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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바쁜 가장, 가족경영은 아내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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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싸인 가족사와 떠도는 루머들… 세 딸 예술 전공, 외아들은 병장 만기제대

“이회장도 가족이 있습니까?”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부인 김윤옥씨와 함께 2002년 지방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부인 김윤옥씨와 함께 2002년 지방선거 투표를 하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1995년 출간한 자서전 ‘신화는 없다’(김영사)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이렇게 가족에 대한 얘기를 시작한다. ‘가끔 사람들로부터 질문을 받는데 참으로 난감하다. 있다고 하면 가장이 그렇게 집안을 등한시해도 되느냐는 핀잔을 듣고, 없다고 하면 거짓말을 하는 셈’이라는 일종의 자기 고백이다. “그 문제는 다음에 얘기하자”며 넘어가는 게 유일한 회피법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이 전 시장은 가족에 대한 얘기를 극도로 꺼린다. 부인 김윤옥씨와의 사이에 1남3녀를 두고 있는 다복한 가정의 가장이지만 언론과의 접촉에선 잔뜩 베일을 쳐놓았다. 언론뿐만이 아니다. 10여 년 이상 관계해온 측근도 “아직 이 전 시장 가족과 함께 식사 한번 못 했다” 혹은 “가볍게 목례로 인사만 나눴을 뿐 얘기도 못 했다”고 증언했다.

그 때문에 밖에선 갖가지 괴소문이 맴돌곤 한다. ‘숨겨놓은 자식이 10명은 된다’ ‘아들을 밖에서 낳아서 데려왔다더라’ ‘젊은 여자와 살림을 차렸다’는 식의 얘기다. 인터넷을 타고 떠돌던 이런 소문 중에는 누가 봐도 근거없는 ‘~카더라’식 루머가 상당수다.

여기에 2002년 월드컵 직후 터진 기념촬영 사건이 가족에 대한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공식행사인 명예 서울시민증 수여식 도중 사위와 아들이 나타나 히딩크와 급작스러운 기념촬영을 한 탓이다. 더욱이 유학생 아들은 반바지에 샌들 차림이라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가족과 함께 한 여행은 단 2차례

베일에 싸인 가족사와 소문들. 과연 이 전 시장 가족은 어떤 사람일까. 주변인의 눈에 비친 이 전 시장 가족은 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다만 이 전 시장 표현대로 전적으로 가정은 아내가 ‘경영’한 탓에 자녀와의 스킨십 기회는 그만큼 줄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인연을 맺은 뒤 가진 가족여행이 단 두 차례’였을 만큼 숨가쁜 직장생활과 정치일정을 이어온 결과다.

하지만 한 측근은 “가족을 다루는 데도 이명박식 경영이 작용했다”고 귀띔했다. 한 측근은 “소풍이나 시험 등 자녀별 대소사를 꼼꼼히 노트에 기록했다가 바쁜 일정 중에도 전화통화를 통해 이를 챙긴다”고 말했다. 덕분에 “우리 아빠는 너무 자상하다”는 소릴 듣는다는 게 이 전 시장측 관계자의 전언.

현재 1남3녀는 모두 장성해 막내아들인 시형씨를 제외하곤 모두 출가했다. 첫째 주연씨는 법대 출신 엘리트 기업인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고, 둘째 승연씨는 의사와 결혼했다. 셋째 수연씨는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의 차남인 조현범 부사장과 인연을 맺었다. 시형씨도 해외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최근 귀국해 모 기업에서 인턴과정을 밟고 있다.

특이한 점은 아들을 제외하곤 세 딸 모두 예술을 전공했다는 것. 첫째와 둘째 딸은 대학에서 음악을, 셋째 딸은 미술을 공부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선 딸이 적극적으로 이 전 시장을 도왔다. 큰딸 주연씨는 아침부터 직접 차를 몰고 이 전 시장을 태우고 다니며 수행비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미술을 전공한 수연씨는 직접 넥타이를 골라주는 등 코디네이터로 활약했다.

