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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6대 강점과 5대 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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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 이미지·서울시장 경험 자랑거리… 많은 재산과 선거법 위반 전력은 논란거리

[특집]이명박의 6대 강점과 5대 약점

‘뉴스메이커’는 창간 700호를 맞아 내년 대선경쟁에 나선 예비후보의 면면을 속속들이 해부한다. 유권자에 대한 일종의 선택 참고서다. 지도자의 국가적 책무와 높은 도덕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과거의 아픈 기억도 낱낱이 찾아내려고 한다. 유권자에게 알려 올바른 선택의 잣대를 제공하자는 취지이다. 그 첫 번째로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다뤘다. 〈편집자 주〉

강점

1 경제전문가 이미지

이번 대선은 침체된 경기를 얼마나 반전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후보 중 현대건설 사장을 지낸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겐 실물경제에 밝은 ‘경제전문가’라는 강점이 있다. 강용진 국민대 겸임교수는 “중앙정부 지도자든 지방정부 지도자든 경제적 능력은 재정운용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이 재정운영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는 지하철 건설 부채 절감이다. 이 전 시장이 취임 당시 지하철 건설 부채는 4조8306억 원이었다. 그가 퇴임 때 부채는 2조1051억 원으로 줄었다. 서울시의 경영합리화를 통한 예산절감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02년 7월부터 2005년까지 3년 6개월 동안 인건비와 타 기관 전출금 등 경직성 예산을 제외한 총 28조 원 가운데 2조7408억 원을 절감했다.

2 서울시장 경험

지방자치단체장은 국방·외교를 제외하고 거의 종합행정을 하는 자리다. 최근에는 자치단체도 나름대로 외교적 역량을 발휘하기도 한다. 따라서 광역자치단체장, 그것도 수도 서울의 단체장 경력은 국무총리급과 맞먹는다.

자치단체장 경력은 바로 현대건설 사장이라는 경제전문가 약점에 대한 보완재이기도 하다. 시장경제는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적 바탕이 기본이다. 하지만 1997년 IMF 환란 이후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를 추구한 결과 극심한 빈부의 격차, 특히 중산층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행정은 이와 다르다. 사회 전체를 조정하고 약자를 보듬고 균형을 맞춰야 하는 것이 행정이다.

따라서 서울시장 경험은 경제전문가에게 미흡할 수 있는 종합적인 균형감각을 보완하는 경험이 된다. 특히 광역자치단체장은 환경·노동·복지·세재 등 서로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가진 기초자치단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을 경험했다는 것은 곧 사회 각 분야의 조정능력을 키웠다는 소중한 체험이다.

3 두 지역을 아우르는 지지기반

지역주의가 한국 정치를 지배해온 것은 불문가지다. 그는 오랫동안 우리 정치의 핵심 역할을 해온 영남 출신으로 현 야당의 기반이다. 게다가 지역구는 서울이다. 다른 사람과 달리 두 지역에서 함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유리한 입장인 것이다. 실제 이 전 시장의 지지기반을 보면 영남과 서울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이경태 대표는 “이 전 시장의 높은 지지율의 바탕은 서울시민들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강용진 교수는 “우리나라의 선거연합 중에 지역연합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특히 유권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수도권과 영남권에 동시에 연고가 있다는 것은 득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4 고려대 출신

해병대, 전남향우회 그리고 고대동문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단결력이 강한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시장은 고대 상대 출신이다. 그는 모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그는 1993년 경기 화성군에 갖고 있던 본인 명의의 임야 1만 평을 모교인 고려대 교우장학회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런 애교심은 그 주변에 동문들을 뭉치게 하고 있다. 특히 고대 동문들 사이에서 “이번에는 고대 출신 대통령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돌고 있을 정도로 이 전 시장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고대 동문들이 특히 많다.

