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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서 내조는 우리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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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옥 해운대구 여성의용소방대장, 재난 구호·예방활동 등 공로로 국무총리표창

지난 14년간 꾸준한 재난구호·예방활동 등의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한 이태옥 해운대구 여성의용소방대장.

지난 14년간 꾸준한 재난구호·예방활동 등의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한 이태옥 해운대구 여성의용소방대장.

부산광역시 소방본부는 지난 11월 9일 제44주년 소방의 날을 맞아 소방본부 및 일선 소방서별로 기념행사를 했다. 해운대소방서의 이태옥 여성의용소방대장은 지난 14년간의 꾸준한 재난구호활동과 재난예방활동 등의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의용소방대는 비상 및 긴급사태를 통보받아 출동하여 소방활동을 보조하고, 지역 주변의 화재예방 홍보활동, 독거노인 가사봉사를 비롯해 불우이웃이나 장애우를 위한 구급봉사 등을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부산 해운대 의용소방대는 1988년 1월 14일, 해운대소방서 개서와 동시에 8개 지역대를 기초로 현재 18개 대대 359명의 의용(여성)소방대원을 두고 있다. 의용소방대장은 지역의용소방대장을 지휘·감독하는 임무를 맡고 있으며, 의용소방대 조직구조상 체계적인 조직관리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저 봉사가 좋아서… 봉사하면 제가 행복해서 해온 일인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서 사실 얼떨떨하고 어색합니다. 주변에서 도움 주신 분이 너무 많고 일선에서 고생하시는 분도 많은데 괜히 생색내는 것도 부끄럽습니다.”

국무총리 표창 수상에 대해 한사코 ‘과분한 수상’이라고 말한 이태옥 여성의용소방대장은 1992년 송정지대에서 의용소방대 활동을 시작해, 당시 송정에서는 처음으로 20명의 대원을 데리고 여성의용소방대를 창설하였다. 14년간 소방활동 보조업무를 비롯해 그녀가 해온 봉사활동은 워낙 다양하고 그 횟수도 엄청나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지난 5월에 3년 임기를 마치며 ‘여성의용소방대장’이라는 타이틀을 내놓으려 했던 이태옥 대장은 해운대소방서장과 방호과장을 비롯한 여러 간부가 연임을 부탁해 현재 4년째 여성의용소방대장 활동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현재 18개 대대 359명 대원 활동

[영남]소방서 내조는 우리가 최고!

“사람은 누구나 상대적인 관점에서 상대를 바라봅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인 화재 피해자나 독거노인, 장애우들에게 그런 시선으로 다가가는 것은 어쩌면 굉장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내가 너보다 낫다, 네가 나보다 낫다는 식의 접근은 그들을 더 불편하고 약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이태옥 대장은 “봉사는 봉사 그 자체에 의미를 두어야 진정한 봉사라고 할 수 있다”고 봉사의 본질을 역설했다.

- 봉사로 인해 자신이 위로받고 치유받는다는 마음가짐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대부분이 아닌가요.

“그런 부분이 봉사가 힘든 일이라는 것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봉사는 봉사 그 자체, ‘받들다’는 의미로만 존재합니다. 내가 이만큼 베풀면 이만큼 또 돌아오겠지 하는 기대심리도 배제해야 하고, 자기치유의 과정으로 선택해서도 안되는 일이며, 종교를 위해 그리고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 선택하는 것은 더더욱 안되는 일입니다.”

- 일례로 몇 년 전 TV에서 유명 정치인이 양로원을 방문해 어르신을 휠체어에 태워 산책시키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수행원들은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담고 있었지요. 플래시가 불편한 할머니는 산책이 끝나자 눈을 깜박거리며 혼잣말을 했는데 그 말이 편집되지 않고 스피커로 흘러나왔어요. ‘선거 언제 또 해?’ 이런 형식적이고 이벤트적인 봉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제가 말하고 싶은 부분이 그런 거죠. 지체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우리가 방문하면 또 어디 단체에서 왔겠거니 하고 눈길도 안 주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는 너무 눈치가 빨라서 누가 자기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그리고 그게 진심인지 아닌지 잘 알고 있죠.”

