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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수도론은 상생의 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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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경기지사가 대한민국이 살아나려면 수도권을 더 이상 쪼개지 말고 경기도·서울·인천을 하나의 수도개념으로 통합하는게 절실하다며 대수도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이런 논의를 통해 수도권 규제가 철폐되면 지방경제는 더욱 피폐해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서는데…. 김 지사의 대수도론. 과연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의 길은 없는 것일까

“수도권을 규제해서 정말 지방이 잘 사는가.”-선(先) 수도권 규제완화 후(後) 지방발전론

“지방을 고사시키면 그 부담은 수도권에 돌아갈 것이다.”-선(先) 지방발전 후(先) 수도권 규제완화론

[커버스토리]大수도론은 상생의 길인가

정부의 최대 주안점인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반론이 본격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수도권 과밀화, 집중을 막기 위해 경기도에 대한 각종 규제가 지속돼왔다. 참여정부는 한걸음 더 나가 수도권에 있는 각종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작업을 본격 추진중이다.

이에 경기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대수도론’을 제기하며 격론의 선두에 서 있다.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우고 있는 김 지사는 “경기도는 국가경제의 심장”이라면서 “심장을 막아놓은 채 손발이 따뜻해지기를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도권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비수도권 경제도 후광효과를 볼 수 있고 결국 국토균형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김 지사는 또 “서울대를 없애면 (당신네) 아들, 딸이 더 좋은 학교에 가느냐”고 반문하면서 “균형과 평등을 앞세운 퇴행적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야 국가균형발전에 한 발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지사의 이런 ‘대수도론’은 국가발전전략을 높이기 위한 진지하고 생산적인 논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비수도권 출신 정치인과 광역단체장은 한결같이 “대수도론은 결국 수도권 규제철폐를 겨냥한 것”이라면서 “경기도만 잘 살겠다는 흑심을 숨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수도권 규제가 철폐된다면 지방경제는 더욱 피폐해질 것이라는 게 대수도론 반대론자의 주장이다. 물론 거기에는 하루하루 경쟁력을 잃어가는 비수도권의 강한 피해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대수도론에 가장 적극적인 반대론을 펴고 있는 김성조 의원(한나라당·경북 구미)은 “수도권 규제를 철폐하면 수도권이 경제의 블랙홀이 될 것”이라면서 “지방경제를 다 죽이는 것으로 이것은 지방의 생존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수도권 규제완화는 지방의 죽고 사는 문제가 걸린 것이어서 동서갈등보다 더 심각한 갈등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김문수 지사도 비수도권의 ‘공공의 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개 지자체 빅딜·공조 강화해야

이런 논란을 일으킨 대수도론, 그것은 진정 국가경쟁력를 제고하는 것일까.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국가적 아젠다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김 지사는 “대한민국이 동북아의 중심이 되려면 수도권을 더 이상 쪼개지 말고 경기도·서울·인천을 하나의 대(大)수도 개념으로 통합하는 게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3개 광역자치단체가 하나의 도시처럼 유기적으로 기능할 수 있게 대수도 형태로 통합하자는 제안인 셈이다. 이를 위해 서로의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에 대해 ‘빅딜’과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실제로 경기도는 하남시에 서울시립 화장장 건립요구를 수용할 뜻을 보이며 그 대가로 지하철 4호선(서울메트로)의 연장운행(상일동~하남시)을 요구하고 있다. 또 경기도는 수도권 2300만 주민의 상수원인 팔당호 1급수화를 위해 무려 1조5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수도권 광역단체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솔선수범하겠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물과 공기, 하천, 교통, 수돗물 등 협력적 관리는 수도권 주민에게 직접적인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통합행정은 ‘대수도론’의 이론적 모델인 ‘그레이트 메트로(Great Metro)’에 충실한 듯 보인다. 강용진 국민대 겸임교수(국제정치경제학)는 “‘그레이트 로스앤젤레스’ ‘그레이트 밴쿠버’와 같은 ‘그레이트 메트로’를 모델로 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밴쿠버를 예로 들면, 밴쿠버 다운타운과 그 주변에 서리·델타 등 5개 도시가 모여 ‘그레이트 밴쿠버’가 됐다. ‘그레이트 메트로’는 도시가 팽창하면서 주변의 위성도시가 많이 생기고 중심도시와 위성도시의 행정분리로 인한 주민불편의 불편을 막기 위해 행정·경제적 통합관리를 하는 것이다. 행정·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고 도시간 동질성을 유지하면서 시장규모를 확대시키는 게 대수도론의 그 목적이다.

