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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자들 광화문으로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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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재개발 분위기 타고 고급 주거시설 속속 분양 ‘U턴 현상’ 가시화

옛 문화체육관 자리에 들어설 정동 상림원의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다. <김재구 기자>

옛 문화체육관 자리에 들어설 정동 상림원의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다. <김재구 기자>

대한민국 정치·경제 1번지인 광화문 일대가 주거타운으로 변모하고 있다. 광화문 주변은 강남 테헤란로에 버금갈 정도로 업무용 사무실이 많은 반면 주거용 건물은 거의 없어 도시 공동화의 주범으로 꼽히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4대문 안팎에 고급 주거시설이 속속 들어서면서 광화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올해 4대문 안에서 분양될 주상복합아파트만 해도 7개 단지 1825가구로 서울에서 분양될 전체 주상복합의 32%에 이른다. 특히 광화문 지역은 2003년 이후 고급 주거시설의 공급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더욱 주목된다.

건설업계도 강북 재개발의 흐름을 타고 강남에 비해 부족했던 고급 주거시설을 4대문을 중심으로 한 도심에 집중 공급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대형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이 봇물을 이루면서 강남지역의 땅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부담을 느낀 건설업체들이 시선을 강북으로 돌린 것이다.

규제가 많고 사업성도 불투명해 외면하던 도심재개발에 건설업계가 앞다퉈 뛰어든 것은 서울시의 적극적인 의지도 가장 큰 작용을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중구 회현동 등 도심 재개발 구역에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경우 용적률을 최대 150%까지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약으로 내세웠던 도심 재개발 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힘을 보탰다. 서울시의 도심 재개발 계획은 광화문 일대와 청계천 주변의 세운·대림상가와 동대문운동장 주변을 공원과 업무, 고급 주거시설이 집중된 문화복합시설로 탈바꿈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정치, 경제 1번지 광화문의 변신

계획이 차질 없이 실행된다면 세운·대림상가는 주상복합아파트로, 동대문운동장은 철거 뒤에 지상과 지하가 종합문화공간으로 꾸며진다. 서울역 철로 위에 콘크리트 구조물 등으로 7.5m 높이의 데크를 세우고 3만9000여 평 규모의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호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른바 4대문 안 ‘노른자위’ 땅을 차지하고 있는 남대문경찰서와 우체국 등 두세 곳도 재개발 초읽기에 들어갔다. 강북 U턴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꼽히는 용산역 일대 재개발과 어우러지는 도심 재개발의 밑그림이 완성되는 셈이다.

도심 재개발이 제법 틀을 갖춰가면서 자녀교육과 재테크를 위해 강남에 터를 잡았던 중산층 가운데 강남을 떠나 강북으로 회귀하는 U턴현상이 표면화하고 있다.

옛 문화체육관 자리에 건설 중인 정동 상림원의 분양을 맡고 있는 CI&D 장성규 사장은 “모델하우스를 방문해 상담했던 사람의 절반 이상이 과거 정동에 살았거나 이 지역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서 “특히 강남으로 이주해 자녀교육을 마치고 강북에 대한 향수 때문에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남 부동산 값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생각에 투자 목적으로 강북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 성패여부가 불투명했던 경희궁의 아침과 파크팰리스, 용비어천가 등 3000여 가구의 대규모 오피스텔과 아파트가 잇따라 100% 분양에 성공한 것도 강남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평당 1100만 원에 분양된 경희궁의 아침이 현재 2000만 원을 호가하자 강북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달라졌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도심 재개발의 핵인 광화문 인근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서대문 로터리 부근의 돈의문(교문) 재개발 구역이다. 터파기 공사가 한창인 돈의문 1구역은 전체 2385가구가 들어서는 대형 단지인 데다 일부 지역은 용적률 550%를 적용받아 23층(지상 70m)까지 건물 신축이 가능하다. 게다가 인왕산과 경희궁, 덕수궁 등이 인접해 있어 대표적인 ‘역사·문화형 뉴타운’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서울시교육청 인근에 3230평 규모의 서울성곽근린공원과 강북삼성병원 맞은편의 음식점 밀집지역 인근에 3051평 규모의 공원 조성을 추진 중이다.

녹지 풍부해 ‘강북 블루칩’ 등극

경희궁 인근에 분양 중인 정동 상림원은 최고급 주거시설로 주변 녹지환경이 빼어나 강북의 ‘블루칩’ 으로 떠올랐다. <경향신문>

경희궁 인근에 분양 중인 정동 상림원은 최고급 주거시설로 주변 녹지환경이 빼어나 강북의 ‘블루칩’ 으로 떠올랐다. <경향신문>

돈의문 재개발 구역은 서대문과 광화문으로 통하는 편리한 도로망을 갖추고 있어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한다. 서울 교통의 중심축으로 강남과 강북 어디서든 접근이 뛰어나며,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이 도보로 5~10분 거리에 있고 3호선과도 인접해 있어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기에도 편리하다.

돈의문 재개발 구역 바로 맞은편에도 광화문 시대를 알리는 고급 주거공간이 터를 닦고 있다. 옛 문화체육관 자리에 들어서는 정동 상림원이 그 주인공. 2008년 8월 완공 예정으로 분양 중인 정동 상림원은 풍부한 녹지를 품은 최고급 주거공간을 표방한다.

한솔건설이 시공하는 정동 상림원은 원래 궁궐에 속했던 정원터에 건설되기 때문에 앞뒤로 6만 평이 넘는 녹지공간이 자랑거리다. 남산을 남동향으로 바라보는 위치여서 북한산, 인왕산의 4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데다 미국 공사관 터, 옛 경기여고 자리가 덕수궁 복원 계획에 따라 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어서 정동 상림원의 녹색 지수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동 상림원은 서울 도심의 노른자위에 위치한 데다 무제한 전매가 가능해 투자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강북 광역개발, 뉴타운 건설, 도심 재개발 등 ‘강북시대’의 최대 수혜주라는 설명이다. 분양가는 2100~3400만 원으로 고급 주거시설 치고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건축법상 노인복지시설로 등록돼 있어 무제한 전매가 가능하다는 것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다.

회현동 일대에는 중대형 평형의 아파트 건설이 예정돼 있다. SK건설이 30층짜리 2개동 규모의 43~92평형 386가구를 짓는 것을 비롯해 쌍용건설·군인공제회 등이 모두 900여 가구를 공급한다. 3개 단지 모두 지하철 4호선 회현역 인근에 지어지는 데다 남산 조망이 가능해 전문가들은 평당 분양가를 1900~2000만 원 선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4대문 안 도심 개발계획에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서울 세운상가 일대 공장과 상가의 경우 불과 얼마전까지 평당 2500~3000만 원에 형성됐던 시세가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평당 4000~4500만 원까지 올랐다. 종로구 충신동 이면도로 쪽 상가는 평당 1000만 원, 황학동은 평당 2000만 원 정도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U턴 프로젝트’의 개발 대상지로 꼽힌 용산도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중이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은 재개발 기대감에 평당 4000만 원을 넘어섰고 국제빌딩 인근 상업지역의 평당 가격은 1억 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이 지역 주거시설의 분양가도 높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땅값 부담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에 청계천을 따라 들어설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평당 3500~4000만 원 이상의 높은 분양가를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현동 주상복합타운도 평당 분양가가 2100~2200만 원을 호가하는 등 도심 재개발 지역은 2000만 원 이상의 평당 분양가가 일반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이 많다.

<유병탁 기자 lum3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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