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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회 회원 “병역제도 정치적 이용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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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군 관련 발언에 정면 반박

[커버스토리]성우회 회원 “병역제도 정치적 이용 막아야”

‘오천사(五賤社) 낙성(落星) 분회’.

소설가 이문열씨는 ‘호모 엑세쿠탄스’를 통해 현 정권과 386세대를 강도 높게 비판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퇴역장교 모임 이름이 ‘오천사 낙성 분회’. ‘떨어진 별들’이란 뜻의 이 단어는 현실 세계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星友會)를 비틀어 차용한 말이다. 현 시국을 비꼬아 풍자한 소설이지만 이야기 속 가상단체는 국론 분열의 심각성을 놓고 한껏 목소리를 높여 주목받았다. 그런데 소설 속 상황이 최근 현실 세계에서 재연돼 화제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2월 21일 민주평통상임위에서 행한 격한 발언을 놓고 성우회가 “대통령 발언은 헌법과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사과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참여정부에 비판의 날을 날카롭게 세운 건 이전과 다를 바 없지만, 군 통수권자에 대한 퇴역 장성들의 정면 반박이자 도전이란 점에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인 셈이다.

지난 12월 26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재향군인회관에서 진행된 성명발표에는 김성은·오자복 전 국방장관, 노재현·김진호 전 합참의장 등 원로 100여 명이 참석해 이같은 분위기를 대변했다. 세간의 평가도 엇갈렸다. ‘우파의 좌파정부 흠집내기’란 비판부터 ‘우국충정에서 비롯된 원로들의 고언’이란 두둔까지 이들을 바라보는 스펙트럼이 갈린 것이다.

‘뉴스메이커’는 성명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인 지난 12월 28일, 이번 사태의 주축인사 7인을 향군회관에서 만났다. 언론을 통해 전달된 이들 발언이 게이트키핑(gate keeping)을 거쳐 단편·획일화됐다는 판단에서다. 비록 ‘극우파’ ‘꼴통보수’란 진보진영측 공격을 받고 있지만 원로로서 이들의 입장은 확고부동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모병제’ ‘복무기간 단축’에 관한 고언도 귀담아 들을 만했다. 7명 퇴역장성이 단 별만 도합 20개. 좌우 이념 대립을 떠나 여과없이 이들 의견을 옮겨본다.

- 대통령 발언에 대한 느낌은.

김상태·1930년생/ 예비역 공군 대장/ 전 공군참모총장/ 현 성우회 회장

김상태·1930년생/ 예비역 공군 대장/ 전 공군참모총장/ 현 성우회 회장

김상태: 전 공군참모총장(성우회장) 군 최고통수권자가 해선 안될 말을 한 것 아닌가. 이해할 수 없다. 오늘날 막강 국군이 유지되는 건 누구 덕인가. 6·25전쟁을 딛고 어려운 시절을 이겨냈는데, 그런 선배들에게 ‘별이나 달고 거들먹거린다’ ‘통제권 회수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폄훼한다. 시대여건에 따라 국익과 한반도 평화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정린: 전 국방차관 사실 성우회와 대통령은 아무 (악)감정이 없다. 우리 행동에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린 여야도 없고 (누가 대통령이든) 안보만 잘해주면 된다. 이런 입장에서 국가보안법과 한·미동맹은 나라를 지켜주는 근간이라 생각한다. 국보법 폐지가 불거졌을 때 대립각을 세웠고, 지난 10월 마무리한 전작권 환수도 (우리가) 반대했다. 이런 모든 게 대통령을 섭섭하게 만든 건 아닌가 생각한다.

- 현 상황이 왜 안보위기인가. 복무기간 단축에 반대하는 이유는.

이정린·1937년생/ 예비역 육군 소장/ 전 국방부 차관

이정린·1937년생/ 예비역 육군 소장/ 전 국방부 차관

송선용: 예비역 육군 중장 우방인 미국과 북한 중 누가 적이냐 물으면, 미국을 꼽는 국민이 많아졌다. 이는 ‘친북세력’이 친정하며 생긴 현상으로 풀이된다. 우리가 세계 10위권 국가로 도약한 건 국민 노력과 미국의 절대적 지원에서 비롯됐다. 핵우산 등 전쟁 억제력을 빼놓을 수 없다. 한·미관계가 튼실하면 러시아·중·일 등 주변 강국도 도발을 일으킬 수 없다. 전쟁 가능성이 제로인 셈이다. 세계인들은 한미연합사가 지구상에서 가장 잘 된 시스템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우리 손으로 이걸 허물려 하느냐. 우리가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잡는 걸로 오해하지 말라. 또 복무기간 단축은 국방에 절대 혼란을 가져온다. 지금 24개월도 외국과 비교하면 짧다. 북한은 거의 10년 복무한다. 지금도 부족하다. 병종도 덩달아 낮춰 국방력도 떨어졌다.

