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선 낙제생 가차없이 중도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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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유학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 현지 전문가 김준봉 교수 조언

한국인 유학생들이 베이징대 교문을 들어서고 있다.

한국인 유학생들이 베이징대 교문을 들어서고 있다.

중국 조기유학은 처절한 백병전이라고 할 수 있다. 막연한 동경으로 조기유학을 희망하는 많은 학부모들은 이제부터라도 중국 조기 유학의 실태를 파악하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중국 유학의 문제점은 첫째, 중국의 유명 대학은 학생들의 학업 수준과 교수 수준이 높은 것이 사실이나 외국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교육환경 면에서 아주 열악한 실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열악한 환경이라도 본인의 노력과 적응력으로 무난히 졸업할 수도 있겠지만, 노력에 비해 그 대가는 너무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만한 노력이면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명문대 외국인 특별전형, 입학 쉬워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에게는 “한국에서 대학도 못 가고 말 바에야 한국과 같은 비용이라면 중국 유학이라도 해서 대학을 나오는 것이 훨씬 더 좋지 않은가” 하는 말이 복음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비용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은 엄두도 못 내는 부모에게는 일견 그럴 듯하게 들릴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외국 유학생들이 내야 하는 등록금은 중국인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기는 하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거의 비슷한 정도이어서 어지간한 학교는 다 들어갈 수 있다. 특히 세계적인 명문대학인 베이징대학이나 칭화대학, 푸단대학 등도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한국인들끼리만 경쟁하면 들어갈 수 있어 한국에 비해서는 경쟁이 매우 낮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서양인들은 지원자가 별로 없어 영어가 모국어라는 조건 때문에 특별한 시험과 경쟁도 없이 거의 모두를 입학시키는 실정이다. 베이징대나 칭화대학은 세계적인 대학임에 틀림없다. 학생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고 교수의 수나 인프라 면에서는 능히 우리나라의 최고 대학과 충분히 견줄 만한 하다는 게 중국 유학의 또 하나의 장점이다.

중국 유학의 두 번째 문제점은, 중국의 대학이나 교육자들이 한국 사람을 배양할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의 대학생들은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일률적으로 고등학교 시절과 비슷한 정도의 엄청난 주입식 교육을 받는다. 선진국에서 받는 창의적인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자국인도 아닌 외국인 특히 한국인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중국의 중·고등학교와 대학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대학 교육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중국은 인성 교육에는 전혀 목적을 두지 않고 있다. 공산주의 국가에 쓰일 인민을 배양하는 데에만 중점을 두는 교육이다. 더욱이 이 모든 과목의 수업은 거의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세 번째, 한국 유학생들은 중국인들과 기숙사도 같이 쓰지 못하고 또한 수업도 외국인(주로 한국인)들끼리 따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고교나 대학교가 대부분 그러하다. 중국까지 중국인과 기숙사생활을 하지 못하고 더군다나 수업까지 따로 받는다면 이것을 어찌 유학생활이라 할 수 있겠는가? 무늬만 중국 유학인 셈이다.

주로 한국인을 위해 개설되는 중국 학교의 국제반 또한 마찬가지이다. 경제성에만 그 초점을 맞출 뿐이다. 학생들을 어떻게 통제하고 이탈되지 않게 할 것인가에만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니 관리 기술과 인력의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높아지면서 갈수록 학비만 자꾸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네 번째로는 학교운영이 엄격하다는 점이다. 낙제생은 가차 없이 중도탈락하고 만다. 때문에 중국인들과 함께 공부하는 본과에 올라가면서 탈락하는 학생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니는 곳이 예과에 해당하는 대외한어과이다.

중국에서의 교육은 우리가 생각하듯이 학생들에게 참된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지식이나 소양을 가르치지 않는다. 중국 학교의 현실을 보면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입시 학원과 같이 기계적이고 주입식의 암기가 대부분이며 이에 낙오하면 가차 없이 탈락시켜 버린다. 매 학기마다 낙제생은 물론 일반 학생들의 성적과 명단이 버젓이 게시판에 공고된다.

