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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코 ‘우리’끼리 싸우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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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권예비후보의 소신 “한반도 운하 물길 이어지면 민심도 하나로 모여”

[특집]“결단코 ‘우리’끼리 싸우지 않겠다”

‘뉴스메이커’는 지난 11월 7일 안국포럼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만났다. 그의 방은 탁자와 소파 한 세트가 들어앉은 좁은 방이다. 벽 한켠에 놓인 장식장에는 책과 지지자로부터 받은 선물이 진열돼 있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서울시 청계천 복원공사 이명박 서울시장’이라고 쓰인 헬멧이다. 그가 청계천 복원공사를 진두지휘할 때 쓴 것이다. 청계천에 대한 애착에서 그의 대권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인터뷰 어투도 서울시장 때와 많이 달랐다. 직설적인 어법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나는 ~이라고 본다” “나는 ~이라고 생각한다”는 완곡한 어투로 질문에 답변했다. 서울시장에서 유력한 대권예비후보로 변신한 이 전 시장의 소신과 견해를 들었다.

- 한나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방식에 대한 언급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아닌가.

“아니다. 경선방식 결정은 당에서 해야 하고 그 선택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여당 안에서 수정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하든, 현행 한나라당 당헌대로 가든 당이 (결정)해야 한다. 경선방식은 어떻게 하면 여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 결정해야 한다. 대권예비후보 입장에서 유·불리를 따져서 논란을 야기해선 안 된다.”

- 추석연휴를 지난뒤 박근혜 전 대표와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나는 여론 흐름에 민감한 사람은 아니다. 국민은 경험이 있는 사람, 경륜이 있는 사람, 말보다는 실천할 수 있는 사람, 이런 전제 아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것 같다. 선거에 가까워질수록 그러한 분위기로 가지 않겠는가.”

- ‘경제’는 이 전 시장의 트레이드마크다.

“오히려 내가 1등하고 있다는 게 조심스럽다. 그래서 내가 할 일을 더 열심히 하는 것인데…. 서민이 살기 힘들어 하고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 대권후보라는 사람이 과열된 정치논쟁을 펴는 데 대해 국민은 불편해 할 것이다. 그래서 이 나라 경제가 잘 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데 일관되게 힘을 모으고 있다.”

-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신경전을 차단하기 위한 ‘평화협정’을 제안할 용의는.

“우리의 적은 당 밖에 있다. 여당 후보와 싸워야 한다. 안보불안, 경제불안을 일으키는 무능한 노무현 정권과 싸우는 것이다. 결단코 우리끼리 싸우지 않을 것이다. 예비후보 진영의 실무자끼리 의사소통을 하면서 ‘내전’을 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 한반도 운하가 ‘국민소득 4만 달러를 시대’ 열고 22조 원의 생산성을 가져온다는 근거는.

“1996년 7월 국회 본회의에서 처음으로 운하 얘기를 했다. ‘어떤 정권이든 누군가 해야 한다.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의 수치를 가지고 미래를 내다보면 안 된다. 1972년에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될 당시 세계은행 등에서 ‘다닐 자동차도 없는데 무슨 고속도로냐’며 차관조차 주길 거부했다. 산업동력의 필요성을 절감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이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은 270달러였다. 그때 모든 정치인은 물론 전문가도 ‘경제적 가치가 없다’며 결사반대했다. 그런데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된 지 10년도 안 돼서 산업화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미래를 향해 인프라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 운하 건설은 미래 10년 더 나아가 미래 100년을 내다보고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국운을 피우는 제2의 도약이 될 것이다. 독일의 운하는 200년 역사를 갖고 있다. 경제·기술·환경적 문제로 인한 논란을 겪으면서 보완을 거듭해서 오늘날 7500㎞의 하천을 연결하는 운하가 완성된 것이다. 남한 국토의 40%밖에 안 되는 네덜란드도 5300㎞의 운하를 갖고 있다. 운하는 지역경제 발전요인이 됐다. 특히 내륙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 독일이나 네덜란드가 운하 만들 때 계획했던 목표치보다도 2배 이상의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반도 운하’ 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구 기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반도 운하’ 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구 기자>

- 환경 때문에 운하를 걱정하는 것이다.

“경제적 효과 이외에 ‘+α’가 있다. 환경이다. 교토의정서에 이산화탄소 발생을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 EU는 교토의정서에 서명했지만 육상교통 위주의 미국은 (서명)할 수 없다. 우리나라 소득이 4만 달러가 되려면 물동량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 위험 물질 운반도 많아진다. 위험물질을 전부 운하로 운반하면 ㏇2발생량을 현저히 줄이고 위험도 피할 수 있다. 환경을 파괴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2 얘기를 전혀 안 한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물길이 이어지면 민심이 하나로 모인다는 점이다. EU의 통합은 운하를 통해서 민심과 경제가 하나가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나.

“독일은 라인­마인­도나우강을 잇는 길의 연결 길이가 171㎞나 된다. 고도차이도 무려 400m나 난다. 우리는 20㎞ 떨어진 물길만 이으면 된다. 고도차이도 100m에 불과하다. 기술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 이번 독일 방문에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개선된 방식을 알게 됐다.”

- 국고를 한 푼도 투입하지 않고 공사할 수 있다고 했는 데 실현가능성이 있나.

