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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후광 받으면 여권후보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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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최후승자 되나… 노대통령 비토 불구 손학규 전 지사가 가장 근접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 김혁규 한명숙 문국현 손학규 유시민 이해찬(왼쪽부터 시계방향)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 김혁규 한명숙 문국현 손학규 유시민 이해찬(왼쪽부터 시계방향)

오리무중에 빠진 여권의 대권 레이스에서 누가 ‘다크호스’로 등장할 것인가. 범여권통합의 형태와 경선방법, 후보 간의 이합집산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전까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범여권의 후보 1위를 달리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지지율은 7% 내외. 그밖의 대선 예비후보들은 1~2%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단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중도하차로 ‘제3지대 통합론’은 무망해졌다. 대신 ‘후보자 연석회의’ 합의에 의한 통합론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만일 범여권 대선후보들이 이에 동의한다면 열린우리당에서 경선을 하는 게 아니라 경선준비위원회를 만들게 된다. 경선준비위원회는 사실상 ‘창당준비위원회’를 대신한다. 이 기구의 주도로 후보 경선을 오픈 프라이머리 형태로 치르는 것. 하지만 이런 방안도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열린우리당 창업주인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이 열린우리당 탈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통합의 갈래와 주체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기 때문이다. 정계개편의 향배가 어디로 튈지 가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대선 5개월 뒤에 실시될 총선 때문에 각 정파에서는 이미 이면게임(메타게임, 대선이 아니라 총선을 겨냥한 게임)의 징후도 감지되고 있다.

어떻든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불출마선언을 지켜보면서 범여권후보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덫’에 걸리지 말아야 한다는 경계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한 융탄폭격을 퍼붓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청와대는 지난 5월 3일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어떻게 범여권이냐”고 반문했다. 손 전 지사를 범여권 후보군에서 ‘제외’한 것이다. 노 대통령도 전날 직접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정치는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을 탈당할 당시 ‘보따리 장수’라고 손학규 전 지사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노 대통령은 남에게 빌려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면서 “그런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비토’ 대상은 대선무대에서 사라져간다는 등식이 현재까지 유효하다. 그럼에도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베팅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손 전 지사가 어떻게 범여권이냐”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P&R 이경태 대표는 “결국 DJ가 지지하는 사람이 여권후보로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거기에는 손 전 지사가 가장 가까이 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대통령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손 전 지사의 평양방문과 관련해서 김 전 대통령의 도움이 있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손 전 지사가 햇볕정책 승계 메시지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산하 열린정책연구원의 한 연구위원(부산 출신)은 “지금 상황에서 사람보다는 구도가 중요하다”면서 “결코 그 구도는 한나라당에서 기득권을 누린 손 전 지사에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한나라당 전선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이를 극복하면 손 전 지사에게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 차원에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천정배 전 원내대표도 노 대통령의 표적이 되고 있다. 두 사람은 한·미 FTA 반대를 위한 단식농성을 했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개혁진영은 한·미 FTA로 역사상 최대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대권후보들이 지지도, 거부도 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얘기다. 한·미 FTA를 반대하면 진보세력의 결집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 지지세는 매우 취약하다. 특히 ‘개혁벨트’를 지향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김 전 의장은 여권 출신이라는 한계가 한·미 FTA 반대를 선도하기 어렵다”면서 “그가 한·미 FTA 반대를 이슈화하지 못한다면 지역성이 희박한 두 사람에게 기회가 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내부 인사로는 일단 정동영 전 의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가 당내 기반이 가장 탄탄하기 때문이다. 그는 5월 말 탈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몇 사람이 그를 추종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정·김 전 의장에 대해서도 “철학도 가치관도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화영 의원은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은 미래지향적 리더십보다는 분열적 리더십을 보였다”라면서 “그들은 희망을 접어야 한다”고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냈다.

대북 메신저 이해찬·김혁규 주목

어떻든 ‘노무현 화살’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은 한명숙·이해찬 전 총리, 김혁규 의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부다. 친노그룹의 이화영 의원은 “권력은 쟁취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고건 전 총리나 정운찬 전 총장은 자력으로 대선정국을 돌파할 의지가 약했다”라면서 그들의 대안으로 한명숙·이해찬 전 총리, 김혁규 의원 등을 꼽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범여권 후보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한명숙 전 총리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꼽았다. 그는 “손 전 지사도 한나라당 탈당이라는 결함이 있어 한 전 총리가 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근태 전 의장의 박우섭 특보는 “노 대통령이 좋아하는 사람의 성과를 내도록 돕는다면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와 유시민 장관 등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노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은 시간이 갈수록 힘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큰 파괴력이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최근 대북평화의 메신저 역할은 이해찬 전 총리와 김혁규 의원에게 집중되고 있다. 범여권이 다음 대선구도를 ‘평화냐, 전쟁이냐’로 짜고 있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전쟁이 일어난다”고 말했던 것은 유명하다. 특히 이런 구도를 지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어느 누구도 평화이미지에 부합하는 대선주자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그들의 대북 퍼포먼스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유일하게 정치권 밖에 있는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의 ‘5월 결심설’이 확산되고 있다. 문 사장은 그동안 “정운찬 전 총장이 (대선에) 나갔으면 좋겠고 (나의 출마는) 정 전 총장이 출마하지 않거나 중도에 무너진다면 그 다음에 생각해보겠다”고 말해왔다. 최재천 의원은 “명분을 축적 중이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에 몸담고 있는 한 측근은 “6월쯤 결심할 것”이라면서 “그 시기를 넘기면 물리적으로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문 사장이 출마한다면 ‘시민사회 후보’가 될지 아니면 어느 정파와 손을 잡게 될지가 최대 관심거리다.

권력은 상속하거나 양도하는 개념이 아니다. 경쟁이며 쟁취다. 여기서 승패의 기준은 지지율 15%선. 이 고지를 선점하는 후보는 범여권의 대표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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