5 남성이라는 이점

한나라당은 이명박, 박근혜 두 사람이 후보 자리를 놓고 다툼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북핵사태 등 급변하는 국제정세는 여성인 박 전 대표보다 상대적으로 남성인 이 전 대표를 유리하게 만들고 있다. 위기관리 능력은 아무래도 남성이 낫지 않겠느냐는 유권자의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충남의 한 여성공무원은 “여자들이야 초등학생 아들만 집에 있어도 든든한다”고 전제하면서 “나라가 위험한 상황에서 여성지도자에 대한 불안감이 나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9월 7일 북한의 핵실험과 추석연휴를 전후해서 이 전 시장과 여성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도 격차가 더 벌어진 것도 이를 반증한다.

박 전 대표는 지역구가 대구인데도 대구·경북 지지율이 이 전 시장보다 훨씬 낮다. 지역구가 서울인 이 전 시장의 영남 지지율이 훨씬 높은 것이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영남표심이 ‘여성 대통령은 너무 이른 것 아닌가, 그래도 대통령은 남성’이라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6 탁월한 선점능력과 현실적응력

김형준 사회과학데이터센터 부소장(국민대학원 교수)은 “최근 대선후보 사이에 벌어지는 중심 의제는 한반도 운하와 리더십뿐”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운하는 경제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국가개조론도 개발논리로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치여론조사 전문기관인 P&R 이경태 대표는 “의제를 선점하지 못하면 대체의제를 제시해야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여론의 관심을 끌고 전환시키는 정치심리적 과정을 이용하는 데 탁월하다. 그 배경은 관념적이지 않고 현실적인 습성이다. 서울시의 한 직원도 “이 전 시장은 눈으로 확인하고 나름대로 대안이 서야 지시를 내리는 현장주의적 사고를 한다”고 말했다. 을숙도에서 시작, 독일 운하 견학으로 이어진 정책투어도 그런 스타일과 맞닿아 있다.

그의 현실적 중소기업이었던 현대건설을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만들고, 그 과정에서 20대 이사, 30대 사장, 40대 회장을 겪으며 경제현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약점

1 당 장악력 취약

이 전 시장은 “전국을 돌아보면 많은 지지자가(당세가 약한) 이 부분을 걱정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이 ‘대중 속으로’를 외치면서 여론 지지도를 높였지만 아직도 예선전(당내 경선)에 대한 불안감을 표시한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창녕군수 선거. 그는 이재오 최고위원을 통해 이재환 전 중앙당 조직국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반면 박 전 대표와 가까운 김용갑 의원(밀양·창녕)은 공개적으로 무소속 하근수 후보를 지지했고 결국 당선시켰다. 한나라당은 김 의원의 ‘해당행위’ 여부를 조사하는 등 난리를 피웠지만 이것은 이 전 시장이 당내 조직 면에서 열세라는 것을 입증한 중요한 실례로 회자되고 있다. 그는 서울시장을 하는 4년 동안 당과 떨어져 있었다. 다른 후보가 당직과 조직책을 인선해 당내 상당한 인맥을 심어놓은 것과 다르다. 민심과 당심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표본오차 이상의 차이가 상당 기간 지속된다면 당심도 이 전 시장에게 기울 수 있다”고 말했다.

2 의심받을 수 있는 청부론

이 전 시장은 청부론(淸富論)자다. 깨끗하고 정당한 부자가 많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2월 말 등록상 재산은 186억700만 원. 그가 보유한 부동산은 서초구 서초동과 양재동에 빌딩 두 채와 상가 1채.