대학 입학 이후부터 치열한 경쟁

중국은 최고로 잘하는 학생들만 추려내어도 그 수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다. 그들의 교육 내용에서 우리 같은 외국인들은 안중에도 없다. 그들은 외국 유학생들이 가진 돈을 필요로 할 뿐이다. 중국에서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목표의 성취가 아니고 치열한 경쟁의 시작에 불과하다. 유학생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돈다발 정도로만 치부해버리는 분위기 속에서 유학생들은 훨씬 혹독한 조건의 출발선에 서 있다 할 수 있다.

중국의 교육환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 막연히 “한국이 워낙 좋지 않으니까…이곳보다는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중국 유학길에 오르게 되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한편 유학원의 말만 믿고 유학을 결정하는 것도 매우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수많은 중국유학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하고 있다. 물론 좋은 생각으로 출발한 곳이 없지는 않겠으나 경제적 목적이 우선인 탓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교육 풍토는 선진국과 전혀 다르다. 돈이면 거의 입학과 졸업이 해결되는 나라이고 특히 외국인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다.

중국 조기유학은 이렇듯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조하자면 중국은 외국인에 대한 교육을 장삿속으로만 생각한다. 외국인에 대한 티끌만큼의 배려도 찾기 힘들다. 외국인은 단지 돈보따리일 뿐이다. 청소년이건 어린 학생이건 다 마찬가지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수업료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들인 만큼 얻을 수는 있다. 교육에 대한 가치관, 학생들에 대한 자세가 중국과는 전혀 다르다. 중국에서는 외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아무리 언어 문제로 고생을 하고 수업에서 핸디캡으로 작용하더라도 절대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상의 많은 어려움을 감수하고라도 중국으로 조기유학을 가겠다면 대학이나 대학원 과정만큼은 영어권 국가로 옮겨갈 것을 권하고 싶다.

중국에 온 많은 조기유학생들 중에서 3~4년 이상 중국에서 학교를 다닌 우리 조기 유학생들을 조사해 보면 대부분 첫 번째로 희망하는 대학이 한국 대학이나 중국이 아닌 다른 외국의 학교이다. 그러한 희망이 본인의 실력이나 유학 비용 등 금전상의 이유로 어렵게 되었을 때 중국의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보통이다.

왜냐하면 중국의 대학을 졸업해도 한국의 대학을 졸업한 것보다 훨씬 좋지 않은 대접을 받는다는 사실을 모두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식 본과생도 그냥 졸업증을 받는 경우와 학사학위증을 받는 경우가 서로 다르다. 우리는 정상적으로 졸업하여 졸업장을 받으면 학사학위를 받은 것이지만, 중국은 졸업장을 받았다고 학사학위를 취득한 것은 아니다. 졸업장과 학사학위증은 별개이다. 학사학위 시험을 다시 통과해야만 한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베이징공업대학 김준봉 교수 가족. 부인 안경미씨와 아들 최석씨(중국인민대 3학년·휴학·군복무중), 그리고 희진씨(한동대 1년), 희람양(베이징한국국제학교 중3).

베이징공업대학 김준봉 교수 가족. 부인 안경미씨와 아들 최석씨(중국인민대 3학년·휴학·군복무중), 그리고 희진씨(한동대 1년), 희람양(베이징한국국제학교 중3).

본과 떨어져 예과 다니는 경우 많아

그러나 유학원의 달콤한 선전과 무책임한 편협적인 정보전달과 한국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교육환경 때문에 다급한 학부모는 그것을 모르고 중국으로 중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설마 한국의 시시한 지방대학을 다니는 것보다 그래도 북경대나 청화대학 졸업장이 훨씬 더 나을 거야….”

