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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 비스타 ‘부팅’ 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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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시각효과, 보안 강화한 MS의 야심작… 고사양 PC 필수 비싼 가격 ‘걸림돌’

[경제]윈도 비스타 ‘부팅’ 잘 될까

로마제국시절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었다. 최근에는 ‘모든 산업은 윈도로 통한다’로 바뀌었다. 올 11월 말 차세대 운영체제인 윈도 비스타 출시를 앞두고 전 세계, 전 산업이 들썩이고 있다. 그리고 윈도 비스타가 어떤 기능을 담고 있을지,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하고 있다. 윈도는 특히 IT(정보기술)산업에서 산소와 같은 존재다. 하드웨어를 구동시키는 것이 바로 윈도이기 때문. 컴퓨터 등은 윈도가 없으면 고철에 불과하다.

그래서 IT산업 경기는 윈도의 제품과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다. 윈도의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반도체 경기는 요동을 친다. 최근에는 윈도 비스타의 출시일이 확정되면서 윈도 비스타와 관련된 국내 코스닥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폭등하기도 했다. 윈도 비스타의 존재는 ‘나비효과’를 일으켜 IT산업은 물론이고 전 산업에 영향을 끼칠 정도다. 뿐만 아니다. 가정에서 쓰는 PC의 운영체제는 대부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다. 라이벌로 불리는 리눅스, 애플 등은 거의 찾기 어렵다. 그 윈도의 새 버전이 나오는 것이니 기업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윈도 비스타에 주목하고 있다.

윈도XP 이을 기대주 관심집중

윈도는 거인 MS의 운영체제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PC 운영체제는 도스(DOS;Disk Operating System)가 주류였다. 그러나 애플의 맥킨토시 운영체제를 본뜬 윈도(Windows)를 MS에서 개발하면서 윈도와 도스가 양립하는 체제로 갔다. 그러다가 1990년 중반 윈도95가 나오면서 도스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MS는 윈도95에서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더니, 인터넷이 일반화된 1990년대 후반 윈도98을 내놓으면서 또 한 번 도약을 꾀했다. 특히 인터넷 서핑의 대명사격인 넷스케이프에 대항하기 위해 윈도에 인터넷서핑프로그램인 익스플로러를 통합해 내놓으면서 독점적인 지위에 이른다. 모든 것이 윈도를 통하게끔 된 것. 그러면서 윈도의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MS는 출시 연도나 약자를 썼다. 예컨대 윈도95, 윈도98, 윈도2000, 윈도XP(eXPerience·경험) 등.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다르다. 윈도 비스타로 명한 것. 비스타(Vista)의 사전적 의미는 전망, 경치다. MS는 이용자들에게 제품을 명확하게 알리기 위해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밝혔다. MS는 “디지털 세계에 대한 개인의 관점(vista)이 제각각”이라며 “윈도 비스타는 여기에 명확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경제]윈도 비스타 ‘부팅’ 잘 될까

윈도 비스타는 2001년 10월에 선보인 윈도 XP의 후속이다. 5년 만에 완전히 탈바꿈해 나온다. 기능도 보강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터페이스다. 한국MS 권찬 이사는 “옷을 바꿔 입었다”고 표현할 정도다. 윈도 비스타는 3차원 화면의 ‘에어로(Aero)’ 데스크톱 환경을 제공해 3차원 애니메이션 처리와 같은 정교한 효과를 통해 시각적인 세련미를 준다. 뿐만 아니라 정확하면서 매끄럽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한마디로 전체적으로 3D를 사용해 화면이 화려해지고 입체적으로 바뀌었다.

또 파일과 실행프로그램을 빠르게 찾을 수 있는 검색기능이 크게 강화됐다. 예컨대 탐색기는 라이브아이콘 기능으로 파일을 열지 않고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각 창이나 작업표시줄 등 곳곳에 이런 기능이 들어있다. 각 창을 3차원으로 ‘미리보기’처럼 빠르게 열어볼 수도 있다. 날씨·날짜·시간·주식정보 등의 작업을 편리하게 해주는 사이드바 기능도 있다.

피싱 사기에 대한 대비책도 담아

절전모드도 눈에 띈다. 윈도XP의 경우 컴퓨터를 다시 켜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나 절전모드에서 컴퓨터를 다시 사용하려면 불과 2~3초면 된다. 이로써 컴퓨터를 종료하고 재시작하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 또한 파워를 눌러 켜지 않고 클릭 한 번으로 켜고 끌 수 있어 전력소모량을 줄일 수 있게 됐다. EMD(External Memory Device)도 새로운 기능 중 하나다. 이는 시스템 메모리를 추가하는 것과 같은 기능을 한다. 예컨대 램(RAM)을 늘리려면 슬롯과 시스템에 맞는 램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EMD는 USB에 플래시메모리를 꽂기만 하면 자동으로 램이 확장된다. 컴퓨터의 확장성·활용성을 크게 높여주는 셈이다.

MS에서 가장 자신있어 하는 부분은 안정성과 보안이다. MS는 “이 기능은 대부분 사용자가 윈도 비스타를 다시 사게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윈도 비스타에는 피싱 사기에 대한 대책 기능도 있다.

윈도 비스타는 오른쪽에 사이드바가 있어 날씨·시간 등의 작업을 편리하게 할 수 있다.

윈도 비스타는 오른쪽에 사이드바가 있어 날씨·시간 등의 작업을 편리하게 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윈도98을 쓰는 기업이나 사용자도 있다. 이들은 비록 윈도98의 불안정성으로 ‘블루스크린’이 나오는 불편함이 있더라도 윈도XP로 굳이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기능도 많거니와 윈도 XP를 깔 수 있는 컴퓨터 사양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윈도XP의 경우 서버용인 윈도NT를 기반으로 해서 ‘블루스크린’을 거의 볼 수 없다.

이는 윈도XP 사용자들이 윈도 비스타로 바꾸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굳이 기능이 약간 많은 비스타로 바꾸지 않아도 컴퓨터를 활용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윈도 비스타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고급 사양의 PC가 필요하다. 3차원 그래픽 창 등의 애니메이션 효과가 강화되고 새로운 검색 및 보안기능이 추가돼 PC가 처리해야 할 기본 작업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MS측에서 흘러나온 최소사양은 CPU가 펜티엄3 1G㎐, 메모리는 512MB 정도다. 하지만 펜티엄4 3G㎐급, 메모리 2GB 정도는 돼야 원활하게 컴퓨터를 구동시킬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펜티엄D(듀얼코어)급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하드웨어를 바꿔야 한다. 추가적인 자금투입이 필요한 것이다.

윈도 비스타 자체의 가격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윈도XP 사용자가 윈도 비스타로 업그레이드하려면 15만 원 정도를 주어야 한다. 더욱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윈도XP가 정품이 아닐 경우 추가 부담은 23만 원 정도로 치솟아 만만치 않은 자금이 필요하다. 따라서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윈도XP가 대부분의 PC에 깔릴 때 4년이 걸렸다며 윈도 비스타도 비슷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즉, 이용자들이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윈도 비스타의 ‘나비효과’가 ‘핵폭풍’으로 바뀔지, 최악의 사태가 발생해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지 지켜보는 것은 윈도 비스타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다.

<조완제 기자 jw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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