- 오랫동안 봉사를 해오면서 가장 안타까운 사연으로 기억되는 일은.

“아무래도 화재로 인해 어린이가 사망하거나 소방관이 순직하는 경우, 누군가 다치고 집을 잃은 분이 제일 안타깝죠. 화재는 예방만 잘하고 대처가 신속했다면 막을 수 있는 인재니까요. 우리가 화재예방 캠페인이나 홍보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유도 그것 때문입니다. 화재로 인한 사고는 분명 우리가 잘 알고 막을 수도 있습니다. 화재로 피해당한 분들께는 우리가 미약하게나마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의용소방대 재정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입니까.

“우리는 뭔가 이뤄내는 활동은 아니라서 보람이라고 하기보다는…, 화재 피해자들이나 독거노인들이나 우리가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영광재활원’ 아이들에게서 듣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힘들었던 몸이나 마음이 그만 사르르 녹지요.”

- 의용소방대의 고령화가 심각하다고 들었습니다.

“예, 현재 저도 그렇고 나머지 대원 대부분이 쉰이 넘은 분들입니다. 이 점은 남성 의용소방대도 마찬가지로 겪고 있는 어려움입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필요한 일인데도 요즘 젊은 사람들이 워낙 약았잖아요? 대가가 없으면 손드는 일도 안 하려 하고요. 저도 아들 셋을 두고 있지만 모두 자기 살기에 바쁘죠. 젊은이들이 봉사의 참뜻을 알고 많이 참여해주면 저도 마음이 참 편할 것 같은데.”

- 의용소방대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사실 여성의용소방대는 육체적으로 고단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 일은 남성의용소방대에서 잘 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소방서 업무를 보조하고 내조하는 아내이자 며느리 같은 역할을 합니다. 가장 힘이 든다는 것보다 조금 서운한 부분은 환절기를 전후로 소방서 대원들이나 의소대 대원들이 시민안전과 화재예방을 위해서 시찰이나 점검을 나가는데 주로 자영업자들의 업체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과거 일부 소방대원들의 부조리를 꼬집는 분이 계십니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가요? 클릭 한번이면 공무원의 옳지 못한 행동을 직접 청와대에 알릴 수 있는 시대잖아요. 그런 근거 없는 루머들이 우리를 비롯한 공무원들에게는 하나의 벽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일부 이야기는 와전되어서 공무행정에 악영향이 될 수도 있어요.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더욱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 의용소방대 활동은 어떤 경로를 통해 할 수 있습니까.

“각 해당 관내 소방서나 소방파출소에서 지원할 수도 있고, 관계자 추천으로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분이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큰 기쁨들을 채워가는 이 일을 함께 했으면 합니다.”

자신의 목숨을 잃기도 하면서 시민의 생명을 구하고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봉사하는, 거룩한 공무를 수행하는 소방대원과 의소대 대원들에게 그동안 우리는 너무 표면적인 감사만 전한 것은 아닐까.

의용소방대원들은 지금 겨울채비로 한창 바쁘다. 대원들에게 겨울은 단순한 사계절 중 하나가 아니다. 반드시 견뎌내야 하는 계절이다. 매일 출퇴근길에 지나가는 소방파출소 대원들에게 내일은 따뜻한 눈인사라도 전한다면 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가진 것이 많지는 않지만 혼자보다는 여럿이 나눠 갖는 게 더 아름다운 모습” 이라고 이태옥 대장은 전했다.

“가진 것이 많지는 않지만 혼자보다는 여럿이 나눠 갖는 게 더 아름다운 모습” 이라고 이태옥 대장은 전했다.

<부산·울산·경남본부/권혁준 기자 kwonh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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