“자연하천에 퇴적물이 쌓이면 수질이 나빠진다. 퇴적물 준설은 오히려 수질을 높일 수 있다. 홍수기에 물이 넘치지 않게 하고, 갈수기에 물을 모으는 관개시설을 확충하는 효과가 있다. 여기서 나온 모래와 자갈은 중국과 북한에서 수입하는 모래, 자갈을 대체할 수 있다. 준설작업에서 운하 공사비의 60~70%를 감당하는 비용이 나온다. 정부 부담 없이 할 수 있다는 얘기다.”

- 노무현 정부는 아파트분양 원가 공개를 확대할 계획인데.

“공공기관은 (분양가를) 공개해도 된다. 하지만 민간기업의 원가공개는 굉장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시장이 개방돼 한국에 들어온 외국 건설기업에 원가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가.”

-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하면.

“정부의 신뢰 상실이 부동산정책 실패를 낳았다. 정부 정책을 믿을 수 없으니 부동자금이 갈 길을 잃었다. 정부가 최근 실행한 여러 가지 사업 때문에 30조 원 가까운 돈이 풀렸다. 그 돈이 다시 부동산으로 들어간 것이다. 남는 장사니깐 지방에 사는 사람도 서울에 아파트를 사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부동산의 가수요를 확대시켰다. 정부가 오히려 투기를 조장한 것이다. 또 즉흥적이고 반복적인 부동산 정책이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렀다. 시장 원리에 맞게 질좋은 아파트를 장기 공급하는 게 부동산 정책의 기본이다. 지금 부동산 가격은 정상이 아니다. 다음 정권에서 부동산이 시장성을 회복한다면 천정부지의 부동산 가격은 다소 조정될 것이다.”

- 북한 핵실험 사태 이후에도 평양 리모델링 제안은 유효한가.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 사업은 불가능하다.”

- 북한핵 해결을 위해 국제공조를 강조하고 있는데.

“한반도에서 핵이 제거돼야 한다.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남북통일이 어려워진다. 동·서독 중 어느 한쪽이 대량살상무기나 핵을 가졌다면, 미국·구소련 등 어느 나라도 통독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제공조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으면 우리도 국제 사회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어느 누가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겠는가. 북한을 압박하는 것은 전쟁을 막고 북한 핵을 제거하자는 뜻이다. 우리가 강하고 단결된 힘을 보일 때 전쟁을 막을 수 있다.”

- 박근혜 대표의 대북 특사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확한 소식인지 모르겠다. 내가 언급하기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만일 그 문제가 구체화되면 논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여권 일각에선 북한 체제 붕괴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작전통제권 환수는 당연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작통권은 언젠가는 가져와야 될 문제다. 어느 시기에 어떤 방법으로 환수하느냐가 중요하다. 북핵 사태 속에서 최대 피해 당사국은 대한민국이다. 피해 당사자 입장에서 북한핵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한미공조가 더 공고해야 한다. 강력한 한미공조는 전쟁승리를 위한 게 아니라 전쟁 억지를 위한 것이다. 한미공조하려면 작통권 환수는 조금 미뤄야 한다고 본다. 적절치 않은 시기에 잘못된 선택을 했다.”

- 다음 정권에서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양국이 전통적 우호관계에서 협상이 이루어진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다음 정권에서 한미가 우방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다뤄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지금은 (양국 사이에) 신뢰가 없지 않은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부동산 정책 실패’ 는 ‘정부의 신뢰 상실’ 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부동산 정책 실패’ 는 ‘정부의 신뢰 상실’ 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 외자투자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 그나마 조금 들어오는 외자도 기술이전이나 고용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동산 투자를 위한 외화가 유입되고 있다. 다음 정권은 고용도 발생하고 새로운 기술도 이전받을 수 있는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그 투자국은 자국 보호를 위해 애를 쓸 것이다. 우리로선 투자국이 군사적 지원을 해 주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의 투자를 확대하는 게 우리 경제는 물론 안보에서도 굉장히 효과적인 방법인 것이다.”

- 교육경쟁력 제고를 위해 고교평준화를 재고할 생각은.

“시대변화에 뒤처진 분야가 있다면 정치와 교육이다. 정치는 인위적으로 할 수 없지만, 교육은 제도를 잘 만들어 시스템화하면 바꿀 수 있다. 지금과 달라져야 한다. 그렇지만 교육을 이념·정치적 기준으로 접근하니까 굉장한 혼선이 빚어진다. 어떻게 바꿀지는 앞으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 한국 정치에서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면.

“상대를 끌어내려서 자기가 이기려고 하는 나쁜 관성이 있다. 정치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다. 결과적으로는 좋아지긴 했지만 청계천 복원과 교통개혁 과정에서 말로 다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 한반도 대운하도 그런 과정을 겪을 것이다.”

- 일각에서 이 전 시장의 도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나는 결코 평균적 도덕기준에 떨어지게 살아오지 않았다고 장담한다. 도덕적 약점이 있다면 정치를 시작도 안 했을 것이다. 아들이 하나밖에 없는데, ‘장남은 군대 안 가고 차남만 갔다’는 얘기까지 한다. 숨겨둔 딸이 있다는 등 나의 사생활에 대해 악질적 소문을 내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입증할 ‘X파일’이 있다고 말한다. 이회창씨도 그런 악질적 마터도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는가. 후보가 되지 못하게 하려는 고도의 전략 차원에서 매터도를 흘리는지 모르겠다. 웬만한 것은 시간이 흐르면 밝혀지겠지만 최고의 법조팀을 만들어서 지나친 것은 법적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글/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사진/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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