김상태: 병무청 병력 동향은 내년 필요한 군 인력이 30만3000여 명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가용 인력은 28만4000여 명에 불과하다. 역시 문제는 돈이다. 무기 현대화와 우수인력 유치와 관련된다. 이라크 아르빌 근무 희망자의 경쟁률은 상당했다. 한 달 200만~300만 원 지급되는 봉급의 영향으로 안다. 현재 15~29세 실업자가 35만에 달하는 것으로 아는데 군대 가서 원하는 분야 기술을 배우고 제대해서 사회에 봉사한다면 왜 안 가겠나. 또 돈만 있으면 무기를 사다가 병력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경제발전을 더 가속화해 돈을 벌어야 전력도 높이고 정예화할 수 있다.

이상무·1942년생/ 예비역 해병대 중장/ 전 해병대 사령관

이상무·1942년생/ 예비역 해병대 중장/ 전 해병대 사령관

- 그렇다면 모병제(지원병제)에 찬성한다는 뜻인가.

김상태: 대신 보수가 많지 않으면 안된다. 재원이 문제다. 미국은 다 ‘모병제’다. 그러나 문제점도 많다. 잘 사는 사람들은 군대에 가려하지 않고 못 사는 사람들만 군대에 가게 된다. 첨단무기를 다룰 수 있는 인적 자원확보도 힘들어진다. 미국의 경우, 공군 기기들은 블랙박스처럼 간단하게 갈아끼울 수 있게 돼 있다. 일부 전문가만 정비할 수 있는 식이다. 돈 많고 기술수준이 높으면 채택할 수 있으나 아직 우리나라는 징병제가 필요하다. 시기가 이르다.

이상무: 전 해병대 사령관 지원병제는 길게 봐서 도입해야 하는데 지금은 거론할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 아예 언론에서도 다루지 말아달라.

송선용·1933년생/ 예비역 육군 중장

송선용·1933년생/ 예비역 육군 중장

장창규: 예비역 육군 중장 현 정부도 앞으로 지원병제를 추진할 것으로 안다. 하지만 더 문제되는 건 복무기간 단축이다. 애초 3년에서 30, 26, 24개월로 줄이더니 지난 대선에선 20개월이 언급됐고 다시 18개월이 나왔다. 이북은 7~10년 복무로 200만 병력을 유지하는데 우리만 선거 때마다 줄인다. 물론 병사나 가족 입장에선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국가 안위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공약으로 내세우지 말고 국책연구소 등에 용역을 줘 심층연구를 거친 뒤 검토해야 한다.

이정린: 병역제는 정치영역이 아니다. 표를 의식해 나라가 망가지든 말든 상관 않는데 언론에서 막아줘야 한다. 정치시즌에 나온 얘기들인데 이는 군사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성우회는 (병역제를 이용해) 공약을 내건 정치인·정당과 계속 대립각을 세울 것이다. 현 안보상황은 밑바닥까지 내려왔다. 더 밀리면 안된다. 건전한 안보를 위해 사생결단으로 투쟁할 것이다. 요즘 정치인들 행태는 이전 4색당파를 연상시킨다.

장지량: 전 공군참모총장 이조 말기를 봐라. 왕실이 군인을 홀대하다 결국 패망 직전 (사기가 저하된) 900여 병사만 남았다. 무슨 군대이고, 전쟁을 하겠나. 지금도 젊은이들은 좋은 옷과 차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미국 거주 한인은 300만 명, 일본 거주 한인은 100만 명(민단측 50여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전쟁이 나면 이들이 이스라엘 민족처럼 한반도로 달려오겠나. 북측 핵무기는 누가 막을 것인가.