세계 유수의 도시들이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시의 광역화 과정을 밟고 있는 추세인 것은 틀림없다. 행정의 표준화와 도시간 공조와 협력 폭의 확대는 도시 광역화의 전제조건이다.

그렇다고 이런 세계적 추세를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는 데 무리는 없을까. 이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근본적으로 도시형성 과정이 다르다는 게 그 이유다. 선진국의 메트로폴리탄은 어느 정도 자생력이 있는 위성도시가 모여 대도시를 형성한 반면 우리나라는 서울이라는 거대도시 주변에 성장동력이 약한 위성도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우원식씨(미국 버지니아 공대)는 “우리는 전혀 계획성 없이 수도권이 팽창해왔다”면서 “그것은 수도권 집중화를 나타내는 각종 지표가 말해주지 않느냐”고 말했다. 수도권의 초일극화 현상을 우려하는 것이다.

수도권은 우리나라 국토의 10분의 1이다. 여기에 인구 47%가 집중되어 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10년마다 약 500만 명씩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경제집중도는 더 심각하다. 전체 제조업체 56%, 공기업 본사 83%, 중앙행정기관 84%, 100대기업 본사 91%가 수도권에 모여 있다.

그 결과 수도권 과밀화의 병폐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데도 기업은 여전히 수도권 투자를 선호한다. 경기도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 34개 기업이 공장총량제 때문에 55조8112억 원의 투자 계획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정상적으로 투자할 경우 4만30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경련 양세영 기업정책팀장은 “기업은 인적 자원 확보를 위해 높은 지가를 감수하면서 수도권에 투자하려는 것”이라면서 “수도권 규제는 인구의 지방분산이나 지방경제활성화를 가져오기보다는 기업을 해외로 내모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의 ‘대수도론’에 숨어 있는 의도는 바로 이것이다. 참여정부의 ‘지방경제보호정책’에 따른 경제적 타격(행정복합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을 벌충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기업 유치를 선택한 것이다. 이를 위해 수도권 규제완화에 나선 것이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대수도론을 “경기도를 서울 성장을 보조하는 배드타운에 머물게 두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경기도가 적극적으로 성장동력을 가져야 한다는 ‘의지’ 표명”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9월 29일 정부가 발표한 기업환경 개선대책에서 하이닉스 파주공장 허가가 제외되자 강력히 반발한 데서도 이를 분명히 알 수 있다. 김 지사는 “투자예상액이 13조5000억 원이나 되고 고용효과 6000명이 넘는 공장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국가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대수도론’은 경기도 부강론과 같은 의미로 결국 일자리를 놓고 경기도와 비수도권 광역단체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규제 기업 해외로 내몰아

김 지사도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김 지사는 “기업이 수도권과 지방에서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한다. 수도권 규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결국 경쟁력 있는 기업은 해외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제조업 해외투자액이 2002년 17억 달러에서 2005년 36억 달러로 급증했다. 경기개발연구원도 이를 뒷받침하는 논거를 내놓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지난해 ‘수도권 규제효과에 관한 연구’에서 “수도권 공장 증설과 공장 건축 총량의 규제 완화효과로 ▲연간 총생산액 약 16조3000억 원 증가 ▲부가가치액 7조7000억 원 ▲국내 총생산(GDP) 2.7% 추가 성장 ▲신규 고용창출 약 4만5000~8만9000명 등을 제시했다. 이는 대수도론을 통한 실질적 이득효과인 셈이다. 이런 데이터는 역설적으로 수도권의 공룡화가 지방의 공동화를 의미한다는 선(先)지방경제 활성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공장부지 선정은 주민의 주거지 선택과 마찬가지다. 헌법에 규정된 거주·이전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이다. 적어도 ‘완전한 시장경제’ 시스템에선 그렇다. 그런 측면에서 김 지사의 ‘대수도론’은 틀린 주장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지방경제의 현실은 너무나도 절박하다. 그래서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비수도권 지방정부들의 위기감은 그만큼 크다.

어떻든 대수도론이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는 방안으로 모색돼야 한다는 게 경제계는 물론 정치권의 주문이다.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수도권이냐 아니면 지방이냐는 양분법적 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은 “수도권 규제완화와 강화 중 어느 것이 맞다고 말할 수 없다”며 “이번 논의를 중심으로 비수도권 지방정부도 수도권이 아니라 세계와 경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용진 교수도 “만일 한·미FTA가 체결되면 지방정부도 무풍지대에 머물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지방정부를 바꾸려면 인적자원을 바꿔야 한다”며 ‘시티 매니저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시티 매니저란 우리나라의 정무부단체장과 비슷한 자리지만 도시의 발전과 세계와 경쟁전략 차원에서 지방자치 운영을 조언하는 일종의 카운슬러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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