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크는 우체국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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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물건 사는 데 한번 재미 붙이면 그 다음부터는 좀체 백화점이나 할인매장에 가게 되지 않는다. 클릭 몇 번만 하면 집까지 배달해주는데 뭐하러 사람 바글거리는 곳에 가서 시간낭비, 체력낭비를 하느냐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인터넷 구매가 싸고 편리하다고 느끼는 사람, 이들이 온라인쇼핑족이다.

온라인쇼핑족은 뭔가 필요한 물품이 있을 때 우선 컴퓨터부터 켠다. 구매물품이 공산품이든, 농산품이든, 서비스상품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온라인쇼핑몰에 가면 원하는 건 무엇이든 다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싱싱한 생선이나 비행기 티켓, 골프부킹권, 심지어 자동차까지 ‘온라인에 없는 것은 없다’고 이들은 믿는다. 점점 백화점 가는 사람이 바보로 보이면서 마니아의 길로 빠지게 된다.

우체국 오픈마켓인 우체국장터의 초기화면.

우체국 오픈마켓인 우체국장터의 초기화면.

이들보다 온라인시장에 더 열광하는 사람은 온라인판매족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올리기만 하면 구매자와 곧장 연결될 수 있으니, 이렇게 고마운 시장이 어디 있겠는가. 매장이 필요없으니 임대료 걱정, 인테리어 걱정, 직원 구할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내 물건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설정된 시스템에 따라 물건을 보내면 그만이다. 판매 규모에도 제한이 없다. 기업에서 물건을 창고에 쌓아두고 판매목록에 올릴 수도 있지만, 주부가 집안 정리하는 기분으로 가정에서 안 쓰는 물품을 내놓을 수도 있다. 한 해 동안 입은 초등학생 걸스카우트 단복이나 흠집이 난 중고 휴대전화라도 ‘싼값에 쓸 만하다’는 믿음만 주면 수요자는 꼭 있다는 게 온라인판매족의 믿음이다.

이렇게 온라인쇼핑족과 판매족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다. 쇼핑족이 없으면 판매족이 있을 수 없고, 판매족이 없으면 쇼핑족은 존재 의미가 없다. 전형적인 공존공생, 윈윈(win-win)의 관계다. 그런데 이 둘이 관계를 유지하려면 제3자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 흥정을 붙이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시장이다. 이를 오픈마켓플레이스, 즉 온라인장터라고 한다.

온라인장터는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성장이 빠른 시장이다. 재래시장은 장사가 안 돼 죽을 지경이라는데, 온라인장터는 곳곳에서 대박행진이다.

현재 오픈마켓업계의 최강자는 옥션. 하지만 인터파크의 자회사인 G마켓이 사업 개시 3년 만에 17배의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옥션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고, GS홈쇼핑의 GS이숍,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다음온켓, CJ홈쇼핑의 앰플이 가세하면서 불꽃튀는 경쟁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지난해 오픈마켓의 거래총액은 약 5조 원. 한동안은 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우체국도 오픈마켓에 뛰어들어 고객을 손짓하고 있다. 인터넷우체국 안에 있는 우체국장터(www.epost.kr)라는 오픈마켓이 그것이다. 우체국쇼핑은 심사를 통과한 사업자만 판매하는 곳이지만, 이곳은 오픈마켓이니 만큼 누구나 사고 팔 수 있다. 우체국쇼핑이 특산품 위주라면 장터에는 농산품·공산품 가리지 않고 올라온다. 우체국이라는 신뢰감, 다른 곳보다 싼 수수료가 우체국장터의 매력이자 경쟁력.

2004년 11월 문을 열어 2005년에는 매출 5억 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84억 원으로 17배 성장했다. 대형 오픈마켓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규모지만, 성장세만은 눈이 부실 정도다.

우체국장터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 우정사업본부는 올해부터 2011년까지 50억 원을 투입해 차세대 오픈마켓 구축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오픈마켓이 또 하나의 황금어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이종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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