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황우석 근황, 코스닥에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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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소문 관련주 ‘에스켐’ ‘큐로컴’ 요동… 증권관계자 ‘작전세력’ 주의 당부

황우석 박사가 줄기세포 조직과 관련한 공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남호진 기자>

황우석 박사가 줄기세포 조직과 관련한 공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남호진 기자>

최근 코스닥시장은 황우석 전 서울대 석좌교수가 핫이슈다. 황 박사는 줄기세포 논문조작으로 기소돼 이와 관련한 재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 20일 제9차 공판이 열렸고, 4월 17일 10차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그런데 그의 이름이 왜 법정이 아닌, 증시에서까지 오르내릴까.

전말은 이렇다. 박병수 수암재단 이사장은 지난 2월22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합성수지 생산기업 에스켐을 인수했다. 박 이사장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에스켐 지분 11.72%를 매입하면서 2대주주로 떠올랐고, 곧 최대주주인 에스에프인베스트먼트의 보유 지분 18.06%까지 매입하기로 해 23.49%의 지분으로 최대주주가 된다. 특히 그의 대리인이 3월 29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박 이사장이 사실상 에스켐의 오너가 된 것이다.

5200원 주식 2만3900원까지 폭등

문제는 박 이사장이 평범한 인물이 아닌 데 있다. 그가 바로 황우석 박사의 최측근이자 후원자이기 때문이다. 황 박사는 지난해 연구를 재개했는데, 박 이사장이 물질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박사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재)도 수암재단에서 설립한 것이다. 수암재단은 지난해 7월 과학기술부로부터 수암생명공학연구원 설립 허가를 받아 서울 구로동에 연구실을 마련하기도 했다.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은 이사 5명과 감사 2명으로 임원진을 구성했다. 박 이사장은 수암재단뿐만 아니라 수암생명공학연구원 이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그러면서 코스닥시장은 난리가 났다. 황우석 박사가 결국 에스켐으로 와서 연구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에스켐은 5200원 하던 주가가 연일 상한가 행진을 지속했다. 주가는 훌쩍 2만 원대에 이르렀다. 그런데 에스켐은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다가 3월 8일 주식시장이 마감된 후 공시를 통해 은연중 황 박사와의 연관성을 드러냈다. 이날 공시에서 사업목적으로 ‘동물복제연구 및 실험동물 생산, 판매업’ ‘줄기세포 연구, 생산, 판매업’ ‘생명공학 관련 제품 연구, 제조, 판매업’ 등을 추가한 것. 투자자들은 여기서 황 박사를 떠올렸고 공시가 난 다음날 주가는 잠시 2만3900원까지 폭등했다. 그러나 바로 이날부터 주가는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상한가까지 오르다 폭락하기 시작해 결국 1.92% 상승에 그쳤다. 황 박사와의 연관성이 드러난 직후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 지난 3월 22일 종가는 1만2800원으로 최고점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증권 관계자들은 황우석 박사 복귀 관련주에 투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우철훈 기자>

증권 관계자들은 황우석 박사 복귀 관련주에 투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우철훈 기자>

주가가 이렇게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지만 에스켐 측에서는 여전히 명확한 사업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또 줄기세포 사업을 어떻게 할 건지, 황 박사와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직접 밝히지 않고 있다. 에스켐 관계자는 “수암재단이 황 박사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그리고 3월 29일에 대표이사로 선임될 박상훈씨는 수암재단 이사다”라고 셜명했다. 즉, 우회적으로 황 박사와의 연관성을 밝힌 셈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어떻게 줄기세포 사업을 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그는 “대표이사가 될 박상훈씨가 (황우석 박사를 지원하는) 수암재단 이사라서 줄기세포 사업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궁색하게 답했다. 하지만 로봇 관련 사업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박상훈씨는 줄기세포 사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정작 연일 증시에서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황우석 박사와 박병수 이사장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 이사장의 대리인인 수암재단 조용석 이사는 박 이사장과의 면담 요구에 “지방에 가서 연락이 안 된다”면서 “주총이 끝난 후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박 이사장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그는 황 박사와 동향으로 전해졌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수암재단은 수암장학재단(수암장학문화재단)과 관련이 없다. 수암장학재단은 대림산업에서 설립한 것으로 변형윤 전 서울대 교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황우석 박사와 대립 관계로 알려진 정운찬 전 총장이 이사로 있는 재단이 황우석 박사를 지원할 리는 만무하다. 수암장학재단은 서울 종로구 수송동 대림빌딩에 있다.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설립한 장학 및 문화재단이다. 수암재단은 박병수 회장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방배동에 위치해 있다. 별개의 재단이라는 증거다. 그런데 수암재단은 그 흔한 홈페이지조차 없다. 그래서 박 이사장이나 수암재단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다.

베일에 싸인 수암재단·이사장 정체

황 박사와 관련된 코스닥기업이 또 하나 있다. 뱅킹솔루션 사업을 하는 큐로컴이다. 이 회사는 스마젠이라는 바이오회사를 갖고 있다. 황 박사는 스마젠의 지분을 갖고 있다가 스마젠이 큐로컴에 인수되면서 보유 지분을 모두 팔았다. 황 박사의 측근인 박 이사장도 큐로컴과 관련이 있다. 스마젠 회장을 역임하던 박 이사장은 스마젠이 큐로컴에 인수될 때 스마젠 보유지분을 스압 방식을 통해 큐로컴 지분으로 받았다. 그러면서 스마젠 회장자리에서 물러났다.박 이사장(특수관계인 포함)은 한 때 큐로컴 보유지분율이 5%를 넘었으나 장내에서 일부 매각해 현재는 3.97%로 알려졌다. 황 박사의 파괴력(?)은 큐로컴에서도 잘 드러났다. 측근인 박 이사장이 큐로컴 지분 3.7%를 갖고 있다는 것이 2월 26일 밝혀지자, 황 박사 복귀관련주로 큐로컴이 부각되면서 그날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황 박사와 큐로컴, 박 이사장과 큐로컴의 관계는 주주라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다. 몇 달 전 증시 일각에서는 큐로컴에 황 박사가 간여할 것으로 소문이 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다. 큐로컴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기자의 입장 표명 요구에 큐로컴 김동준 사장은 묵묵부답이다.

현재 증시에서는 황우석 박사 복귀 관련주로 어느 종목이 뜰지 초미의 관심사다. 매수매도 타이밍을 잘 맞추면 2배 이상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 그래서 큐로컴도 잠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이다. 다음 타자로 코스닥의 ㅌ기업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진위는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황 박사 복귀 관련주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본인이 전혀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어 ‘작전세력’에게 농락당할 수 있다는 것. 황 박사를 은연중 부각시켜 주가를 띄운 뒤 고점에서 차익실현을 한 뒤 ‘먹튀’ 한다는 설명이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황우석 박사 복귀 관련주로 주가가 많이 오른 에스켐의 재무제표를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면서 “매년 적자를 보는 회사의 주가로는 너무 높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설령 황우석 박사가 에스켐에 와서 연구를 한다고 해서 당장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거품임을 강조했다.

<조완제 기자 jw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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