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

마음에 쌓인 ‘때’도 씻고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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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 그리고 사찰 여행… 지친 육신 피로풀고 내 자신도 돌아보고

새해가 되고 설을 맞으면 누구나 묵은 때를 벗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 출발을 하고 싶어 한다. 이럴 때 한겨울의 추위를 녹이면서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할 수 있는 온천여행만큼 적절한 것은 없다. 온천욕은 만성질환의 예방과 치료에도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지만, 그보다 우선하여 사람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예로부터 보양, 휴양, 요양 등 지친 심신을 달래는 데 최고로 여겨져 왔다.

최근 들어 웰빙바람이 불면서 온천도 변하고 있다. 단순히 수질 좋은 온천을 찾아 몸을 담그던 수준을 넘어 여러 가지 기능과 요소들이 첨가된 스파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이제 온천은 레저를 겸한 워터파크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스파’라는 말 역시 ‘질 좋은 온천에서 목욕을 하며 질병을 치료하는 보양휴식시설’을 이르는 것이므로 굳이 우리식 온천욕과 구분하여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하겠다.

전국 각지에 제각각의 특색을 지닌 온천들이 있지만, 귀향길에 신년설계를 겸하여 가족과 함께 온천을 찾는 경우라면 가까이에 절이 있는 곳을 택하는 것이 좋다. 불교신자가 아니라도 몸을 정갈히 한 연후에 고즈넉한 산사에 들러 마음까지 닦는다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요즘 유행하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심과 신은 결코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하나이기 때문이다.

중부권 | 덕산온천과 수덕사

학 한 마리가 날아갈 줄 모르고 논 가운데 서 있어 동네사람들이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상처입은 날개와 다리에 논의 물을 열심히 찍어 바르는 것이었다. 그러기를 3일이나 계속한 후 마침내 학은 상처가 다 나아 날아갔는데, 이를 이상히 여긴 마을사람들이 학이 있던 자리를 살펴보니 따뜻하고 매끄러운 물이 솟아나고 있었다. 그 후로 이곳을 약수터로 사용하였는데 피부병, 신경통 등에 효험이 있어 이 마을을 온천골이라 부르게 되었다. - 율곡 이이 ‘충보’

충남 예산의 덕산온천은 지하 300m 깊이에서 43~52℃의 온천수가 용출되는데, 이를 두고 지구의 체내에서 솟아나는 어머니의 젖과 같다 하여 ‘지구유(地球乳)’라고도 한다. 덕산온천의 게르마늄 성분이 함유된 천연중탄산나트륨 온천수는 각종 부인병을 비롯한 근육통, 관절염, 신경통 등에 좋으며,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피하지방 제거와 세포재생을 촉진하는 효능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덕산스파캐슬 천천향

덕산스파캐슬 천천향

역사가 긴데 비해 상대적으로 침체되어 있던 덕산온천은 최근 문을 연 온천리조트 스파캐슬(041-330-8000)의 가세로 중흥기를 맞고 있다. 스파캐슬은 의학·레저·미용·관광시설이 복합적으로 구성된 최고급 휴양리조트로, 1년 365일 운영되는 실내외 스파시설 ‘천천향’이 겨울철이면 더욱 빛을 발한다. 동양의 대체의학을 대중적으로 접목시킨 ‘웰루스센터’와 야외 라이브공연을 보면서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로맨틱 나이트 스파’ 및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산소방 ‘사랑채’ 등 스파캐슬은 건강과 함께 휴식을 취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마침 오는 2월 25일까지 스파캐슬에서는 그랜드 오픈 기념 ‘2007 윈터 스파 페스티벌’이 열린다. Relax Spa, Woman’s Spa, Fantastic Spa, Enjoy Spa, Lucky Spa 등 5개의 독특한 컨셉트를 가지고 벌어지는 국내 스파리조트의 리더다운 축제다.