장창규·1943년생/ 예비역 육군 중장/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객원교수

장창규·1943년생/ 예비역 육군 중장/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객원교수

김규: 예비역 공군 소장 4~6주간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6~12주간 주특기를 배운 뒤 소속 부대에 적응하는 데 다시 100여 일이 소요된다. 이를 마치면 1년이 훌쩍 지난다. 24개월 복무도 ‘스타트’하자마자 끝나는 것이다. 고가장비가 있어도 다룰 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사실 미군이 걸프·이라크전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긴 것도 바로 ‘사람’이다. 현재 사회상을 볼 때 모병제는 병역제를 시궁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국방의무에 대한 헌법정신에 위배되고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하며 국민혈세를 낭비한다.

- 다시 노 대통령 발언으로 돌아가보자. 무엇이 문제인가.

장창규: 군 복무기간을 놓고 ‘썩는다’고 표현했을 때 가장 아찔했다. 군 지휘관도 가장 주의하는 게 병사 간 오가는 대화다. ‘군대 와서 썩는다’는 말이 사실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신교육을 통해 ‘희생·협동을 배워 사회생활에 도움을 주는 시기’라고 교육한다. 사실 지난 30여 년의 산업시대에 이러 정신을 배워간 이들이 제 몫을 다했다. 그런데 군 통수권자가 이를 ‘썩는 시간’으로 인정해버렸다. (정신교육이) 모두 거짓말이 된 셈이다.

김규·1947년생/ 예비역 공군 소장/ 재향군인회 호국안보국장

김규·1947년생/ 예비역 공군 소장/ 재향군인회 호국안보국장

송선용: 제대로 된 나라에서 그 따위 발언을 한 지도자는 하나도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상무: (개인적으로) 상당히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본다. 리더는 조직 전체를 보고 이끌어야 하는데 노 대통령은 앞으로 복무할 젊은이와 그 부모들만 철저히 의식했다. 현재 복무 중인 젊은이들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다른 한쪽만 올린 것이다.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지 않은가. 명령 불복종이 아니라 예비역으로서 하는 얘기다.

김규: 유·무형 전력이란 게 있다. 통상 40%가 유형, 60%가 무형으로 분류된다. 이중 무형전력은 돈 안 들이고 지휘관이 극대화할 수 있는 주요 요인이다. 신병받을 때 일등병이 ‘야! 너 군생활 썩는 거야’라고 말하면 그동안 훈련소 생활이 수포로 돌아간다. 혹한 속 새벽 6시 점호를 비롯한 군 일과는 굉장히 힘들다. 그런데 ‘건강과 인내력 향상에 좋다’는 두둔 대신 ‘이건 썩는 것이야’라고 하면 그 파장을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이정린: 분석해보니 대통령 발언은 국민 3대 의무 중 하나인 국방의무와 국민을 모독한 것이다. (국방)장관하던 사람들이 소총 들고 싸우던 시절, 아무 것도 모르던 사람들이 집권해서 예우는 못해줄망정 모독하고 있다.

장지량·1924년생/ 예비역 공군 중장/ 전 공군참모총장/ 전 국회의원

장지량·1924년생/ 예비역 공군 중장/ 전 공군참모총장/ 전 국회의원

장지량: ‘떡 사먹었다’고 했는데 누가 떡을 사먹었나? (난) 떡 먹은 일 없다. (전원 웃음)

김상태: 공군 전력 중 팬텀기는 6·25전쟁 때 받아온 것이다. F5 등이 있지만 아직도 팬텀이 전천후 요격 임무를 맡고 있다. 거기다 대고 떡을 사먹었냐? 내가 총장 때 미국 가서 무상으로 받아온 팬텀기만 일개 대대다. F15K·F16K가 (거의) 처음으로 우리 돈으로 산 첨단 전투기다. 정말 아껴 쓰고 노력했다.

송선용: 계수적인 것 같고 북측보다 돈을 많이 썼는데 어디다 썼냐며 ‘떡 사먹었냐’, 이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 우리는 군수공장 세우는데 땅값만 얼마인가.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공산주의 독재국가보다 기초적인 것 마련하는 데만 수백 배 비용부담이 있다.

