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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이 아프면 회사도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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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직원 건강챙기기 다양화… 사생활 상담 등 정신적 건강까지 관리

삼성중공업의 운동치료실.

삼성중공업의 운동치료실.

직원의 건강을 직접 챙기는 기업이 늘고 있다. 연례행사로 시행하는 건강검진 수준이 아니다. 사내에 각종 운동기구를 구비한 피트니스클럽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금연펀드, 비만탈출 펀드 등을 만들어 금연이나 체중조절에 성공한 직원에게 포상금을 주는 기업도 적잖다. 수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웰빙붐을 타고 대기업부터 소규모 작업장에 이르기까지 직원 건강 챙기기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직원 건강 챙기기의 대표적 기업은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44종 104대의 최첨단 운동 장비를 갖춘 건강증진센터를 열었는데 하루 500명의 임직원이 이용할 만큼 호응이 뜨겁다. 이곳에서는 생산직 근로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물리치료와 운동치료, 심리치료 등 선진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연성공펀드와 비만탈출펀드를 운영중이다. 지난달 말까지 직원을 대상으로 가입 신청을 받은 결과 금연성공펀드에는 480명, 비만탈출펀드에는 250명이 각각 가입했다. 펀드 가입비는 3만 원으로 3개월간 금연에 성공할 경우 5만 원을, 6개월간 성공하면 10만 원을 각각 상품권으로 지급한다. 비만탈출펀드 가입비는 5만∼10만 원으로 6개월 후 체지방이 3% 이상 감소하면 성공한 것으로 인정한다.

금연·비만탈출 독려 펀드 운영

현대중공업은 노사가 근골격계 질환 예방에 적극 나선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3년부터 최첨단 건강증진센터를 건립, 근골격계 질환자의 치료와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작업장의 유해요인을 개선하고 직원에 대한 교육 및 홍보 활동 등을 통합적으로 시행하는 HEMP(HHI Ergonomics Management Program)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운영해 큰 성과를 거뒀다.

건설사도 직원 안전과 건강에 신경 쓰기는 마찬가지. SK건설은 사옥 22층에 100평 규모의 피트니스 센터를 만들었다. 러닝머신 14대 등 각종 운동기구 50여 대를 갖추고, 운동 지도사를 배치해 직원의 체력과 체형에 맞는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SK, SK텔레콤, SK C&C, SK케미칼, SK증권 등 독립 사옥을 가진 SK그룹 계열사는 모두 사옥 안에 피트니스 센터를 갖춰 주말에도 직원은 물론 가족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포스코는 회사 내 보건지원센터를 설립, 직원이 근무 중 무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또 금연책임관리제를 도입해 상급자가 담배 피우는 직원을 따로 관리하며, 술잔 안 돌리기 운동도 펼쳐 좋은 성과를 거뒀다.

사내 피트니스센터 설치 기업 늘어

신한은행 다이어트 캠페인과 교보증권의 직원행복센터.

신한은행 다이어트 캠페인과 교보증권의 직원행복센터.

고객 접촉이 많은 은행권과 증권계도 임직원을 위한 건강프로그램에 적극적이다. 신한은행은 상반기에 진행한 금연캠페인에 이어 다이어트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7월부터 11월까지 5개월간 다이어트를 희망하는 직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캠페인은 치열한 영업환경에서 운동부족과 체중 증가, 성인병에 노출되기 쉬운 직원들을 위해 기획된 것이다. 참가 직원에게 체중계를 제공하고 헬스장 이용료와 다이어트 보조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신한은행 직원만족센터 배준희 과장은 “업적 신장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직원이 건강해야 업무 역량도 100%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직원 건강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이라며 “상반기 금연캠페인의 경우 참가자의 30%가 담배를 끊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서울 을지로 본점에 치과를 마련,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두 번 스케일링 등 간단한 치료를 무료로 해주고 있다.

교보증권은 지난 9월 18일 직원들의 건강을 수시로 체크하기 위해 여의도 본사사옥 13층에 사내 클리닉센터를 열었다. 이름은 ‘직원행복센터’. 이곳에서는 금연클리닉, 스트레스 클리닉, 운동처방 클리닉 등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또 성인병 예방과 관리는 물론 계절별 유행성 질환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건강교육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요가와 기체조, 육아 등에 대한 강좌도 연다. 최명주 교보증권 사장은 직원행복센터 개관 인사말에서 “기업은 직원의 복리후생수준의 질적 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며 “직원행복센터는 일과 삶에 대한 균형의 지원을 넘어 조직의 건전성 및 성과를 향상시키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하나증권도 2002년부터 실시한 금연펀드와 더불어 올해부터 비만탈출펀드를 추가로 운영한다. 가입비는 직원과 회사가 10만 원씩 부담한다. 올해 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나면 수익금 20만 원과 함께 회사에서 격려금 20만 원을 별도로 지급한다. 매달 직원 5000원, 회사 5000원씩 적립하는 자가보험 운영을 통해 직원의 암치료 및 입원비, 해외의료비를 지원하는 대한항공도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를 포함한 4곳에 헬스클럽을 운영중이다. 본사 헬스클럽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지도하고 개인별 체력관리를 해주는 운동처방사가 상주, 운동을 돕고 있다.

기업이 직원의 육체적 건강만 챙기는 게 아니다. 가정불화, 직장 내 갈등 등으로 발생하는 스트레스 관리 차원에서 사생활까지 챙기는 기업도 있다. 하나은행, 한국전력기술, LG생활건강,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이 외부 상담업체에 의뢰, 직원의 정신건강을 돌본다. 이와 같은 직원 사생활 상담 프로그램은 1970년대 도입돼 미국 등 선진국에서 붐을 이루고 있다.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의 90% 이상이 시행하고 있을 정도다.

기업이 직원의 육체 및 정신건강을 직접 관리하는 것은 업무능률 저하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직원들의 의료보조금 부담을 줄여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지난해 리쿠르팅업체 잡코리아(www. jobkorea.co.kr)가 직장인 5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5.7%가 만성적 질병을 앓고 있으며 27.7%는 건강 악화로 퇴사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외에도 대외적으로는 진취적인 기업으로 비친다는 점도 많은 기업으로 하여금 직원의 건강관리 프로그램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직원 입장에서는 일상적으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는 이점 외에도 애사심을 갖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정일 박사는 “직장인을 포함해 현대인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직원 개개인이 건강한 게 업무 성과 진작과 조직 활성화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업이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기업이 직원의 복리후생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다는 건 그만큼 우리의 기업문화가 선진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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