유학생 가운데 대접을 받는 이들은 바로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잠시 중국에 온 교환 학생들이다. 또 대학보다는 대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이 비교적 중국에서 기를 펴고 대접받으며 살고 있다. 중국의 명문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조차도 대학원생에 별반 기를 펴지 못하고 사는 실정이다. 반면 한국에 가면 지방대학을 다니는 것보다는 중국의 명문대학을 다니는 것을 훨씬 더 쳐준다. 그래서 자꾸만 중국으로 몰려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대가는 참으로 혹독하다. 중국에서는 명문대에 다니는 유학생조차도 여러 어려움을 감수하고 심지어 굴욕을 느껴가면서까지 유학생활을 감수해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중국의 명문대학에 다니는 우리 학생들은 기회면 된다면 한국이나 중국 이외의 다른 대학으로 옮겨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실력과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언제든 미주나 유럽 혹은 호주 등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걸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물론 예외는 있다. 중국 내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진 똑똑하고 실력 있는 졸업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입학하면서부터 졸업할 때까지 중국학생들과 보조를 맞추고 그들과 경쟁해 이기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감당한다. 그리고 이들은 유학원에서 부풀리는 것처럼 많은 수가 못 된다. 극히 일부분의 학생들만이 여기에 해당할 뿐이다. 비교하자면 매해 출간되는 수많은 서적들 중에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는 극소수의 작가에 해당할 정도이다. 그 수가 너무 적어 가히 영웅으로 불러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거듭 말하자면, 조기유학을 가고 또 그것이 중국이라면 중고교를 마친 뒤 대학은 미국 등 영어권에서 다니는 것이 좋다. 대학원만큼은 중국에서 다니는 것도 좋다. 중국인들은 외국에서 공부하러 온 대학원생들을 대접하고 그들과 친밀하게 지내려고 한다. 대학원생들은 중국에 정착하거나 앞으로 중국과 관련된 업무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이처럼 타산적이다. 중국 유학이나 비즈니스를 할 경우 중국인들의 이러한 속물근성을 명심해야 한다.

김준봉<베이징공업대학 건축과 교수·한중미래경영연구소장>

김준봉교수 부인 안경미씨 조언

저는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1998년 길림성 연변 조선족자치주의 수도인 연길시로 들어갔죠. 그때 큰아들이 중3, 둘째인 딸이 초4, 막내딸이 유치원생이었죠. 지금 첫째는 베이징인민대학 3년에 재학하고 있습니다. 연길에 있을 때 둘째가 한국학교를 참 재미있게 다녔는데 4년 반 뒤에 식구 모두가 베이징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베이징은 한국학생들을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분위기입니다. 불량하고, 학습 분위기를 흐린다 하여 입학할 때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말은 많이 들었죠. 딸아이는 여기서 열심히 했습니다. 친구도 많이 사귀고, 선생님 칭찬도 많이 받고, 공부를 따라가기 위해서 잠은 4시간 정도만 자고, 과외에 숙제에 노력을 참 많이 했죠. 중국은 학원이 없고, 모두 학교에서 문제지를 내주어 과목마다 연습을 많이 시킵니다.

둘째는 중3을 잘 마친 뒤 고등학교를 집에서 비교적 가깝고 북경의 명문학교인 80중에 들어갔습니다. 국제반이 아닌 본과 반으로 들어갔죠. 중국아이와 같이 배우는 반입니다. 이곳은 장난 아닙니다. 전국에서 뽑혀온 아이들이 모여 있는 학교로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학교였습니다. 공부벌레들만 모인 곳이지요. 친구끼리 속삭이는 것도 없고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도 공부만 한답니다. 모두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오직 공부만이 살길인 양 공부만 죽어라 해대는 곳입니다. 학교 시설도 제법 좋았지만 공부하느라 교실과 기숙사만 왔다갔다 하는 형편이었지요. 역사 시간에는 같은 교실에 한국인이 있는데도 대놓고 한국을 무시하는 얘기를 해 많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가족이 같이 있었기에 힘을 북돋워줄 수 있었지요. 한국 역사를 가르쳐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했지요. 이때 혼자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어릴 때 혼자 유학 와서 중국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면 과연 커서 어떤 한국인이 되었을까요. 생각만 해도 오싹한 일입니다.

요새 초등학교부터 유학을 보내는데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기숙사에서 지내게 되면 모든 것이 긴장의 연속입니다. 아이들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연히 노는 쪽으로 빠지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고 혼자 있게 되면 종종 우울증이 걸리기도 합니다.

베이징 교육국에 계시는 분이 칼럼을 썼는데 한국 부모들에게 제발 아이들을 혼자 보내지 말라고 부탁을 합니다. 굳이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라면 유학 대신 방학 때마다 연수를 보내는 쪽을 권하고 싶다고 했지요. 과연 어떤 길이 우리 아이들을 위한 길일지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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