김규: 사실 남북 군사비 비교도 허점이 많다. 북측 경제는 ‘제1’ ‘제2’로 양분돼 있다. 북한 국방비는 공개자료가 없는 추정치다. 학자들에 따라 다르다. 우린 국방비의 60% 이상이 인건·관리비다. 80년대 우리 공군이 가장 두려워했던 북측 미그29기는 F16 구매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성능이 같아도 공산진영과 자유진영 무기는 여건상 가격차이가 난다. 일부 좌파 교수들은 우린 방어전력만 가지면 된다고 하는데 ‘방어충분성’ 개념도 정립 안된 경우가 많다. 탱크는 공격무기라 가지면 안 된다는데 탱크는 상대 탱크의 가장 좋은 방어무기다.

- 강정구 교수 등 진보진영은 ‘군사비 비교’를 들어 북한전력 과대포장론을 설명한다. 또 평시작전권 환수 뒤에도 미국이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을 강요해 속 빈 강정이라고 말한다.

김규: 일부 좌파학자 얘기는 편향됐다. 이들은 80년대 중반까지도 ‘북침’을 주장하다 구소련 문서 공개 뒤 북한주민 피해를 강조하며 포용을 언급한다. 우리가 ‘수구꼴통’이라 비난받는데 이를 떠나 역사적 사실은 제대로 알려야 한다. 최근 전교조 학습지침을 봤는데 감성에 호소해 말초신경을 자극하더라. 우리 체제를 부정하는데 참여 연령층은 청장년층까지 다양하다. 우리는 노년층에 국한돼 있다. 10년 뒤 우리가 죽으면 제대로 된 목소리나 나올 수 있을까. 지금도 ‘빨치산 활동은 대남통일전선전술에 따라 통혁당이 주도했다’고 말하면 또 ‘색깔론 펼친다’고 비난받는다. 얼마 전 모 계간지에 ‘전작권 단독행사 무엇이 문제인가’를 게재하려다 거부당했다. 주 구매처인 국방부에서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신문에 칼럼이라도 쓰면 다음날 관계기관에서 전화가 온다.

이정린: 백은 백이고 흑은 흑이다. 얼마 전 모 방송사에서 취재 나왔다가 우리에게 교육받고 ‘연합사는 우리 보배인데 왜 없애려는지 모르겠다’며 돌아가더라. 사실 이번 사태 발단은 전작권 환수인데 다 나온 얘기다. 1978년 한미연합사가 창설됐는데 이는 한·미동맹으로 50 대 50으로 지분을 나눠가진 것과 마찬가지다. 평시작전권은 1994년 가져왔으니 자존심은 충분히 세운 셈이다. 연합사의 값어치는 1300조 원에 달한다고 본다.

- 그렇다면 전작권 환수는 북 체제 전복 이후에나 가능한 것 아닌가. 6자회담에서 핵문제가 해결되면 동의하겠나.

이정린: 우리 입장에선 해결이 아니다.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상황까지는 안 된다.

장지량: 이북하고 우리하고 너무 가깝게 있다. 현대전은 2시간이면 끝난다. 그런데 미군 지휘본부가 일본 동경으로 넘어가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하나.

송선용: 연합사에 우리 인원이 훨씬 많고 어느 한쪽이 반대하면 작전이 이뤄지지 않는다. 친구가 능력 있으면 주변에서도 우러러본다. 일본은 우리가 보기에도 치사할 정도로 미국에 들러붙는다. 자존심 인정받으려면 오히려 미국과 동맹을 돈독하게 해야 한다.

- 이라크를 제외하고 대한민국이 유일하게 전작권을 가지지 않은 나라라는데.

김규: 기자도 좌파논리에 함몰돼 있다. 나토를 보라고 하지 않았나. 나토 가맹국은 미국에 10% 군대만 넘긴다는데 사실 10% 군대만 나가 있는 것이다. 편성된 군대는 100% 나토 사령관의 지휘를 받는다. 연합사는 사실 미국보다 우리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정린: 선진국인 폴란드도 최고 목표가 나토 가입이었다. 독·러에 안보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안전한 것(연합사)을 왜 파괴하려느냐고 물었을 때 윤광웅 전 국방장관은 아무 말도 못 하더라.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한다고 이를 대표팀이 아니라 할 수 있나. 일본은 우리를 부러워했다. 결국 지휘본부가 일본으로 넘어갈 경우, 좌파논리라면 우리는 미·일에 종속되는 것이다. 우리 정보력은 아직 미국의 10%가 채 안된다. 무궁화5호 위성이 대체한다는 얘기는 말도 안 된다.