다음은 한 측근이 전하는 가족분위기. “밤늦게 일하고 집에 돌아갈라치면 시장님과 사모님이 붙잡고 자고 가라고 하신다. 아침 일찍 방문했을 때 식사를 챙겨주시는 것도 마찬가지다.” 손자·손녀 돌보는 걸 유난히 좋아해 아이들 다루는 데 익숙해졌다는 게 이들의 또 다른 전언이다.

부인과는 중매로 만났다. 동지상고 은사가 친구의 여동생을 소개시켰고 현대건설 이사 시절 결혼했다. 장인은 고위 공직자였다. 이화여대 출신인 부인과는 1970년 처음 만났는데 김씨는 세간에 알려진 바와 달리 ‘메이퀸’ 출신이 아닌 ‘홈커밍데이 미인’ 출신이다.

그렇다면 가족과 관련된 각종 루머의 진실은 무엇일까. 온라인을 타고 떠돌던 소문 중 가장 이목을 끈 것은 바로 아들의 병역문제. 권력형 특혜로 면제를 받고 외국유학을 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 전 시장의 아들은 최전방에서 병장으로 만기제대하고 유학길에 올랐다. 이 전 시장의 비서관 출신 인사는 “시장께서 국군방송과의 인터뷰서 (아들을) 겨울에 면회갔을 때 ‘눈이 많이 오는 경관 좋은 데서 근무해 좋겠다고 했더니 (아들이) 눈오는 날이 제일 싫다고 하더라. 손을 보니 눈 치우느라 얼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부인 29세 때 사장 사모님 소리 들어

경향신문(오마이뉴스 제공)

경향신문(오마이뉴스 제공)

아들을 혼외정사로 낳았다는 소문도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한 측근은 “이전 한 잡지사 기자는 아들 얼굴을 보겠다며 집으로 찾아온 뒤 결국은 ‘사모님을 많이 닮았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70년대 후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살던 당시 이명박 현대건설 사장을 놓고 ‘나이 어린 세컨드와 산다’는 소문이 돌던 것과 마찬가지다. 사장이 30대라는 걸 몰랐던 이웃이 29세였던 부인을 두고 한 말이다.

사실 아들 시형씨는 어려서부터 큰 짐을 지고 살았다. 아버지 출근시간에 맞춰 초등학교에 등교하다 보니 오전 7시면 학교에 나가 홀로 운동장에서 놀 만큼 ‘부지런을 떨어야’ 했다. 사춘기인 고2·3년 때 이 전 시장의 본격적 정치행보가 시작돼 상처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루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치명타는 예비 대권후보에게 가해지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출생·군대 의혹. 이름자 ‘박’이 일본식이라며 일본 여인이 어머니일 것이라는 설이다. 형 이상득 국회 부의장과 배다른 형제라는 얘기다. 두 번째는 폐결핵으로 군대를 면제받은 이 전 시장이 어떻게 무리없이 직장생활을 수행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자 출신인 한 측근은 “같은 한자문화권인 데다 일제시대에 태어났다. 아버지가 자연스럽게 붙여준 이름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타인의 목장 일을 돕던 부친은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이 전 시장을 얻었다. 생계유지도 어려웠던 당시 두 번째 부인을 뒀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측근은 또 “폐결핵이 중병이긴 하지만 공기 좋은 데서 잘 먹으며 1년간 치료하면 거의 완치되는 병”이라며 “당시 우리 경제사정이 안 좋아 도시에 폐결핵 환자가 넘쳐났다”고 말했다. 폐결핵을 앓으면 일단 폐에 흔적이 남아 X레이 촬영으로도 밝힐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취업에 지장이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측근은 또 “원래 이 전 시장은 ‘충성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 병역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며 “격식 없고 서민적인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대권 후보들은 선거를 앞두고 늘 가족과 관련된 소문에 시달려왔다. 실제로 이회창 전 후보는 아들들의 병역기피 의혹에 휩싸여 두 번이나 대권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오상도 기자 sdo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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