 살리기이며 그 효과도 검증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성매매여성과 업주들의 모임인 전국한터여종사자연맹(한터) 강현준 국장은 “부산 지역에서도 한 시설이 회계부정과 목적 외 사용 등으로 3개월 동안 운영정지당한 사례가 있다”며 “생계비로 40여만 원이 업주들의 통장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는 시설 측에서 성매매여성 숫자 채우기에 급급해 명의를 빌리며 편법을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방의 한 지회장도 “룸 밖에서 손님을 불러오는 현관 이모들(일명 삐끼)들이 성매매 여성으로 둔갑해 상담소나 센터 등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복권기금에서 지원되는 의료·법률·직업훈련 성과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평택 집창촌 여성들의 자발적 모임인 민주성노동자연맹(민성노련) 이희영 위원장은 “성매매여성자활지원사업은 성매매여성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효과는 온데간데없고, 단지 여성가족부와 연계된 여성단체나 센터의 밥그릇 챙기기에 지나지 않다”고 주장했다. “탈성매매를 위해 센터에 들어가 일어를 배운다던 아가씨가 6개월치 학원 등록을 해놓고는 한 달도 안 되어 돌아오더라”며 “그런 경우 센터에서 나머지 학원비를 환급받을 텐데 그 돈은 어디로 가겠느냐”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여성가족부는 2004년 9월 법 시행 이후 지난해 6월까지 집결지자활지원사업을 통해 탈성매매에 성공한 여성이 2005년에는 246명, 2006년에는 533명이라고 밝혔다. 탈성매매의 유형으로는 취업이나 창업(준비)이 50%로 가장 많았고, 이어 단순귀가가 26%, 재유입이 9%, 확인 불가 6%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성매매여성단체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한터의 강 국장은 “단순귀가까지 탈성매매로 집계했지만 그 여성들이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관리가 되고 있느냐”고 반문하며 “현장에서는 시설에 들어갔던 여성의 절반 정도가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민성노련의 이 위원장은 “센터에서 법률지원을 통해 ‘선불금 무효화’를 해주어 성매매여성들이 ‘탕치기(빚털기)’ 하고 들어가지만 답답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전 업주와의 관계 때문에 집창촌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안마시술소나 전화방을 통한 성매매 등 더 음성적인 곳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지적하는 성매매여성자활사업의 문제점은 크게 ‘비현실적 생계비’와 ‘직업훈련의 부실함’. 부산의 최 회장은 “한 달 40만 원 정도의 생활비로는 그 애들 담뱃값도 못 댄다”며 “한 달에 300만~400만 원씩 벌어 보통 집으로 150만~200만 원을 보내는 처지였는데 어떻게 버틸 수 있겠느냐”는 항변이다. 또한 배우는 기술이라고 해봐야 비즈공예, 헤어, 네일아트, 액세서리 만들기 등 이미 시장 진입이 어려운 것들이고 이에 대한 창업지원금 3000만 원 또한 가게 임대료에 그치는 정도라고 지적한다.

2005년 10월, 춘천 집창촌을 방문했던 여성단체 회원들이 성매매여성들과의 마찰로 폭력사태까지 벌어진 이후 현재 전국 7집창촌에 센터 직원들이 출입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태. 한터의 강 국장은 “청량리에 온 모 센터의 경우 생리대 3개와 귀이개를 넣은 선물을 미끼로 대화를 시도하다가 이곳 여성들로부터 ‘누굴 거지로 아느냐?’며 문전박대당한 적도 있다”며 “성매매 여성들은 스스로 성노동자라는 인식을 많이 하고 있는데 반해 관계 당국이나 센터에서는 여전히 선도해야 할 탈법자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매분기 예산집행 실적 확인 추진

성매매특별법 시행 3년이 되어 가지만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집창촌 ‘미아리 텍사스’ 에는 500여명의 여성이 여전히 ‘영업’ 을 하고 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3년이 되어 가지만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집창촌 ‘미아리 텍사스’ 에는 500여명의 여성이 여전히 ‘영업’ 을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일선 시설에 대한 교육과 현장지도를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전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성가족부 권익기획팀의 김민아 사무관은 “자활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단체가 민간 활동을 하다 들어와 회계 부분에 약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는 타 시민단체에서도 흔히 있는 일로 이번 서울시의 행정처리가 굉장히 단호해서 더 많은 부분이 부각된 것”이라고 밝혔다. 지출과정의 오류는 반납조치하고 있으며, 지도 당국이 서서히 질서를 잡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해 달라는 주문이다.

김 사무관은 “여성가족부는 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행정실무 및 회계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관할 시·군·구로부터 매 분기 예산 집행 실적을 제출받아 확인할 것을 주문하고, 지자체별 연 1회 이상 시설 및 상담소 자체 점검 실시를 지침으로 내렸다”며 “또한 중대한 회계부정이나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경고나 업무정지의 과정 없이 바로 시설 또는 상담소를 폐쇄할 수 있도록 벌칙 강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법령이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은 익히 들어왔던 것으로, 법령이나 지침을 점점 보강해가는 과정”이라며 “탈성매매 여성이 스스로 드러내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성과가 돋보이지 않는 것일 뿐, 사업의 효과는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선에서 자활시설에 대한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한 시청 공무원은 “한두 사람의 잘못 탓에 일선에서 열심히 탈성매매를 돕고 있는 시설 전체가 매도당해서는 안 된다”며 “여성가족부의 지침이 미비한 상태에서 예산만 급하게 과다 책정된 형국으로, 지난해부터 운영상의 잘잘못을 검증하러 다니지만 법령 적용에 대한 모호함 때문에 시시비비를 가리기가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성매매여성자활사업이 성공하려면 센터장과 상담원 등 종사자에 대한 회계, 예산, 시설운용 등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름 있는 사회활동가가 단체만 만들면 다 지원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관리감독기구인 여성가족부가 귀담아 들어야 할 이 사업의 핵심이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