장창규: 반만 년 역사 중 외침에서 자유로와 가장 큰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시기가 지난 50년 간 아닌가. 요즘 정부 시책을 보면 남북관계와 한·미동맹 사이에서 고민하는데 남북관계 개선도 중요하지만 이는 한·미동맹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 미국의 ‘넌-워너 수정법안’ 이행안인 ‘동아시아전략구상’에 따라 전작권 환수가 이뤄지는데.

이정린: 최근 정치인을 만나보니 ‘미국에서 먼저 전작권환수를 제시했다’ ‘작전협조본부가 이를 대신한다’ ‘돈 한푼 안 들어간다’고 말하는데 모두 잘못된 얘기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 ‘이니셔티브’를 제공했고, 미국측에선 카터행정부 당시 손해보고 만든 연합사를 해체하는데 가속도를 붙인 것이다. 작전 협조본부는 구속력이 없다. 막대한 비용도 문제다. 단계별로 상황 따라 해야 하는데 지금 그럴 상황도 아니다. 그리고 역대 국방장관들에게 물어봐도 조영길 국방장관 전까지 이런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이상무: 영원히 가져오지 말자는 게 아니다.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 앞으로 안보관에 위해되는 정치인이 있다면 낙선운동이라도 펼치겠나.

김상태: 그건 못한다. 우리가 왜 하느냐. 각자 알아서 할 일이다. 그리고 국민들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이정린: 정치에 일체 개입 안 할 것이다. 다만 옳고 그름에 대해 계몽은 계속 할 것이다. 선거기간이라고 이를 중단할 이유가 없다. 선거에 이용할 생각도 전혀 없다.

김규: 개인 의견인데 미국에선 법적으로 안보·향군활동을 저해하는 사람을 낙선시키는 게 보장돼 있다.

- 노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으면 명예훼손 소송 등 후속대처를 준비하고 있나.

김상태: 우리가 직접 1·2차 대응에 대해 얘기한 적도 없다. 일단 기다려보고 중의를 모아 다시 생각할 문제다. 일단 전직 장관, 총장들이 할 말은 했다. 대답은 해주는 게 예의다.

김규: 현재 재향군인회는 ‘대통령의 안보관이라 봐야 하나’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온 얘기인가’로 의견이 갈려 있다. 마침 노 대통령도 앞으로 할말을 다 하겠다고 하니 들어보면 의도적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과는 개인의 품격이라 생각한다.

이정린: 성우회는 정치집단이 아니기에 공식대응 계획은 아직 없다. 우릴 자극하지 말고 안보만 무너뜨리지 말아달라. 그럼 대통령과 맞설 이유가 없다. 이런 상황을 즐기는 건 김정일밖에 없다. 직접 사과도 받아야겠지만 이런 일로 국론 분열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 일단 국민에게 진실을 알렸다.

다시 불거진 논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군 관련 발언, 성우회의 잇딴 성명 발표로 다시금 ‘전작권’과 ‘모병제’, ‘군 복무단축’이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전작권 환수의 경우 지난 10월 20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제38차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주한미군이 갖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을 2009년 10월 15일부터 2012년 3월 15일 사이에 한국군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완료하기로 합의해 상황이 종결된 상황. 지난 1987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작전통제권 환수를 제시한 지 약 20년,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 환수 뒤 12년 만의 일이다.

때문에 최근 상황전개를 바라보는 진보 진영측 시각은 냉랭하다. 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전작권 환수는) 이미 논란이 끝난 문제로 되돌릴 수 없다”며 “꺼내서 얘기하는 것 자체가 정치 쟁점화하는 것”이라 평가했다. “소모적 논란”이라 재차 강조한 이 교수는 “결국 미국의 필요에 의해 가능한 것”이라고 단정했다.

모병제에 대해선 “역시 정치논란의 문제가 아니다. ‘국방개혁2020’에 의해 병력수가 줄어드는데 어떻게 수급할 것인가를 고려해야하는 문제”라며 “복무기간 단축, 모병제가 되느냐 안되느냐를 얘기하고 싶진 않다”고 못박았다. 다만 “노 대통령이 구체적 계획 없이 불쑥 얘기한 건 문제가 있다”면서도 “노 대통령이 얘기했기에 반대하는 측면도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면밀하게 검토한 뒤 양심적 병역거부를 포함해 그동안 제기됐던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오상도 기자 sdoh@kyunghyang.com>
<사진/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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