수덕사 대웅전

수덕사 대웅전

수덕사의 여승과 수덕여관 덕숭산 자락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수덕사는 우리나라 불교계 4대총림의 하나인 덕숭총림이 있는 유서 깊은 절이다. 이 절의 대웅전은 안동 봉정사 극락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에 이어 오래되고 아름다운 건축물로 손꼽히며 국보 제49호로 지정되어 있다. 수덕사는 경허와 만공이라는 걸출한 선승을 배출한 곳이며, ‘청춘을 불사르고’라는 책으로 유명한 ‘수덕사의 여승’ 일엽 스님이 머물던 곳이기도 하다. 세 사람은 구한말과 일제시대로 이어지며 내리 스승과 제자의 관계이기도 했다. 또한 사하촌의 수덕여관은 우리나라 근현대기에 가장 빼어난 화가 중의 한 사람인 고암 이응로 화백과 부인 박귀희 여사의 애틋한 사연이 얽히고설킨 곳으로 지금은 주인을 잃은 채 쓸쓸하게 남아 있다.

영남권 | 덕구온천과 불영사

따뜻한 나라 덕구에 오실 때에는 혼자서 오십시오. 시끄러운 세상 모두 잊고 따뜻한 휴식을 즐길 수 있으니.
둘이서 오십시오. 평생을 사랑할 사람과 못다 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넷이서 오십시오. 아이들의 재롱떠는 소리가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릴 수 있으니.
여섯이서 오십시오. 장성할 때까지 키워주셨던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 느낄 수 있으니.
함께 오십시오. 아름답고 따뜻한 천국-덕구온천.

경북 울진의 덕구온천은 국내에서는 드물게 자연적으로 솟는 물을 사용한다. 구멍을 뚫어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암반수가 아니라 계곡에서 저절로 솟는 자연용출수를 데우지 않고 그대로 온천수로 사용하는 것이다. 덕구온천의 온천수는 약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천으로, 칼륨, 칼슘, 탄산 등 유익한 광물질이 많아 신경통, 류머티즘, 근육통 및 피부질환을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덕구스파월드 노천탕 야경

덕구스파월드 노천탕 야경

덕구온천의 스파월드(054-782-0677)는 1000명 이상이 한꺼번에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널찍한 실내 대온천탕과 야외온천탕을 갖추었는데, 자연폭포를 빼닮은 물안마폭포탕, 바닥을 옥으로 깐 황옥탕, 편백나무 정자의 히노키탕 등 다양한 온천욕을 돌아가며 즐길 수 있다. 야외선탠장과 산림욕장, 쉼터를 겸한 아쿠아데크도 완비되어 있으며, 재스민탕, 자수정보석사우나, 옥사우나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들이다.

특히 덕구온천호텔에 머무를 경우, 매일 아침 덕구계곡을 따라 오르는 아침트레킹코스가 각별하다. 제2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응봉산 자락을 오르면 자연용출수가 뿜어 나오는 온천 원탕에, 기암괴석과 맑은 계곡물이 절경을 이루는 협곡 위로 세계 유명 12개 교량을 축소 설치하여 탄성을 자아낸다.

불영사의 겨울나기

불영사의 겨울나기

부처님의 그림자가 어리는 연못 불영사는 불영계곡의 울울한 소나무숲에 자리한 고찰이다. 불영계곡은 울진군 서면 화원리에서 근남면 행곡리까지 장장 15㎞에 걸쳐 있는 깊은 계곡으로, 곳곳에 기암괴석과 맑은 물,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비경을 이룬다. 불영사는 절 서쪽 산자락에 있는 부처 형상의 바위가 절 앞 연못에 비친다 하여 ‘불영사’란 이름이 붙었다. 비구니사찰인 불영사는 사철 고즈넉하면서도 정갈해서, 찾는 이의 마음조차 차분하게 한다. 이 절의 응진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아담한 건물로 경내 여러 건물 중 가장 오래되었으며, 그 역사성과 건축미로 보물 제730호로 지정되어 있다. 또 대웅보전은 특이하게도 돌거북 두 마리가 기단을 받치고 있는데, 불영사가 있는 자리가 화산(火山)이어서 그 불길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호남권 | 지리산온천과 천은사, 화엄사

지리산온천랜드 온천수영장

지리산온천랜드 온천수영장

전남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 서쪽 자락에 위치한 지리산온천은 지리산의 정기를 마음껏 누리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한겨울이면 온천 너머로 노고단의 잔설이 마치 ‘킬리만자로의 눈’처럼 번쩍인다. 그 겨울이 지나고 섬진강 남녘에서 매화향이 퍼지면, 이곳 산동면 상위 산수유마을에서도 산수유나무들이 노란 꽃눈을 피워 올리기 시작할 것이다.