현재의 부동산 보유현황은 1993년 재산공개 때 강남구 논현동 주택과 서초구 양재동 건물 및 대지, 서초동 건물 및 대지 등을 갖고 있던 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난다. 이 부동산은 ‘현대건설 재직시절 보너스를 땅으로 받거나 또 지하철 공채투자 대가로 얻은 재산’이라는 게 이 전 시장의 설명이다. 이 전 시장은 “나는 투기를 해본 일이 없는 사람”이라면서 “지금 CEO에 비하면 적게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993년 재산등록을 앞두고 매매, 명의변경, 기부 등 재산변동이 급격히 발생했다. 재산공개에 대한 부담을 느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 전 시장은 재산공개 마감을 보름가량 앞둔 1993년 7월 26일 강남의 요지인 서초동 땅을 시가에 훨씬 못미치는 60억 원에 급매했다. 또 강남구 도곡동의 시가 150억 원 상당의 나대지 1313평을 처남(김재정) 명의로 ‘변경’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당시 시가 12억~13억 원)를 도모씨 이름으로 이전등기했으나 이 거래는 재산등록 얘기가 나오기 전에 매물로 내놓았던 것임이 드러났다.

이 전 시장은 서울 양재동 빌딩을 15억 원에 팔고 서초동 대지에 건물을 신축해 지금까지 관리하고 있다. 그는 이 건물을 관리하기 위한 임대관리 회사를 만들었고 대표로 있으면서 자신의 월급을 2000년 99만 원, 2001년 133만 원이라고 신고, 건강보험료를 1만 원 수준으로 납부했다. 서울시장이 된 이후의 급여는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했다. 장관급에 준하는 서울시장 연봉은 8813만9000원이다.

3 특정 종교 편향성

이 전 시장은 서울 신사동 소망교회 장로다. 그는 모태신앙을 갖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어머니가 새벽 4시에 우리 형제를 전부 깨워놓고 새벽기도를 드렸다”고 쓰고 있다. 그는 그 습관을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다. 하루를 기도로 시작한다.

그의 이런 생활은 특정 종교에 편향된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낳았다. 2004년 7월 특정 종교 행사에서 이 전 시장이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발언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 전 시장이 ‘서울기독청년 일동’이라고 적힌 ‘서울을 하나님께 드리는 봉헌서’라는 제목의 글을 읽은 것이다. 이 전 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주최측에서 써준 대로 읽었던 게 실수였다”면서 “교통개혁 논란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됐다”고 주장했다.

4 자식 교육 문제

2002년 7월 2일 취임식 때 벌어진 ‘히딩크 사진 사건’은 그에겐 정치의 냉혹함을 일깨워준 신고식이다. 그가 당시 히딩크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에게 명예시민증을 부여한 뒤 현장에 있던 아들을 불러 사진촬영을 한 것. 당시 그의 옷차림은 외제 옷에 슬리퍼 차림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 해프닝은 이 전 시장이 자식교육을 어떻게 했기에 공사구분도 못하고 예의까지 없느냐는 비난으로 이어졌다. 이후 이 전 시장은 가족 얘기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낀다. 아예 언급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의 자식에 대한 생각은 남다르다고 한다. 그는 “나는 자녀 교육을 아내에게 맡겼다”면서 “1남3녀의 출산을 한 번도 지켜보지 못했다”고 자식에 대한 미안함을 표시한다.

5 선거법 위반 전력

이 전 의원은 두 차례 선거법 위반으로 법정에 섰다. 1996년 선거비용 초과사용에 따른 선거법 위반과 이 사실을 폭로한 운동원을 외국으로 빼돌린 범인도피 혐의, 그리고 2004년 지자체장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저서를 무상 배포하는 등 불법선거운동을 한 혐의 때문이다.

이중 1996년에는 700만 원 벌금형을 받았다. 이중 자신의 불법선거 내용을 폭로한 사람을 다시 매수, 도피시킨 사건은 당시 여야 매수논란이 인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했다. 당시 검찰은 불법선거 폭로자를 해외로 빼돌린 도피자금 1500만 원이 이 전 시장의 계좌에서 인출됐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2004년 불법선거운동 부분은 ‘이 전 시장이 직접 개입한 흔적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받았다. 하지만 단순 선거법 위반이 아닌 불법선거 폭로자를 해외로 빼돌린 이 사건에서 이 전 시장도 자유스럽지 않다는 평가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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