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바코드는 가라’ 전자태그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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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밀고 지나가면 구매리스트 바로 떠…유통·물류분야 제2혁명

RFID는 카트를 밀고 지나가면 구매 리스트가 뜬다. <서성일 기자>

RFID는 카트를 밀고 지나가면 구매 리스트가 뜬다. <서성일 기자>

거의 모든 상품에는 바코드가 있다. 바코드에는 가격 등 각종 정보가 담겨 있다. 리더기(판독기)로 읽기만 하면 모든 정보가 입력이 된다. 그래서 캐시어는 즉시 계산을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바코드는 물류의 혁명적 기술로 여겼다.

그러나 더 강한 것이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전자태그(전자꼬리표)로 불리는 RFID(Radio Frequency IDdentification:무선 주파수 인식). RFID는 정보가 들어 있는 IC칩과 안테나를 내장한 태그(Tag)다. 이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다. 특히 빛이 아닌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리더기를 조작할 필요가 없다. 예컨대 물류공정에서 박스나 팔레트에 여러 제품이 뒤섞여 있어도 모든 개별제품의 정보를 일괄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 재고관리가 한결 수월해진다. 또 할인점이나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구입한 뒤 카트에 담아 계산대를 지나치기만 해도 어떤 물품을 구매하는지 리스트가 좌르르 뜬다. 바코드처럼 일일이 리더기를 갖다 댈 필요가 없다.

게다가 데이터를 입력하고 변경할 수도 있다. 즉 양방향이다. 따라서 동·식물이나 사물에 부착하면 탄생(생산)부터 성장(유통) 과정, 현재 상태 등 ‘내가 무엇이다’라는 모든 정보를 담아서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이 단방향인 바코드보다 월등한 점이다.

바코드는 단방향, 전자태그는 양방향

물론 물류나 유통에서만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요일제 차량에 RFID를 달아놓으면 운휴일 준수 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RFID를 통해 고속도로 통행료를 나중에 정산할 수도 있고 마라톤 경주자의 기록을 체크할 수도 있다. 선박에 달면 운항기록이 바로 파악된다. 사원증에 부착하면 자동으로 근태관리를 할 수 있다. 대형 음반 매장이나 도서관에서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도서나 음반에 태그를 부착하고 출입문에 리더기를 설치해 경고음이 울리도록 할 수도 있다. 이 정도면 가히 만능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유비쿼터스 사회 구현을 위해서는 RFID가 필수적이다. RFID의 위력(?)을 엿볼 수 있다.

KTF의 와인 정보제공 서비스. <KTF 제공>

KTF의 와인 정보제공 서비스.

RFID는 배터리를 별도로 부착해 수십미터 밖에서도 정보를 읽을 수 있는 ‘능동형’, 배터리가 없어 10m 이내의 근거리에서만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수동형’으로 나뉜다. 수동형은 리더기로부터 수신되는 전파에서 송신에너지를 얻고 능동형은 별도의 배터리에서 송신에너지를 얻는다. 능동형은 가격도 비싸고 수명에도 제한이 있어 컨테이너 등 대규모 물류관리에서 활용된다. 반면 수동형은 가격이 싸고 수명도 10년 정도는 보장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재나 ID 카드 등에 사용된다.
RFID가 실용화된 것은 1980년대다. 그러나 당시에는 태그와 리더기가 고가에다 대형이어서 공장자동화 등 극히 일부 분야에서 이용됐다. 그러다가 1990년 후반부터 애완동물의 추적을 위해 이식용 RFID가 생산·판매됐다. 최근에는 보안관리 등을 위해 일부 국가에서는 아예 사람에게 생체이식을 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그러나 주 사용처는 역시 유통·물류 분야다.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재고 관리를 위해 RFID 사용을 의무화했다. 미국은 항구에서 컨테이너를 관리할 때 RFID를 이용한다.

올해 본격 형성…내년 개화할듯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상당수 아파트에서는 RFID로 출입관리를 하고 있다. 운전석 전면유리창에 태그(칩)를 붙인 차량이 진입하면 자동으로 출입개폐기가 올라간다. 물론 출입개폐기 근처에 리더기가 있다. 그래서 차량의 출입기록을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다. 태그를 붙이지 않은 차량은 경비실을 경유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이마트, 롯데마트 등에서 RFID를 물류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LS산전의 RFID 생산라인. <LS산전 제공>

LS산전의 RFID 생산라인.

2006년 말부터는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과 KTF에서 RFID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다. SK텔레콤은 택시안심서비스, 한우원산지조회서비스 등의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택시안심서비스는 서울시 택시에 태그를 달아 택시에 승차한 승객이 휴대전화에 있는 리더기를 통해 태그를 읽으면 택시정보를 가족이나 친구에게 문자로 송부할 수 있다. 늦은 밤에 여성들이 안심하고 택시를 탈 수 있도록 한 것.

KTF는 와인 정보제공서비스, 관람영화 정보제공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와인 정보제공 서비스는 태그를 붙인 와인병에 휴대전화를 갖다대면 와인의 종류와 시음방법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도 더디긴 하지만 서서히 실용화되는 것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에 기인한다. 정보통신부는 진대제 전 장관 시절 유비쿼터스 실현이란 기치 아래 만든 ‘IT839’(8대 신규서비스도입과 3대 미래 인프라 조기구축을 위해 9대 신성장동력 IT산업을 집중 욕성한다는 전략) 로드맵에 따라 RFID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RFID 기술개발을 위해 세밀한 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태그값이 비싸서 실용화가 늦어졌지만, 가격 하락으로 점차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태그값은 2004년 2000원에서 2005년에는 500원, 2006년에는 250원까지 하락했다. 2010년까지 5센트(약 50원)로 떨어뜨리겠다는 것이 정통부의 계획이다. 이에 따라 RFID 시장이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RFID/USN협회는 “올해 RFID 시장 규모는 6546억 원으로 전년 3270억 원보다 10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RFID는 ‘황금알을 낳을 거위’로 통한다. 기업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메이저업체인 LS산전은 미국 인핀지와 지난해 말 제휴해 사업확대를 꾀하고 있다. LS산전 관계자는 “인핀지는 RFID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인핀지는 리더기가 주변전자기기에 의해 오동작하지 않게 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테크윈·LGCNS·삼성SDS·SKC&C·포스콘 등도 시장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RFID/USN협회 관계자는 “RFID 시장이 올해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본다”면서 “이 추세라면 내년에는 RFID 시장이 확실하게 개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RFID가 세상을 바꿀 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조완제 기자 jw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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