‘방장산하 제중약천’으로 유명하던 옛 약수터 자리에 들어선 지리산온천랜드(061-783-1414)는 게르마늄 온천수와 광천수를 이용한, 연건평 2만 평 규모의 대형온천으로 1995년에 개장했다. 이 온천의 온천수에는 지구상의 광물질 중에서 인체에 가장 좋다는 게르마늄 원소는 물론, 칼슘, 나트륨, 불소, 칼륨 등이 포함되어 ‘기적의 물’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게르마늄 온천수는 그 특유의 산소활성화작용으로, 6개월 이상 보관하여도 쉽게 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리산온천랜드에는 일시에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욕탕 2개가 있어, 각각 남·여탕으로 구분되는데, 재미있는 것은 일주일마다 서로 그 역할을 바꾼다는 것이다. 욕탕에 배는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그 사실을 알고 나면 욕탕에 들어갈 때마다 묘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또한 노천탕에는 9기의 남근석이 세워져 이를 보는 여성입욕객이 어떤 생각을 할지, 조금 짓궂기도 하고 익살맞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개장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지리산온천랜드가, 최근 속속 들어서고 있는 타 지역의 최신식 스파온천에 밀려 상대적으로 낙후한 느낌을 갖게 한다는 사실이다. 개장 초기 초만원을 이루던 때와 비교하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수도 현저히 줄어드는 추세라 하니, 하루빨리 타성에서 벗어난 새로운 운영기획이 있었으면 한다.

화엄사 각황전 앞 석등에 대해 설명하는 김윤정 문화유산해설사

화엄사 각황전 앞 석등에 대해 설명하는 김윤정 문화유산해설사

호젓한 천은사에서 장엄한 화엄사로 사시사철 산을 찾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지리산이지만, 천은사는 지리산에 위치한 사찰 같지 않게 항상 호젓하고 고즈넉하다. 비스듬히 서 있는 소나무 몇 그루가 마치 차양처럼 늘어진 일주문을 지나면, 저수지로 빠지는 계류 위에 청아하게 서있는 수홍루가 나타난다. 원래 천은사는 경내에 이슬처럼 맑고 차가운 샘물이 있어 ‘감로사(甘露寺)’라 불렸는데, 임진왜란으로 절이 불탄 뒤 샘가에 나타난 구렁이를 잡아 죽인 후 샘이 말라버려 ‘천은사(泉隱寺)’로 바뀌었다고 한다. 지금 절 앞에 큰 저수지가 들어선 것도 어쩌면 그 ‘목마름’의 결과일지 모르겠다.

화엄사는 지리산 자락의 숱한 사찰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그만큼 많은 불자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져, 초입에 들어서면서부터 조금 번잡한 듯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일단 경내로 들어서면 그 장엄함에 초입의 번잡함은 저절로 사라진다. 규모나 그 의미에 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불전이라는 각황전이나, 그에 걸맞게 우리나라 아니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각황전 앞 석등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그러나 화엄사의 진짜 숨은 보물은 각황전 뒤편 언덕에 자리 잡은 효대이다. 그 이유는 그곳을 직접 올랐을 때 비로소 실감할 수 있다.

이밖에 신륵사를 들러올 수 있는 이천온천, 낙산사와 가까운 오색온천과, 우리나라 온천의 효시라 할 만한 동래온천도 범어사와 가까워 사찰행과 온천욕을 겸할 수 있는 곳들이다.

<글·사진 투레 toule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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